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처럼 긴 병목이 매력적…맛보다 더 당기는 디자인 [E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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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선택 요소에 가격, 풍미, 취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스카치위스키는 다양한 증류소에서 사용하는 표준 병들이 있고 어느 정도 통일된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반면 아메리칸 위스키는 스카치위스키에 비해 상대적으로 병의 디자인이 다양하다.
내게는 풍미보다는 위스키 병 디자인이 더욱 큰 매력 포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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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 주재료 아메리칸 위스키
스카치와 달리 다양한 병 모양
바닐라향에 스파이시 풍미까지
위스키 선택 요소에 가격, 풍미, 취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위스키 병이나 라벨 디자인도 수집욕을 일으킨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 위스키를 즐기는 데에도 시각적 즐거움은 빼놓을 수 없다.
스카치위스키는 다양한 증류소에서 사용하는 표준 병들이 있고 어느 정도 통일된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여러 증류소들이 상호 교류하며 연관돼 있는 스카치위스키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반면 아메리칸 위스키는 스카치위스키에 비해 상대적으로 병의 디자인이 다양하다. 증류소나 지역 간 교류 없이 단일 증류소 중심으로 발전한 아메리칸 위스키의 특징이다. 개인적으로는 잭 다니엘 싱글배럴, 포로지스 싱글배럴(이상 아메리칸 위스키), 발베니(스카치위스키)가 담긴 병을 좋아한다. 보기에도 멋지고, 술을 따를 때의 그립감도 좋다.
길쭉한 목을 가진 아메리칸 위스키 ‘사제락 라이’의 병 모양은 묘하게 매력적이다. 아메리칸 위스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버번’은 옥수수가 51% 이상 들어간 원액을 사용한다. 이에 견줘 호밀로 만드는 위스키인 ‘라이’는 원액에 호밀을 51% 이상 사용해야 한다. 라이는 미국에서 처음 만들기 시작한 위스키다. 17~18세기 미국으로 건너온 스코틀랜드·아일랜드·독일 이민자들이 제조했다. 당시 미국으로 들어온 이민자들이 가져온 작물은 호밀이었고 이민자들이 초기에 정착했던 미국 동부 펜실베이니아, 뉴욕, 메릴랜드 등은 호밀 재배에 적합한 곳이었다. 이렇게 주 작물이 된 호밀은 위스키의 재료가 됐고 당시 미국을 대표하는 위스키는 라이였다.
19세기 초반부터는 옥수수가 미국의 주요 작물로 자리 잡으면서 버번이 서서히 미국을 대표하는 위스키가 되어갔다. 버번에 자리를 내어준 라이는 1950년대 이후 점차 보기 힘들어졌다. 그러다 1990년께 과거 인기 있었던 클래식 칵테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라이 위스키가 소량 생산되기 시작했다. 라이 위스키의 부활을 이끈 클래식 칵테일은 ‘올드 패션드’와 더불어 오래된 것으로 꼽히는 ‘사제락 칵테일’이다. 사제락은 원래 프랑스에서 코냑을 만들던 가문의 이름이다. 이 가문에서 만든 코냑에 가문의 이름인 사제락이라는 브랜드를 붙였다. 그 코냑을 판매하던 미국 뉴올리언스의 사제락 카페에서 사제락 칵테일을 만들었다. 이 칵테일에 들어가던 브랜디(포도주 등 과실주를 증류해 만든 술)를 필록세라(포도 산업을 황폐화한 진딧물의 일종) 때문에 구하기 어려워지자 19세기 중반부터 라이 위스키를 대신 사용하게 됐다. 2006년엔 학처럼 긴 목을 가진 병에 6년 숙성된 사제락 라이 위스키가 담겨 판매되기 시작했고 지금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2000년대부터 시작된 아메리칸 위스키의 인기와 세계적인 위스키 호황에 힘입어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아메리칸 위스키 메이커들은 대부분 라이를 생산하고 있다.
사제락 라이 위스키는 버번의 캐러멜, 바닐라향에 더해 라이의 특징인 스파이시 풍미가 있다. 내게는 풍미보다는 위스키 병 디자인이 더욱 큰 매력 포인트였다. 사제락 라이는 마트에서 10만원 정도면 구매할 수 있다.
글·그림 김성욱 위스키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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