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참이면 앞장서야”…한화의 에이스 그리고 ‘리더’ 류현진
12년 만에 KBO리그로 돌아온 류현진(37·한화)은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다. 소속팀 한화를 넘어 야구계의 기대와 관심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이런 부담감은 개막 초반 성적표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류현진은 지난 4월5일 고척 키움전에서 4.1이닝 9안타 2볼넷 2삼진 9실점으로 와르를 무너지며 평균자책이 8.36까지 치솟았다. 이후에도 대량 실점하는 경기가 몇 번 있었다. 같은 달 24일 수원 KT전에선 5이닝 7실점(5자책), 5월8일 사직 롯데전에선 5이닝 5실점 했다.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ABS 스트라이크 판정에도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만큼 답답함을 느꼈다. 류현진은 14일 대전 NC전 6이닝 2실점 호투를 시작으로 서서히 이름값을 찾아갔다. 컨디션도 올라왔고, KBO리그 적응도 어느 정도 마쳤다.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류현진은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제 다 내려놨다”며 “너무 잘하려고 하지 않고, 선발 투수가 해야 하는 일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NC전 포함 4경기 연속 호투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19일 대전 삼성전에선 5이닝 무실점, 25일 인천 SSG전에선 6이닝 1실점을 기록했고, 지난 6일 수원 KT전에선 6이닝 5안타 1볼넷 3삼진 무실점 호투로 팀의 6-0 완승을 이끌었다.
류현진은 시즌 4승(4패)째를 거뒀다. 평균자책도 4.09까지 떨어졌다. 경기 뒤 류현진은 “중간 투수들이 요즘 힘들었기 때문에 조기 강판 없이 선발 투수가 해야 할 역할을 하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고 돌아봤다.
팀을 우선하는 베테랑의 태도는 선수단 분위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어느덧 30대 후반이 된 류현진은 마운드나 더그아웃에서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감정 표현을 한다. 동료의 호수비에 박수를 보내고, 홈런을 보며 환호하는 모습이 잦아졌다. 선수단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리더’ 류현진의 존재감도 묵직하다. 지난 5일 수원 한화-KT전에선 경기 종료 직후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다. 경기 중 박상원의 ‘격한 세리머니’가 발단이 됐다. 당일 박상원은 12-2로 크게 앞선 8회말 등판해 KT 타자를 잡을 때마다 발차기하거나 주먹을 불끈 쥐는 등의 큰 세리머니를 했다. 이 모습은 KT 선수들을 자극했다.
류현진은 경기 중 홈팀 더그아웃을 향해 “미안하다”는 손짓을 보냈고, 벤치클리어링도 앞장서 수습했다. 다음 날 경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지 않도록 KT 황재균과 통화하며 오해를 풀었다.
그는 “박상원 선수가 일부러 그런 행동을 한 건 아니다. 올해 계속 안 좋다가 요즘 좋아지고 있는 상황에 자기도 모르게 그런 행동이 나온 것 같다”며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선수라 이번 일로 많은 걸 깨닫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후배를 다독였다.
그러면서 “벤치클리어링에선 흥분한 선수들의 마음을 진정시켜주고 싶어서 앞에 나갔다”며 “고참이면 당연히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에이스이자 리더인 류현진이 중심이 된 한화는 김경문 신임 감독 체제에서 상승세를 타며 중위권 도약을 노리고 있다.
류현진은 “김경문 감독님이 오신다는 소식을 듣곤 ‘분위기를 잘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며 “2주 전부터 좋은 분위기로 가고 있었던 만큼 앞으로 팀 분위기도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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