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삼도 당근 된다면서요?…1개월차 맞은 대혼돈의 건기식 중고거래
건기식과 구별 어려운 일반 의약품도 매물 올라와
“국민 건강권보다 편의성에 매몰된 정책” 비판도
경기지역의 한 맘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정답은 ‘중고거래할 수 없다’이다. 설령 건강기능식품이라고 하더라도 해외에서 구매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홍삼 등 건강기능식품의 중고거래가 허용된 지 한달여가 지났지만 소비자들의 혼란은 여전하다. 일반 소비자들이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을 구별하기가 힘든데다 개봉여부, 소비기한 등의 중고거래 가이드라인도 제대로 알려져있지 않아 불법 건강기능식품 중고거래도 판을 치고 있다.
8일 유통가에 따르면 당근마켓과 번개장터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소비기한이 제대로 표시되지 않거나 이미 개봉된 상품을 중고로 내놓은 게시글들이 여전히 올라오고 있다.
한 중고거래플랫폼에는 정관장 홍삼앰플 20ml 11개를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제품은 앰플 11개짜리 상품이 없다. 10개, 14개, 16개 단위로 판매중인데 판매자가 일부를 섭취하고 남은 제품들을 중고 매물로 올린 것으로 보인다. 유통기한은 오는 7월 6일까지인데, 소비기한으로는 2099년 9월 9일이라고 작성했다.
중고거래플랫폼을 보면 이처럼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중고 건강기능식품 매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지난달 8일부터 허용된 건강기능식품의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한 개인간 거래가 허용된 지 딱 1개월이 지났지만 막연히 건강기능식품도 중고거래가 가능하다는 정도만 알려졌을 뿐 세세한 가이드라인에 대한 이해도는 여전히 낮은 것이다.
현재 건강기능식품의 중고거래는 시범사업 단계다. 1년 동안 당근마켓과 번개장터, 단 두곳의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건강기능식품’이라는 카테고리를 통해 거래를 할 수 있다. 또다른 대형 중고거래플랫폼인 중고나라에서는 거래가 불가능하고, 이들 두곳의 중고플랫폼을 거치지 않은 개인간의 거래도 불법이다.
건강기능식품의 중고거래 허용을 두고 그동안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다. 건강기능식품은 허가받은 자만이 판매할 수 있는데 중고거래를 허용하면 거래질서가 혼탁해진다는 주장부터 잘못된 보관으로 인한 안정성 문제, 구매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거짓·과장 광고 등도 문제가 됐다. 시행 1개월차의 상황을 보면 이같은 우려가 어느 정도 현실이 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약사와의 상담을 통해 판매돼야 할 일반 의약품들도 거래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일반의약품인 피임약과 탈모보조치료제, 지사제 등도 건강기능식품 중고 매물로 올라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는 현실적으로 일반 소비자 수준에서 어떤 약이 건강기능식품인지, 일반 의약품인지를 구별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약국에서만 판매하면 의약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파스류와 같은 일반 의약품들은 편의점에서도 팔고 있기 때문이다. 종합 비타민제라고 하더라도 어떤 제품은 일반 의약품, 어떤 제품은 건강기능식품, 어떤 제품은 일반 식품으로, 상품마다 분류가 다 다르다. 치약 중에서도 어떤 제품은 일반 의약품으로 중고거래가 불가능하다.
결국 건강기능식품인지를 확인하는 가장 확실하고 간단한 방법은 제품 라벨에 ‘건강기능식품’이라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마크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대한약사회는 “건강기능식품 개인간 거래 시범사업 시범사업이 시작된 이후 일반의약품은 물론 전문의약품까지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무분별하게 불법 판매되는 등 약사 사회가 우려했던 상황들이 현실화됐고 이젠 통제 불능의 상태에 접어들었다”라며 “이러한 문제들을 바로잡기 전까지 건강기능식품 개인 간 거래시범사업의 즉각적인 중단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건강기능식품과 의약품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식의약 당국은 국민의 건강권보다는 편의성에 매몰된 인기영합적 정책을 도입했을 뿐만 아니라 부작용에 대한 사후 관리조차 포기함으로써 의약품 오남용을 조장하였다는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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