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비상명령 2분만에 타깃 정조준···수도 서울 ‘24시간 이상無’[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이현호 기자 2024. 6. 8. 09:0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수방사 '빌딩 GOP' 가보니
신궁·발칸포 배치, 敵 항공기·드론 경계
50여개 방공진지서 P73 등 '철통 수비'
1경비단은 기습·테러 막는 대침투 방어
K808 차륜형 장갑차 등도 갖춰 중무장
민·관·경·소방과 유기적 협조체제 구축
軍 주도 통합방위작전체계 정립에 심혈
서울 여의도 초고층 빌딩 옥상에 설치된 수방사 1방공여단 예하 방공 진지의 휴대용 지대공무기 ‘신궁’ 대원들이 북한 소형 무인기 침투 상황을 상정한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수도방위사령부
[서울경제]

“적 오물 풍선 출현! 오물 풍선 출현!”

지난달 28일 오후 8시쯤 서울 여의도에 있는 최고층 빌딩 옥상에 위치한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1방공여단 소속 방공진지, 일명 ‘빌딩 GOP(General Outpost·일반 초소)’가 갑자기 분주해졌다. 최전방 철책선에 있는 GOP 소초가 서울 도심에 설치된 셈이어서 빌딩 GOP라 불린다.

수방사 본부 고속지령대(방공부대 사이에서 사용되는 전파 체계)를 통해 북한이 내려보낸 다수의 오물 풍선이 한강 상공을 통해 서울 도심으로 침투하는 상황이 전파됐다. 훈련이 아닌 최근 온 나라를 시끄럽게 만든 북한 ‘오물 풍선’ 살포의 실제 상황이다.

비상 명령이 떨어지자 곧장 7~8명의 장병들이 빠르게 옥상 진지로 향했다. 이들은 옥상에서 3개 층 아래에 있는 체력단련실에서 운동을 하거나 TV를 보며 휴식을 취하다 비상이 걸리자 운동복 위에 전투복과 헬멧을 착용하고 2분 내에 116개 계단을 뛰어 올라왔다.

이들은 2㎞쯤 떨어져 있는 당산철교 상공의 북한 오물 풍선을 확인하고 발칸포 유효 사거리 내로 들어오자 1㎞쯤 떨어진 상공에서 격추시킬 준비를 완료했다. 다만 이날 비상 상황은 작전을 지휘한 합동참모본부 수뇌부의 판단으로 오물 풍선에 사격을 하지는 않았다.

진지 내 방공 무기인 발칸포는 분당 최대 3000발의 20㎜ 기관포탄을 퍼부어 최대 2.2㎞ 떨어진 적 비행 물체를 격추할 수 있다. 1970년대 도입된 구형 무기지만 야간에도 목표물을 탐지할 수 있게 개량됐다. 발칸포뿐 아니라 국산 휴대용 대공미사일 ‘신궁’도 배치돼 있다. 신궁은 3~5㎞가량 떨어진 적 항공기와 드론을 격추할 수 있다.

서울 시내가 내려보이는 수도권 인근 산악진지에서 수방사 1방공여단 대원들이 적기 침투 상황을 상정한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수도방위사령부

비상 명령이 떨어지고 사격을 마치는 데까지 2분이면 충분할 정도로 빌딩 GOP 장병들은 매일 두 차례씩 훈련을 실시하고 24시간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유정훈 수방사 1방공여단 명중대대장(중령)은 “도심 방공 진지는 서울 한가운데 있지만 최전방에 있는 GOP만큼 중요한 곳”이라며 “수도권 시민들이 편안한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수도 서울 절대 사수’를 위해 주어진 임무 완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여의도 내 다른 초고층 빌딩에 있다가 수년 전 옮겨진 이 최신 방공 진지를 수방사가 언론에 공개한 것은 서울경제신문이 처음이다. 도심 빌딩 GOP를 포함해 서울 상공을 방어하는 방공 진지는 50여 개가 설치돼 있다. 서울 상공 비행금지구역(P73)과 비행제한구역(R75)을 방위하고 있다.

