불법 도박의 은밀한 경로: 누누티비 나쁜 후예들 [視리즈]

이혁기 기자 2024. 6. 8.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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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누누티비와 좀비 OTT ➋
다시 활개치는 불법 OTT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지만
2차 피해도 무시할 수 없어
접속만 해도 개인정보 유출
불법 도박에 무방비 노출돼
청소년은 유혹 떨치기 어려워
범죄 온상 불법 OTT 괜찮나

# 우리는 視리즈 '누누티비와 좀비 OTT' 1편에서 다시 횡행하는 불법 OTT 사이트들의 면면을 살펴봤습니다. '티비위키' '티비몬'을 필두로 한 누누티비의 후예들은 정부의 수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버젓이 OTT 콘텐츠를 불법 유통하고 있습니다.

# 문제는 불법 OTT 사이트가 OTT 업체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까지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큰 것은 물론, 호기심 많은 청소년을 유혹하는 온라인 도박의 경로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불법 OTT, 이렇게 방치해도 괜찮을까요? 이 질문의 답을 視리즈 '누누티비와 좀비 OTT' 2편에서 풀어봤습니다.

무단으로 OTT 콘텐츠를 베껴 유포하는 불법 OTT 사이트가 또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우리에겐 '누누티비'로 친숙한 불법 사이트는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OTT뿐만 아니라 극장에 걸려 있는 인기 영화까지 불법 녹화해 콘텐츠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들 사이트는 정부의 차단망을 피하기 위해 국내 '캐시서버(Cache Server)'에 데이터를 복제해 놓는 치밀함까지 갖췄습니다. 이렇게 하면 해외에 있는 서버가 차단 당해도 캐시서버를 통해 서비스를 이어 나갈 수 있습니다. [※ 참고: 캐시서버는 데이터를 임시로 저장하는 공간을 의미합니다. 콘텐츠 제공자는 캐시서버를 통해 빠르게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죠. 캐시서버의 활용 방법은 누누티비와 좀비 OTT' 1편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이렇게 불법 OTT 사이트의 수법이 점점 교묘해지고 있지만, 정부는 불법 사이트를 근절할 만한 뾰족한 수를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불법 사이트 운영진 대부분이 해외에서 활동하는 탓에 검거가 어렵다는 게 이유입니다. 설령 잡는다 하더라도 몇백만원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 이슈➊ 개인정보 유출 = 그렇다면 불법 사이트는 '솜방망이 처벌'을 할 정도로 별문제가 아닌 걸까요? 그저 OTT 업계에만 피해를 주고 있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불법 사이트는 '개인정보 유출'을 부추기는 중대한 위험요인입니다. 수많은 불법 사이트는 소비자가 방문하는 순간 개인정보를 털 수 있는 불법 프로그램을 갖고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나 ID 등을 입력해 회원가입이라도 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집니다. 글로벌 사이버 보안기업 노드VPN에 따르면, 대한민국 관련 개인정보 데이터(2023년 기준)는 다크웹에서 평균 8000~1만20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비싼 데이터는 '개인 이메일 데이터'로, 평균 1만2722원에 판매됐죠.

심지어 불법 사이트가 되레 해킹을 당해 개인정보가 빠져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이버 보안기업 '그룹아이비'의 조사에 따르면, 2021년 11월 한 해커가 다크웹에 한국인 개인정보를 판매하는 글을 지속적으로 올린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이 해커는 성인용품 쇼핑몰, 대부업체 사이트, 불법 만화·도박 사이트 등 상대적으로 보안이 취약한 사이트를 해킹해 개인정보를 취득했습니다.

■ 이슈➋ 불법 도박 = 또다른 문제는 불법 사이트 이용자들이 '온라인 불법 도박'으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입니다. 언급했듯 누누티비 같은 불법 사이트들의 주요 수입원은 '배너'입니다. 배너를 통해 온라인 불법 도박장을 홍보해 주고 그 대가로 홍보비를 받는 식입니다.

이는 온라인 불법 도박에 취약한 청소년을 유혹할 수 있는 위험요인입니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청소년 10명 중 4명이 '도박을 접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또다른 통계를 볼까요? 서울경찰청이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의 통계를 분석한 결과, 청소년 도박 사범 84명 중 84명이 온라인 불법 도박에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도박에 유인된 경로로는 '친구나 지인의 소개'가 57.0%로 가장 높았고, 이어 용돈벌이(23.0%), 호기심(14.0%), 도박 광고(6.0%) 등의 순이었습니다. 문종탁 변호사(법률사무소 JT)는 "친구들에게 도박을 추천하는 이들도 시작은 도박 광고에 이끌려 중독에 빠져드는 것"이라면서 "사행성 광고를 배너에 사용하지 못하게 엄벌하는 법 제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자, 여기까지가 OTT 불법 사이트들을 둘러싼 현 상황입니다. 티비위키, 티비몬 등 사실상 '제3 누누티비'로 활동 중인 불법 사이트들은 국내 캐시 서버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정부의 포위망을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캐시 서버를 통제하는 법안을 추진 중입니다만, 이마저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이들 불법사이트가 마음만 먹으면 간판만 살짝 바꾸는 식으로 얼마든지 활동을 재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와중에도 불법 사이트를 다녀간 이용자들 중에선 알게 모르게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개인정보는 쥐도 새도 모르게 빠져나가고, OTT를 공짜로 볼 수 있단 말에 호기심을 갖고 방문한 청소년들은 온라인 불법 도박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습니다. 또다시 기승을 부리는 불법 OTT 사이트들을 정부는 언제쯤이면 근절할 수 있을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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