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마드리드, 구단 역사상 첫 챔피언스리그 ‘무패 우승’

임형철 스포티비 해외축구·스카이스포츠 K리그1 해설위원 2024. 6. 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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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해축] 결승서 도르트문트에 2-0 승리,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15번째

2023~20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가 막을 내렸다. 지난해 6월 27일(이하 현지 시간) 1차 예선부터 올해 6월 1일 결승전까지 유럽 최고 클럽에 도전하는 상위 팀들의 치열한 경쟁을 보면서 수많은 축구 팬이 울고 웃었다. 이번 시즌 조별리그와 결승전에서 결정적 장면들을 모아봤다.

6월 1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3~20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2-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한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뉴시스]

파리 생제르맹 이강인, 챔스 첫 골

조별리그: 프리미어리그 팀들의 예상 밖 부진

RB 라이프치히, BSC 영 보이스, FK 츠르베나 즈베즈다와 함께 G조에 편성된 맨체스터 시티(맨시티)는 6전 전승을 거두며 조 1위를 기록했다. 7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오른 아스날도 B조(PSV 에인트호벤, RC 랑스, 세비야)에서 4승 1무 1패 성적으로 1위에 올랐다.

하지만 다른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두 팀의 성적은 좋지 않았다. 파리 생제르맹,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AC 밀란과 함께 '죽음의 조' F조에 속한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4위로 탈락을 확정했다. 홈에서 파리 생제르맹을 잡는 이변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다른 팀들을 넘어서기엔 역부족이었다. 코펜하겐, 갈라타사라이 SK, 바이에른 뮌헨과 함께 A조로 묶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4위로 탈락해 조별리그 최대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조 편성 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조 2위를 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지만, 1승 1무 4패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조기 탈락을 면치 못했다.

EPL 두 팀의 탈락은 리그별 UEFA 대회 포인트 경쟁에서도 불이익을 남겼다.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 팀은 36개로 확대된다. 기존보다 늘어난 진출 티켓 4장 중 2장은 2023~2024시즌 UEFA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낸 1·2위 리그 5위 팀에 각각 주어진다. 본래는 유럽 5대 리그(EPL, 라리가, 세리에A, 분데스리가, 리그앙)에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이 4장씩 주어졌다. 이번 시즌부터 상위 2개 리그에는 각각 1장의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이 추가되는 것이다. 하지만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조기 탈락으로 EPL은 UEFA 대회 포인트에서 큰 손해를 봤고 세리에A, 분데스리가에 밀리게 됐다. 그 결과 EPL은 2024~2025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4장 확보하는 데 그쳤다.

프랑스 리그앙 파리 생제르맹의 이강인. [뉴시스]
한편 파리 생제르망의 이강인은 AC 밀란과 조별리그 3차전 경기에서 후반 교체 투입돼 챔피언스리그 데뷔 골을 터뜨렸다. 2019~2020시즌 스페인 라리가 발렌시아 CF 소속으로 챔피언스리그 무대에 데뷔한 이강인은 이후 챔피언스리그 출전 7경기 만에 첫 골을 성공시켰다. 레알 소시에다드 원정 16강 2차전에선 킬리앙 음바페의 두 번째 골을 돕기도 했다. 이강인은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눈부신 활약이 기대된다.

16강: 세리에A 챔피언 인테르의 이른 탈락

인테르나치오날레 밀라노(인테르)는 올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2위 AC 밀란을 승점 19점차로 따돌리며 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리그에선 말 그대로 독주를 이어간 시즌이었다. 그간 시모네 인자기 인테르 감독이 토너먼트에 강한 면모를 보였거니와,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준우승을 거뒀기에 다시금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이번 챔피언스리그에서 인테르는 16강 조기 탈락이 확정되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인테르가 만난 상대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였다. 홈에서 치른 1차전에서 1-0으로 승리해 8강 진출 가능성을 높였지만, 2차전 원정에서 1-2로 패배하며 총합 점수를 따라잡혔다. 승부차기 끝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8강에 진출하며 인테르는 지난 시즌만큼 챔피언스리그 돌풍을 이어가지 못했다.

조별리그 1위로 여유 있게 16강에 오른 아스날은 포르투를 만나 예상 밖 진땀 승부를 펼쳤다. 세르지우 콘세이상 포르투 감독은 아스날을 상대로 공간을 주지 않는 맞춤 전술을 선보였다. 노련한 중앙 수비수 페페 역시 클래스를 입증하며 아스날의 공격을 틀어막았다. 결국 두 팀은 1·2차전 총합 점수에서 1-1로 승부차기에 돌입했고, 그 결과 아스날이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리그에서 막강 화력을 뽐낸 아스날의 기세가 챔피언스리그에선 이어지지 못했다. 아스날 선수들의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경험 부족이 과도한 긴장으로 이어져 제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한 측면도 있었다. 결국 아스날은 8강에서 바이에른 뮌헨을 만나 무너졌다.