서울 시민 옆에서 대한민국 수도 ‘서울특별시’ 수호를 위해 함께 살며 싸우고 있는 유일한 부대 ‘수도방위사령부’. 이달 1일 부대 창설 63주년을 맞았다. 수도 서울의 방패 임무를 맡는다고 ‘방패부대’로 불린다.

국토 면적의 0.6%인 수도 서울은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40~50여 ㎞ 떨어져 있지만 대통령실을 비롯해 국가 중요 시설 90여 개가 집중돼 있고 10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여 사는 메가시티이자 국가의 명운을 좌우하는 전략적 중심지여서 수방사가 방위하고 있다.

수방사는 예하에 2개 사단(52보병사단·56보병사단)과 직할 부대로 1개 여단급(제1방공여단), 4개 단급(제1경비단·제122정보통신단·제113공병단·군사경찰단), 5개 대대급(제22화생방대대·군수지원대대·제1문서고관리대·방패교육대·방공작전통제소(AOC))이 포진해 있다. 여기에 특정 경비지를 담당하는 대통령경호처 지원부대(제33군사경찰경호대·제55경비단·제88경호지원대)가 소속됐다.

1경비단 소속 장갑중대 K808 차륜형 장갑차가 서울역 앞에서 기동훈련을 벌이고 있다. 사진 제공=수도방위사령부

수방사의 임무에는 1방공여단이 담당하는 서울 상공 방위와 함께 산악 지역을 이용한 기습 침투를 차단하는 대침투 방어 역시 주요하게 포함돼 있다. 이 임무는 평시에 1경비단이 맡는다. 대통령실이 청와대를 떠나면서 부대 기능과 임무가 다소 변화했지만 서울 도심에 자리한 유일한 전투 병력으로 전시에는 즉시 전력으로 투입된다.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북악산과 인왕산 부근은 정부서울청사와 서울시청 및 주요 기관들이 몰려 있는 서울 중구 및 종로구를 끼고 있다. 수도 서울 수호의 중추적 임무를 띠고 있어 ‘수호신부대’로 불린다. 2023년에는 대테러 부대로 지정됐다.

올해 초 기동훈련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서울 시민의 높은 호응을 받기도 했다. 1월 25일 새벽 서울 도심에 육중한 기계음을 내며 장갑차 12대가 진입했다. 한강 다리를 건넌 장갑차 행렬은 서울역을 지나 도심을 질주했다. 이를 목격한 일부 시민은 한때 “전쟁이라도 난 것 아닌가”하는 반응을 보였다. 수도 방어 훈련 중 하나로 1경비단 소속 장갑중대 K808 차륜형 장갑차가 기동훈련을 실시한 것이었다.

1경비단 산하에는 두 개의 특수임무대대가 있다. 제2특수임무대대 ‘백호부대’와 제35특수임무대대 ‘태호부대’다. 2특수임무대대의 상징 명칭은 ‘백호부대’로 서울에서 테러 상황 발생 시 출동해 대테러 작전을 수행한다. 원래는 인왕산 경비를 담당했지만 현재는 도심 시가지 전투 임무의 비중이 강화되면서 지난해 4월 경비대대에서 특수임무대대로 개편이 완료됐다. 수방사에서 부르는 약칭은 ‘이특임’이다. 대대급이지만 다른 보병부대와 비교하면 규모는 중대급과 비슷하다. 중대장 장교 1명, 부사관 9명으로 구성된 10명이 한 개의 팀(중대)이다.

