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많이 마시고 살 찌는 것 같다면? 이걸 의심해보자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6. 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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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삐뽀삐뽀] (글 : 차용환 수의사)


사람과 마찬가지로 개 또한 젊은 시절을 지나 중년에 접어들면 하나 둘 생각지도 않던 병이 생긴다. 오늘 살펴볼 쿠싱증후군(부신피질기능항진증)은 이런 병들 중에서 가장 흔한 '호르몬 관련 질환'이다.

개만 생기는 병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고양이에서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반려견을 키우는 보호자는 오늘 내용을 집중해서 살펴보자.

어떤 병일까?

양쪽 신장(콩팥)의 앞쪽에 '부신'이라고 하는 작은 내분비기관이 있는데 다양한 호르몬을 분비하며 중요한 역할들을 담당한다. 그중에서도 부신의 겉 부분(피질)에서는 스트레스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코티솔(cortisol)이라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이 호르몬은 개의 면역력이나 혈액 순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요소이다.
쿠싱증후군은 이 호르몬을 너무 과하게 분비해서 오히려 독이 되는 상황을 말한다.

왜 생기는 걸까?


개가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뇌하수체에서 부신에 명령을 내려 코티솔을 분비함으로써 적절히 대응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중 어떤 부위에서 문제가 생겼느냐에 따라 유형을 나눈다.

1. 뇌하수체 의존성(Pituitary dependent)
가장 상위 단계인 '뇌하수체'의 일부분이 종양화 되어 명령을 과도하게 내리는 경우를 말한다. 개 쿠싱증후군 원인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2. 부신 의존성(Adrenal dependent)
명령을 내리는 뇌하수체가 아닌 '부신' 자체에 종양이 생겨 코티솔을 과하게 분비하는 경우를 말한다.

3. 의인성(Iatrogenic)
외부에서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과하게 투여하는 경우에 일시적으로 쿠싱증후군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약물을 천천히 감량하면 치료될 수 있다.

정확히 어떤 증상이?


외형이나 행동의 변화가 다른 질환들에 비해 특징적인 편이다.

(1) 외형 변화
- 팔 다리는 얇은데 배만 불뚝하게 튀어나온다
- 피모가 푸석하고 대칭적인 탈모가 생긴다
- 표정이 우울해 보인다

(2) 행동 변화
- 소변 양이 늘고 화장실 이외 공간에 실수를 한다
- 평소보다 물을 많이 마신다(kg당 100ml 이상)
- 심한 운동을 하지 않아도 헥헥거린다

우려되는 합병증은?

코티솔은 몸에 있는 모든 세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이다. 그렇기에 따라올 수 있는 합병증도 정말 다양하다.

- 당뇨병 : 혈당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인슐린에 대한 저항성이 생기면서 당뇨병이 생길 수 있다. 이전 글에서 살펴본 것처럼 당뇨병은 평생에 걸친 치료가 필요하며 사람과 마찬가지로 삶의 질이 무척 떨어지는 병이다.

- 피부병 : 피부의 재생을 방해하거나 피부장벽을 무너뜨려 지속적으로 감염이 발생한다.

- 혈전증 : 쉽게 말하면 혈관 내에 피딱지가 돌아다니는 상황을 말하며 혈전이 중요한 혈관을 막을 경우에는 급사도 가능하다.

이 외에도 반복적인 췌장염, 심장병의 악화, 고혈압, 결석 등 신체 내 거의 모든 장기들이 악영향을 받는다.

어떻게 진단할까?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다른 질병들과 비교했을 때 증상이 비교적 특징적이라 경험 많은 수의사라면 아이의 외모나 보호자와의 문진을 통해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물론, 위의 증상들을 유발하는 다른 원인들도 많고 대부분 노령견들이라 전반적인 검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만약 쿠싱증후군이 맞다면 일반적인 영상 검사나 혈액 검사상에서도 전형적인 변화들을 포착할 수 있기 때문에 진단은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약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확진은 꼭 필요하다. 정석적으로는 외부에서 일부러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주입했을 때 신체가 적절한 정도로 반응하는지 수치화해서 판단한다. 하지만 워낙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검사법이라 간단한 소변 검사나 혈액 검사로 대체하는 경우도 많다.

어떻게 치료할까?

사람의 쿠싱증후군에서는 수술이 1차 치료법이지만 크기가 작은 개는 뇌하수체에 위치한 종양을 제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부신 자체에 생긴 종양은 제거가 가능하지만 위험도가 매우 높은 수술이다. 결국 대부분의 경우 과도하게 코티솔을 생성하는 과정을 억제하기 위해 평생 약물을 먹어야 한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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