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고재, 로와정 개인전… ‘눈길에도 두께와 밀도가 있다’
로와정 개인전 ‘눈길에도 두께와 밀도가 있다’
상식과 관습을 깨는 진보적 발상 - 현대미술 추동력
미국에서 개념미술이 시작된 것은 1960년대다. 우리나라도 그 중요성을 인지해 재빨리 도입했다. 이미 다수의 작가가 성과를 냈다. 김구림(1936-)·주재환(1941)·성능경(1944-) 등 쟁쟁한 이들이 토대를 닦았고, 박이소(1957-2004)·김홍석(1964-) 등은 포스트모던 시기의 특성을 파악해 이를 심화시켰다. 개념미술의 전통에서 삶의 상식을 뒤엎는 발상으로 세계적 호응을 얻은 김범(1963-) 역시 우리나라 현대미술에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후 로와정(1981-)은 백정기(1981-) 등과 함께 신진 개념미술가로 뚜렷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미래에 회자될 만한 작품들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개념미술은 상식과 관습을 깨는 진보적 발상으로 현대미술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추동력으로 작용한다. 특히 신진 작가가 기존의 문맥에 없던 새로운 개념을 제시할 때, 그 문화 토대는 더 확장되며 탄탄해진다.
로와정의 개인전이 7월6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학고재에서 ‘눈길에도 두께와 밀도가 있다’라는 문패를 내걸고 19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로와정은 철학, 언어학, 역사학, 문학, 매체학, 미술사를 쉼 없이 연구하며 작품에 반영한다. 이번 ‘눈길에도 두께와 밀도가 있다’ 또한 마찬가지다. 눈길은 ‘눈이 쌓인 길(snowy road)’이기도 하지만 ‘시선과 관심(eyes, attention)’이라는 뜻도 지닌다. 지나치는 일상에서도, 우리의 시선과 관심은 훈련과 공부를 통해 깊어지며, 그렇게 깊어진 시적 사유야말로 예술의 샘(origin, 根源)이 된다는 것이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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