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선제적 결단이 침체 막는 길

한겨레 2024. 6. 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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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2024년 3 월 소매 판매 데이터는 시장과 연준에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 전년 동월 대비로 4.0% 나 올랐다.

소매 판매와 오일 가격 간에는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소매 판매 데이터를 보면 소비자가 취약한 상태임을 보여준다 . 같은 양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지출하면 서류상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일반 가구는 다른 곳에 지출할 돈이 부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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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파이낸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 의장이 2024년 5월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준은 2023년 9월부터 6회 연속 정책금리를 동결했다. REUTERS

2024년 5 월 1 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 (FOMC) 에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는 다시 정책금리를 동결했다 . 2023년 9 월부터 6 회 연속 동결이다 . 시장은 2024년 1 분기 물가 , 임금 지표가 전망을 웃돌자 , 연준이 ‘ 매파적 ’ (강경) 입장으 로 돌아설 거라 경계했지만 생각보다 ‘ 비둘기파적 ’ (온건) 행보에 안도했다 . 성명서는 “ 최근 몇 달 동안 2% 인플레이션 목표를 향한 추가 진전이 부족해졌다 ” 고 명시했다 . 그럼에도 시장이 가장 크게 우려했던 금리인상 가능성은 일축했다 .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외려 2024년 중 인플레이션이 완화할 것이라 낙관했다 . “ 개인적으로 올해 인플레이션이 더 큰 진전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고 했다 .

사실 2024년 3 월 소매 판매 데이터는 시장과 연준에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 전년 동월 대비로 4.0% 나 올랐다. 1 월 0.2%, 2 월 1.5% 증가한 것에 비하면 상당히 늘었다 . 전월보다도 0.7% 나 증가했다 . 데이터만 보면 점증하는 인플레이션 압력에도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가 지속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 소비자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소비했다 . 컨센서스보다 0.3% 보다 높았다 . 이는 낙관적 성장의 근거다 . 월스트리트저널은 분기별로 경기에 관한 조사 를 한다 . 가장 최근에 한 1 월 조사 결과에서는 2025년 침체 확률을 39% 에서 29% 로 낮췄다 . 학계와 기업의 이코노미스트들이 그만큼 경기를 낙관적으로 본다는 것이다 . 침체 확률 29% 는 2022 년 4 월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

이쯤에서 의문이 든다 . 왜 연준은 상당한 인플레이션 , 강력한 소비 추세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금리인상 가능성에 선을 긋는 것일까 ? 누적된 가중평균금리 압박도 이유일 수 있다 . 하지만 데이터에 의존해 통화정책을 결정하겠다는 연준의 태도로 볼 때 당면한 데이터를 무시하는 행보에는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추론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 강력한 소매 판매 데이터의 이면을 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3 월 소매 판매의 이면

3 월 소매 판매가 왜 강력했는지 이해하려면 이전 추세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 미국은 전통적으로 10 월~ 1 월이 강한 쇼핑 시즌이다 . 핼러윈데이 , 추수감사절 , 크리스마스 , 신년으로 이어지는 쇼핑 최적기다 . 그런데 유독 이 기간의 소매 판매 데이터는 매우 약했다 . 전월 대비로 10 월 – 0.25%, 11 월 – 0.03%, 12 월 0.11%, 1 월 – 0.87% 를 기록했다 . 마이너스이거나 정체 상태였다 . 소비는 2 월에 들어서야 0.94% 늘면서 반등했다 . 그 추세가 3 월까지 이어진 것이다 . 추세를 보면 최근 두 달의 소비 강세가 놀랍지 않다 . 이유는 간단하다 . 지난 쇼핑 시즌에 미뤄놨던 상품과 서비스를 마침내 구매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 3 월 역시 미국은 소비 시즌이다 . 봄방학과 부활절이 있다 . 이때 미국인들은 여행과 쇼핑을 많이 한다 . 그런데도 3 월엔 2 월에 견줘 증가폭이 둔화했다 .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 . 3 월 소매 판매가 지속하리라 보는 건 무리다 .

소매 판매와 오일 가격 간에는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 오일은 대부분의 재화 서비스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 가격이 오르면 명목 소매판매액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 핵심은 재화와 서비스 소비량이 늘었냐 여부다 . 양은 늘지 않았는데 소비액만 증가했다면 이를 소비가 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 3 월 소매 판매 데이터는 인플레이션 조정을 한 수치가 아니다 . 명목 금액 기준이지 판매된 상품과 서비스의 양이 아니다 .

미국은 전통적으로 핼러윈데이,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신년으로 이어지는 10월~1월이 쇼핑 최적기다. 2023년 12월15일 미국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이 쇼핑객들로 붐비고 있다. REUTERS

예를 들어보자 . 보통 사람의 일상활동은 직장에 출퇴근하고 , 식료품을 사러 마트에 가고 외식하고 여행하거나 여가를 즐기는 것이다 . 이런 활동에는 가솔린이 필수적이다 . 주유비로 월 30 만원을 쓰는 사람은 유가가 10% 오르면 33 만원을 쓰게 된다 . 3 만원을 더 지출했지만 그만큼 주유량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 3 월 소매 판매 데이터는 거듭 말하지만 , 인플레이션 조정을 거치지 않은 명목 금액 기준이다 . 소비량이 늘어난 게 아니라 재화와 서비스 가격이 오르면서 자연스레 소비 금액이 늘어난 것이다 .