맨시티 vs 마드리드 '꿀잼 경기' 이목

8강: 디펜딩 챔피언 맨시티 탈락

8강에서 가장 주목받은 경기는 레알 마드리드와 맨시티의 맞대결이었다. 2021~2022시즌부터 세 시즌 연속 맞붙은 두 팀은 이번에도 '꿀잼 경기'를 연출했다. 레알 마드리드 홈에서 열린 1차전은 베르나르두 실바의 프리킥, 필 포든과 페데리코 발베르데의 원더 골이 터진 끝에 3-3 무승부로 끝났다. 맨시티 홈으로 장소를 옮긴 2차전에서도 두 팀은 1-1 무승부로 균형을 깨지 못했다. 끝내 승부차기에서 웃은 팀은 레알 마드리드였다. 공간을 틀어막는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의 맞춤 전술과 승부차기 집중력에서 우위를 점한 레알 마드리드는 지난 시즌 4강에서 맨시티에 당한 패배를 설욕하는 데 성공했다. 디펜딩 챔피언 맨시티의 여정은 8강에서 종료됐다. 그들을 꺾은 레알 마드리드의 우승 가능성이 매우 커진 순간이었다.

한편 바르셀로나는 파리 생제르맹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펼쳤지만 2차전 초반 로날드 아라우호의 퇴장 변수를 극복하지 못해 무릎을 꿇었다. 차비 에르난데스 감독은 아라우호, 쥘 쿤데를 앞세워 음바페를 틀어막았지만 수비 구심점 아라우호가 퇴장당하면서 모든 계획이 꼬이고 말았다. 브래들리 바르콜라, 우스망 뎀벨레의 활약으로 파리 생제르맹은 4강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경기 내내 바르셀로나에 전반적으로 밀리는 모습을 보여 팀 경기력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한편 도르트문트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상대로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끝에 총합 스코어 5-4로 4강 진출에 성공했다. 바이에른 뮌헨도 아스날을 3-2로 잡고 준결승에 합류했다.

4강: '레알 호씨' 호셀루의 기적

파리 생제르맹 경기력에 대한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됐다.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경기 내용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등 무딘 공격력을 보이고 말았다. 도르트문트는 카림 아데예미의 활동량을 앞세워 파리 생제르맹의 측면 공격을 틀어막았다. 또한 니코 슐로터베크의 롱패스, 율리안 브란트의 연결 고리, 아데예미의 속도, 제이든 산초의 드리블, 니클라스 퓔크루크의 힘을 앞세워 효율적인 역습 공격을 펼쳤다.

한편 레알 마드리드는 바이에른 뮌헨과 2차전 홈에서 먼저 실점을 내주며 탈락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후반 중반에 교체 투입된 호셀루가 88분과 90+1분에 두 골을 넣는 기적을 연출하며 레알 마드리드를 결승에 진출시켰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 이어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 레알 마드리드의 승리를 결정지은 사나이는 호셀루였다. '레알 호씨'의 위력은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이어졌다.

결승: 잘 싸운 도르트문트, 더 강했던 레알 마드리드

결승 대진은 언더도그 도르트문트와 톱도그 레알 마드리드의 싸움이었다. 이미 4강 당시 톱도그 파리 생제르맹을 언더도그로서 잡아본 도르트문트는 같은 전략을 고수했다. 공수(攻守) 모두에 특유의 활동량을 지닌 아데예미를 참여시키는 한편, 슐로터베크와 브란트의 패스 연결, 전방 자원들의 드리블과 침투로 상대 뒤 공간을 공략하는 전략이다. 일단은 수비 라인을 내려 신중히 대응하면서도 상황에 따라 상대를 적극 압박해 실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시작 분위기는 도르트문트가 좋았다. 레알 마드리드의 중원을 상대로 더 나은 기동력을 보여주며 상대를 공략했다. 이에 따라 경기 분위기를 가져온 도르트문트의 아데예미와 퓔크루크에게 좋은 기회가 왔지만 골로 이어지진 못했다. 위기를 의식한 레알 마드리드는 일단 물러서는 형태의 경기를 펼치며 실점하지 않는 것을 우선시했다.

케인, 음바페 공동 득점왕

2023~2024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공동 득점왕에 오른 바이에른 뮌헨의 해리 케인(왼쪽)과 레알 마드리드(챔스 당시 파리 생제르맹 소속)의 킬리앙 음바페. [뉴시스]
결국 후반전 중반이 되자 아데예미를 시작으로 도르트문트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지친 모습을 드러냈다. 점수는 여전히 0-0이었다. 도르트문트가 지치길 기다리던 레알 마드리드는 수비에 집중하던 경기 전략을 바꿔 적극적인 공세에 나섰다. 결국 코너킥 상황에서 다니엘 카르바할이 선제골을 넣었고,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의 추가 골까지 더해져 15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구단 역사상 최초로 대회 무패 우승(13경기 9승 4무)을 달성했고, 비니시우스는 대회 MVP로 선정됐다. 득점왕은 8골을 넣은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과 음바페(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가 공동 수상했다.

임형철 스포티비 해외축구·스카이스포츠 K리그1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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