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농사의 기계화는 어디쯤 와 있나?···경북 영천 마늘밭에 가 봤더니

서성원 2024. 6. 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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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농촌의 일손 부족···해결책은 기계화?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농촌의 일손 부족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죠.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농가 인구는 230만 명으로, 연평균 3.54%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합니다.

반면, 만 65세 이상 농업 경영주의 비율은 2000년 32.7%에서 2022년 63.2%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입니다.

그래서, 파종에서 수확까지 농사의 모든 과정을 기계화하기 위한 시도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농촌진흥청의 자료를 보면 전국적으로 벼농사는 기계화가 99.3%나 됐지만, 밭농사는 2022년 기준으로 63.3%라고 합니다.

밭농사는 작물의 종류도 많고 재배 방법이 너무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농사의 기계화는 어디쯤 와 있나?···경북 영천 마늘밭에 가 봤더니
그러면 요즘 수확이 한창인 영천 마늘 농사의 기계화 수준은 어디쯤 와 있을까요?

마늘 농사를 기계화했고, 기계화 재배 모델 연시회도 열린다고 하는 경북 영천시 금호읍의 한 농가를 찾아가 봤습니다.

농기계가 밭을 가로지르자, 마늘 줄기가 순식간에 잘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트랙터에 달린 굴취기는 마늘을 캐내며 흙을 털어내기도 했습니다.

캐낸 마늘을 수집하는 기계도 볼 수 있었습니다.

영천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마늘 농사의 경우도 3년 전부터 정부와 지자체 예산으로 값비싼 농기계를 사서 농가에 빌려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마늘 파종에서부터 수확까지 모든 과정을 기계화하려는 시도가 영천에서도 이뤄지고 있는 것입니다.

황인준 영천시 금호읍 마늘 재배 농가 "외국인 노동자들, 인건비 상승, 이런 부분들 때문에 기계화로 갈 수밖에 없었죠. 가는 추세고, 가야만 되고, 당면 과제라고 봐요."


"마늘 농사의 기계화는 아직은 시작 단계나 다름없어 보여"
영천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주로 작목반 차원에서 기계를 빌려서 작목반에 소속된 농가들이 함께 쓰는 경우가 많다"라고 했습니다.

"비율로 따지면 전체의 15% 정도가 기계를 빌려 쓰고 있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기계를 빌려 쓰는 농가가 적은 것은 임대료가 높아서 그럴까요?

"일일 임대료는 기계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적게는 8,000원에서 많게는 17만 원 후반대 사이고, 이마저도 코로나 19 사태 이후 한시적으로 임대료를 절반 정도 깎아 주고 있어 비용 부담 때문은 아니"라는 영천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의 답이 되돌아왔습니다.

그러면 마늘 농사 기계화율이 낮은 이유는 뭘까?

농민들과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장비가 커서 작은 밭에서는 쓸 수 없는 점"을 첫 번째 이유로 꼽았습니다.

밭이 넓고 반듯해야 하는데 영천 지역에는 소규모 밭도 많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또, 기계를 빌려 가도 잘 다룰 줄 알아야 하는데 그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했습니다.

전병삼 영천시농업기술센터 소득작목 담당 "파종과 수확은 보시다시피 기계가 좀 큽니다, 대형 기계. 일반 농가들이 접근하기도 힘들고 저 기계가 있어도 돌릴 수 있는 부착할 큰 트랙터가 있어야 합니다, 100마력 이상. 소규모 농가들은 접근하기 힘듭니다."

마늘 줄기 절단과 수집 작업 기계화율은 1%로 특히 낮아
영천 지역의 경우 마늘 줄기 절단과 수집 작업의 기계화율은 1%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사람 손에 절대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것이죠.

취재를 위해 마늘 농사를 많이 짓는 영천시 신녕면과 청통면 등지를 둘러봤는데, 들판 곳곳에서는 경운기를 제외하면 기계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마늘밭마다 기계보다는 수확 작업에 매달려 있는 작업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왜 줄기 절단과 수집의 기계화율이 낮은 걸까요?

농민들은 "줄기 절단기로 줄기를 자르면 줄기가 5cm 정도가 남는데, 농협 수매 규격은 2cm로 짧아 수매 조건을 맞출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전병삼 영천시농업기술센터 소득작목 담당 "(줄기 수매) 규격이 2cm 정도거든요. 그 조건을 맞추려고 하면 (절단기로) 잘라서 수확하더라도 선별할 때 (사람이) 또 잘라야 합니다. 그러면 이중 일이죠."

"굴취기가 흙을 털어낸다고는 하지만 사람이 하는 것보다는 흙이 많이 묻어 있는 것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라고 했습니다.

흙을 더 잘 털어낼 수 있도록 기계가 보완되고는 있지만 아직 농민들에게 만족감을 주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박재응 영천시 청통면 마늘 재배 농가 "사람이 하게 되면 상황에 맞게 흙이 많으면 흙이 많은 대로 사람이 천천히 조절하면서 털거나 그게 되지만 기계는 그런 게 없이 지나가면 수확했다고 느끼니까 정밀 작업을 할 수 없는 겁니다."


기계화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농민들과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이랑의 폭이 사람이 작업할 때랑 기계가 작업할 때랑 달라서 기계로 파종한 것만 기계 수확이 가능한 것도 기계화율이 낮은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했습니다.

기계가 미덥지 않아 사람이 파종했을 경우 수확도 사람이 해야 한다는 얘깁니다.

일손 구하기가 어렵기는 하지만, 사람 손을 거칠 경우 수확량이 더 많은 것도 기계화에 선뜻 나서지 않는 또 다른 이유라고 했습니다.

박재응 영천시 청통면 마늘 재배 농가 "기계화를 하게 되면 아무래도 수확량이 (3.3㎡당) 1kg에서 2kg 정도는 줄어듭니다. 사람이 파종하게 되면 수확량이 자기가 생각한 kg는 나오는데…"

물론 마늘 농사에 필요한 기계는 해마다 단점을 보완해 가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마늘 농사의 기계화율을 끌어올려 고질적인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행 과정에서 드러난 단점을 보완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반짝 관심 말고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해요"
현장에서 만난 농민은 기자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다른 작물처럼 마늘 농사도 기계화율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반짝 관심 말고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일회성 행사나 반짝 관심보다는 농민들의 가려운 곳을 구석구석 찾아 긁어주는 꾸준한 노력이 뒤따랐으면 하고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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