정확한 소매 판매 추이를 알려면 인플레이션 조정을 해야 한다 . 그렇게 한다면 3 월 데이터는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다 . 조정을 거친 데이터가 호조라도 놀랍지 않다 . 이전 4 개월 동안 감소세를 보인 후 2 월에 오른 것이고 3 월에 다시 증가한 건 봄방학과 부활절 여파다 . 겉으론 강세를 보였지만 오히려 약한 소비를 말해준다 .

데이터의 나침반 역할 ?

특정 데이터만으로 미래 경제 상황을 진단하는 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위험하다 . 소매 판매 데이터 역시 같다 . 특히 침체 시점을 파악하는 데는 쓸모가 없다 . 미국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70% 를 넘는다 . 그런 이유로 소매 판매는 성장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 인정받는다 . 하지만 명목 소매판매액만으로 향후 성장을 전망하는 건 앞에서 설명한 이유로 한계가 있다 . 중요한 것은 양이다 . 실제로 가장 최근에 발생한 침체 직전 소매 판매 데이터는 호조를 보였다 . 연 2% 를 넘었다 . 2000 년 초반 , 2008 년 금융위기 , 2020 년 코로나19 침체 모두 그랬다 .

성장률 역시 미래 경기의 나침판 역할을 하지 못한다 . 침체가 시작되기 직전까지도 경제성장률은 2% 이상인 경우가 다반사다 . 지난 10 번의 경기침체 중 7 번 실질 국내총생산( GDP) 성장률은 2% 이상이었다 . 침체는 조짐 없이 느닷없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은 어떨까 . 이들 역시 향후 경제전망에 실패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 앞서 예로 들었던 월스트리스저널 경제전망은 틀린 경우가 많았다 . 금융위기 직전 조사에서 향후 침체 확률은 30% 대였다 . 2020 년 침체 직전에는 20% 대였다 .

침체는 보통 예고나 징후를 보이지 않는다 . 일반적인 데이터만으로 그 시점을 추론하기도 어렵다 . 무엇보다 상호 긴밀히 연결된 현대 경제에서 데이터에 보이지 않던 구멍이나 흠결이 특정 시점에 폭발해 시스템 전체에 옮겨붙는 걸 예측하는 건 쉽지 않다 . 침체가 곧 닥칠 거라 말하는 게 아니다 . 그렇다고 한 달 혹은 몇 달의 데이터만으로 향후 경기가 좋을 거라 말하는 것도 합리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소매 판매 데이터를 보면 소비자가 취약한 상태임을 보여준다 . 같은 양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지출하면 서류상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일반 가구는 다른 곳에 지출할 돈이 부족해진다. 실제 12 개월 소매 판매 평균치의 연간 변화율은 경기침체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에 가깝다 . 무엇보다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 이게 현실이다 .

다른 방향의 데이터가 말해주는 것

2024년 5 월 3 일 두 개의 데이터가 발표됐다 . 고용보고서와 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였는데 이들 모두는 경기가 둔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우선 , 4 월 고용보고서의 핵심은 노동시장의 둔화를 말하고 있다 . 신규고용은 17 만5천 개 증가한 것으로 나왔는데 이는 지난 3 월 31 만5천 개의 절반 수준이었다 . 월가 예상 24 만 개를 훨씬 밑돈 수치다 . 기존 발표된 2, 3 월 데이터도 2 만2천개 가 하향 수정됐다 . 물론 이 수치만 보고 미국 고용시장이 파열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 그럼에도 뜨거웠던 시장이 식어가고 있는 건 분명하다 . 일자리 둔화는 임금 상승률 둔화로 이어진다 .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 3.9% 상승했다 . 여전히 상승세지만 3 월 0.3%, 4.1% 보다는 둔화했음을 알 수 있다 . 전년 대비 상승률이 4% 이하로 하락한 것은 2021 년 6 월 이후 처음이다 . 식어가는 고용시장은 소비 수요에 점차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 .

서비스업은 미국 경제의 70% 를 차지한다 . 한데 공급관리협회(ISM) 해당 구매관리자지수( PMI) 가 3 월 51.4 에서 4 월 49.4 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 월가 예상치는 52 였는데 이를 밑돈 것이다 . 서비스업 PMI 가 50 이하 위축 국면으로 떨어진 것은 2022 년 12 월 이후 처음이다 . 제조업 위축에도 미국 경제를 떠받치던 서비스업마저 둔화세로 전환한 것이다 . 세부 지표를 살펴보면 고용지수가 48.5 에서 45.9 로 급락했다 . 고용을 이끌던 서비스업에서 고용 위축이 발생하고 있다 .

이들 모두는 소매 판매 및 수요 둔화 가능성을 높인다 . 오랫동안 유지된 높은 금리로 소비자 신용 상황은 갈수록 악화할 것이다 . 그 또한 수요에 부정적이다 .

연준은 물가 데이터를 이유로 금리인하를 계속 미루고 있다 . 데이터에 따라 일희일비하며 매파적 , 비둘기파적 행보를 왔다 갔다 한다 . 이는 자칫 ‘ 뒷북 ’ 을 칠 수 있다 . 전망은 가능하면 비관적으로 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 연준의 통화정책도 같다 . 문제는 연준의 통화정책이 미래 전망이 아닌 과거 데이터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 앞을 보는 게 아니라 백미러를 보면서 운전하는 것과 같다 . 경제적 열광은 사실 조심하라는 황색 신호등과 같다 . 열광에 취하면 눈이 흐려진다 . 파월은 인플레이션 둔화가 확실하다고 말한다 . 소매 판매 강세의 이면을 보면서 비둘기파적 행보를 보였을 수도 있다 . 그렇다면 선제적 과감한 결정만이 침체를 막는 길이다 . 그것이 세계경제에도 이롭다 .

윤석천 경제평론가 maporiv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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