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화물 전기차의 진화…온실가스 감축 속도 붙나 [ESC]
화물차 중 연료소비 절반 이상
주행거리 늘고 충전속도 빨라져
수요에 맞춤한 개조 활성화해야
자동차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최근 다양한 종류의 전기차가 더 많이 보인다는 사실을 느낄 것이다. 현대자동차가 국내에서 판매하는 51개 차종 중 전기나 수소연료전지로 달리는 차량이 14가지나 된다. 불과 5년 전 5종(포터2 일렉트릭, 코나, 아이오닉, 넥쏘, 전기버스)에 불과했던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변화다.
승용차 분야에선 2020년 이후에 나온 전용 전기차 모델들이 국내 승용 전기차 시장의 확장을 주도했다. 2021년 이후엔 1t 이하 화물차에 중국 여러 브랜드의 차들이 더해지며 전기상용차 선택의 폭도 크게 넓어졌다. 중국의 비야디(BYD)가 한국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1t 전기 트럭(T4K)을 투입한 것도 지난해다.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
상용차, 특히 물건을 실어 나르는 화물자동차의 전동화는 매우 중요한 이슈다. 2021년 정부가 발표한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서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수송부문에서는 2018년 배출량 9810만t보다 37.8% 줄인 6100만t까지 낮춰야 한다. 여기에는 철도나 항공, 해운 등 다양한 수단이 있지만 자동차가 속한 도로수송 부문이 전체 배출량의 96% 이상을 차지하므로, 전기·수소차 450만대 등 친환경자동차 보급으로 2970만t(수송부문 감축량의 80%)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친환경차 보급에서 택시와 버스, 택배 등 사업용 차 50만대가 우선 교체 대상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도로화물수송부문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정책 방안 연구-친환경 수단 전환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보면, 화물자동차 중 연료소비량을 가장 많이 차지하는 건 1t 이하 소형 화물차(51.3%)다. 중형(1t~5t)은 21.7%, 대형(5t 이상)은 27%다. 디젤 엔진을 얹고 주로 단거리 운행을 하며 공회전 시간이 긴 소형 화물차를 전기차로 바꾸면 온실가스 감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같은 전기차여도 승용차와 화물차는 다른 점이 많다. 승용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차의 뼈대를 공유하면서 처음 생산이 시작됐지만 현재는 전용 모델이 나오고 있다. 설계부터 다른 전용 모델은 가격이 비싼 대신 평평한 차 바닥 등 실내 공간이 넓고, 구동방식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는데다 충전 속도도 빠르다. 반면 화물차에선 아직 완전한 전용 전기차가 없다. 1t급 전기화물차 시장을 양분하는 현대자동차 ‘포터II 일렉트릭’과 기아 ‘봉고III 이브이(EV)’는 모두 기존의 내연기관차를 개조한 것이다. 사람을 주로 태우는 승용차는 최대 500㎏ 정도의 무게를 감당하면 된다. 반면, 화물차는 최대 사람 두 명과 1t의 짐을 싣기 위해 화물칸을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런 중소형급의 업무용 전기차는 외국에서도 관심이 많다. 미국 포드의 이-트랜짓(E-Transit)의 카고 밴 중 높이가 가장 낮은 모델(2106㎜)은 높이를 제외하고는 길이와 너비 모두 현대자동차의 전기상용차 에스티(ST)1보다 크다. 이-트랜짓은79㎾h 배터리를 얹고 1회 충전 최대 260㎞를 달린다. 유럽을 중심으로 이런 중단거리 배송을 위한 전기차는 차츰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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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낮고 짧은 차체를
현대자동차 에스티1은 승합차인 스타리아의 섀시를 바탕으로 사람이 타는 공간을 구성하고 짐을 싣는 뒷부분을 새로 만들었다. 최근에 시승해보니, 실내가 상대적으로 넓고 고급스러웠다. 차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업무 특성을 고려하면 수납공간이 많고 220V 전기를 쓸 수 있다는 건 장점이었다. 차 앞쪽에 전기모터를, 차 가운데에 배터리를 배치해 공간 효율을 살렸다. 스타리아보다 뒤쪽 뼈대를 70㎜ 정도 내려 짐칸 바닥을 낮췄다. 짐을 싣고 내리는 것이 편한 것은 물론이고 같은 차체 높이에도 훨씬 짐칸이 넓어지는 효과를 냈다.
무엇보다 중요한 차이는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다. 사실 1t 전기차는 보급 초기 많은 보조금과, 총량이 제한돼 웃돈을 줘야 했던 영업용 번호판(노란색)을 무상으로 발급해주면서 매우 잘 팔렸다. 하지만 느린 충전속도와 짧은 주행거리 때문에 인기가 급감했다. 과거 고속도로 휴게소 충전대란은 1t 트럭 때문이었는데, 최근에는 충전기가 늘어났고 1t 트럭은 ‘단거리 지역 운행에 맞다’는 인식이 자리잡으며 새로운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
일단 기존의 내연기관 개조 전기 트럭은 구조적 한계로 58.8㎾h의 작은 배터리를 얹고 모터가 드라이브 샤프트를 돌려 뒷바퀴에 동력을 보내는 방식으로 최대 211㎞를 달린다. 반면 에스티1은 배터리 용량이 76.1㎾h로 늘었고 앞바퀴에 바로 연결된 고출력 모터 등 효율을 높여 317㎞를 달린다. 여기에 충전 속도도 빨라져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채우는데 20분이면 된다. 기존에는 47분 이상 걸린 것과 비교해 30분 정도 줄일 수 있다. 상용차는 시간이 곧 돈이나 다름없으므로 주행거리가 늘고 충전시간이 짧아지면 영업시간을 늘릴 수 있어 사업적으로도 도움이 된다. 한국교통연구원의 ‘2022 택배 집·배송기사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택배기사의 하루 평균 운행거리는 53.8㎞였다. 에스티1이라면 일주일에 1~2회 정도, 길어야 두시간 정도만 충전하면 충분하다는 말이 된다.
반면 에스티1의 차 높이는 2230㎜로 최근에 지어진 아파트 등의 지하주차장 높이 제한 2300㎜보다는 낮지만, 승용차 전용 주차장(2100㎜)에는 접근할 수 없는 제한이 생긴다. 또 일반적인 주차 공간 길이 5m를 넘는 긴 차체로는, 주차도 쉽지 않고 충전기가 있는 주차공간에 접근이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향후 지붕의 높이를 낮추고 길이를 줄인 특장차가 나오게 되면 개인의 업무 환경에 따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상용차는 승용차와 달리 사용 용도와 목적이 천차만별이다. 전기상용차는 주행거리에 따른 운영비용 절감 효과가 훨씬 크기 때문에 다양한 요구에 맞는 차가 필요하다. 이런 시장의 필요를 자동차 회사가 100% 채워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때문에 제조사는 기본적인 주행성능을 갖춘 차를 내놓고, 외부 개조업체들이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개조하는 역할 분담도 가능하다. 제조사와 외부업체가 모두 성장할 수 있다면 전체적인 자동차 산업이 건강해질 수 있다. 전기상용차가 온실가스 감축과 함께 이러한 시장의 다양성을 만드는 일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동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자동차생활’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여러 수입차 브랜드에서 상품기획, 교육, 영업을 했다. 모든 종류의 자동차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다양한 글을 쓰고, 자동차 관련 교육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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