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면 책임질게. 사고 처리가 먼저”… 구급차 막아 세운 택시기사 [그해 오늘]
4년 전 오늘 사설 구급차를 이용해 병원으로 이동 중이던 80대 폐암 환자가 경미한 접촉사고로 시기적절하게 병원에 도착하지 못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2020년 6월 8일 오후 3시경 서울 고덕동의 어느 도로에서 호흡곤란을 겪고 있는 80세 환자를 싣고 응급 이송 중이던 사설 구급차의 왼쪽 후미를 최모(33)씨가 몰던 회사 택시가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설 구급차의 운전기사와 환자의 보호인은 최씨에게 “응급 상황인 환자를 먼저 병원에 데려가도록 하겠다”며 명함을 주었지만, 최씨는 이를 단호하게 거절했다.
최씨는 사고를 일으켰음에도 “지금 사고 처리가 우선인데 어디 가려고 하나? 119를 부른다고. 사망하면 내가 책임질 테니, 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119를 호출하여 이송하라고. 장난하는 거냐”라며 사설 구급차의 이동을 막았다.
과거 사설 구급차, 전세버스 등 다양한 운전 업무를 해왔던 최씨는 고의로 사고를 내어 합의금이나 보험금을 취득하는 행위를 반복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는 사설 구급차가 응급 환자 없이 사이렌을 울리며 운행하거나 응급 구조사 없이 운행하는 등의 불법적 운영이 많다는 점을 악용하여 주된 타겟으로 삼고 있었다.
최씨는 이날 또한 사설 구급차가 뒤에서 다가오는 것을 보고 고의로 충돌한 것이었다. 그는 사설 구급차 운전기사에게 “내가 사설 구급차 운전한 적 없다고 생각하나? 불법으로 사이렌을 켜고 운행한 걸 지금 내가 구청에 신고해서 진짜 응급 환자인지 아닌지 내가 결정하겠다. 지금 차 안에 응급 구조사가 있나?”라고 위협했다.
보호인 등의 지속적인 환자 이송 요구에 대해서는 “가고 싶으면 나를 치고 가라고. 나를 밀치고 가라고”라고 말하며 사설 구급차의 운전석 쪽으로 다가가 몸으로 출발을 막았다. 운전기사는 최씨에게 “응급 상황인 환자를 싣고 있으니 길을 터달라”고 요청했지만, 최씨는 계속해서 거부했다.
최씨가 지속적으로 사설 응급차량의 이동을 방해하자 결국 보호인은 급히 119에 연락을 취했다. 119가 도착하여 응급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최씨의 방해로 인해 환자는 병원에 11분 30초 늦게 도착했다. 환자는 병원에 도착한 후 5시간 만에 사망했다.
그러나 최씨는 이 상황에서 사설 구급차 운전기사가 자기를 밀쳤다며 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수사에 착수, 최씨를 구속했다. 경찰 조사 결과 최씨가 이전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교통 사고를 일으켜 돈을 요구하거나 보험금을 부정 수급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다수의 보험사기 행위 등을 포함하여 최씨에게 특수 폭력과 업무 방해, 공갈 시도, 사기 등의 혐의를 적용해 법정에 송치했다.
검찰과 경찰은 피해자의 사망과 최씨의 행동 사이의 연결고리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으나 결국 그 관련성을 인정하지 않고 관련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1심은 “장기간 동안 일부러 사고를 유발하거나 가벼운 접촉 사고에 대해 마치 병원 치료가 필요한 것처럼 위장하며 보험금을 가로채거나 운전자에게 돈을 요구하는 범죄를 저지른다. 죄의 성질이 매우 나쁘다”며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특히 응급 환자 이송을 방해한 것과 관련하여 “언제든지 응급 환자가 탈 수 있는 사설 구급차를 대상으로 일부러 접촉 사고를 내고 환자가 타고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사고 처리를 요구하며 이송 작업을 방해한 것은 위험성을 고려할 때 비난할 만하다”고 비판했다.
1심 법원은 그러나 “응급 환자 사망과 최씨의 행동 사이에 인과 관계가 있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기소되지 않았으므로 이는 법원의 판단 범위 밖이며, 따라서 형량 결정에 고려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심은 최씨가 보험 사기와 관련하여 보험사들과 모두 합의한 사실 등을 근거로 징역 1년 10월로 형을 줄였다. 검찰과 최씨 양쪽 모두 항소를 하지 않아 형이 확정되었다.
법원은 이와 별도로 유가족이 최씨에게 손해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에서 “최씨가 가족에게 3000만 원을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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