민·관·군·경 통합 대테러 통합훈련이 서울의 한 지하철에서 실시된 가운데 수방사 특임대대 대원들이 테러범 제압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 제공=수도방위사령부

35특수임무대대는 처음에는 35특공대대로 대테러 초동 조치를 담당했지만 서울 지역 시가전 및 대테러 임무의 비중이 높아져 2022년 특수임무대대로 개편해 ‘국가지정 대테러특수임무대’로 승격됐다. 상징 명칭이 독거미 부대라고 알려졌지만 최근 ‘태호부대’로 변경됐다. 수방사에서 부르는 약칭은 ‘삼오특임’이다.

태호는 1000만 명의 인구와 국가 주요 시설이 밀집한 서울을 수호하는 가장 강인한 동물이며 민족의 역사 혼을 상징하는 ‘큰 호랑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태호부대에는 K808 차륜형 장갑차가 배속돼 있다. 420마력 국산 상용 디젤 엔진을 장착해 최고 시속은 100㎞에 달한다. 서울에서 테러 등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즉각적인 현장 출동이 가능하다. 특히 완전군장 병력 9명이 탑승할 수 있어 작전 지역에 신속히 투사한다. 화력으로는 K4 고속 유탄 기관총(40㎜) 또는 K6 기관총(12.7㎜)을 장착해 작전에 투입되는 병력을 지원한다.

지난해 11월 이진우 수방사령관이 취임한 후 급변하는 안보 상황에 맞는 통합 방위 작전 체계 구축과 부대 임무 재정립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작전 환경이 한층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면서 수방사 단독으로 서울을 완벽하게 지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만만찮다는 판단에서 출발했다. 수방사는 이에 민·관·경·소방과 유기적인 협조 체제로 통합 방위 작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와는 ‘스마트시티 통합 플랫폼’을 공유해 긴급 상황 발생 시 서울시 통합관제센터의 CCTV 영상을 수방사 지휘통제실에서 확인하는 등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

군사경찰대대 건물에선 군사경찰단 소속 특임중대가 대테러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 제공=수도방위사령부

통합 방위 작전 체계의 주축으로 서울 시내의 대테러와 군 강력 사건을 조치하는 부대도 있다. 수방사 소속 군사경찰단이다. 3일 수방사 소속 군사경찰대대 건물에서는 군사경찰단 소속 특임중대의 대테러 훈련이 실시됐다. 서울 도심에서 인질극을 벌이는 상황을 가정한 건물 래펠 침투 훈련이다.

훈련이 시작되자 옥상에 있던 장병들이 역래펠, 측면 확보, 활강 등 다양한 강하 기술로 침투 장소 인근까지 은밀히 내려왔다. “지금부터 강습한다! 다섯, 넷, 셋, 둘, 하나!” 팀장이 강습 명령을 외치자 창문을 깨고 곧바로 내부로 들어가 신속히 테러범을 제압한다. 특임중대는 서울서 발생한 테러나 군 강력 사건 발생 시 초동 조치 부대 임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고강도 훈련을 반복 시행하며 평소 임무 수행 능력을 숙달하고 있다.

테러 대응에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모듈화된 하나의 팀도 만들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유관 기관과의 두 차례 통합 훈련을 통해 메가시티 미래부대 및 지휘 구조 전투 실험을 통한 작전 수행 능력도 배가시키고 있다. 수호신 태스크포스(TF) 개념으로 지역대, 군사경찰, 수호신부대 위험성폭발물개척팀(EHCT), 화생방테러특수임무대(CRST), 폭발물처리반(EOD) 등이 함께 테러 상황 발생 시 긴급 투입된다.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중장)은 “수도방위사령부는 지난 63년간 수도 서울을 굳건히 지키며 서울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수호하기 위한 든든한 방패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이제는 거대한 수도 서울을 안전하게 지키는 데 수방사 단독 작전만으로는 현실적 어려움이 크다”면서 “민·관·경·소방 등 유관 기관과 함께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통합 방위 작전 능력 제고에 힘써 실제 상황이 발생하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상황을 종결하기 위한 대비 태세를 갖추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