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재건축 40년 걸린다?...순환방식 적용이 우려되는 이유[부동산 산책]
[파이낸셜뉴스] ‘부동산 산책’은 전문가들이 부동산 이슈와 투자 정보를 엄선해 독자들에게 전달할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최근 국토교통부는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 선정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관심은 어느 곳이 선도지구로 지정되느냐에 쏠리고 있는 데요. 필자는 해당 보도자료에서 개인적으로 우려했던 사항이 포함된 것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순환방식 재건축'이 발표에 포함된 것입니다.
순환방식 재건축은 말 그대로 동시 다발적으로 정비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정비를 진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특정 시점에 공급절벽이나 공급과잉이 나오지 않게 하는 방법입니다.
사실 이 방식은 이론적으로 좋습니다. 하지만 치명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애초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순환방식으로 진행해 왔다면 이 방식이 맞습니다. 그런데, 이제 다 정비사업 시기가 도래했는데 갑자기 순환방식 카드를 꺼낸다. 이것은 ‘재건축 안 시켜주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현재 1기 신도시에서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들은 많습니다. 국토부 발표를 보면 선도지구는 1~2곳만 선정한다고 합니다. 지자체에 따라 1~2곳을 더 추가할 수 있다고 하지만 결국 많아야 4곳입니다. 이렇게 해서 매년 일정 물량 지정하면서 나간다고 합니다. 그러면 전체적인 완성까지는 얼마나 걸릴까요.
일반적으로 정비사업은 조합설립으로부터도 10년 걸립니다. 이제 시작하는 것이면 사실상 15년은 봐야 합니다. 선도지구에 각종 특혜를 줘도 얼마나 빨리 진행될지 의문입니다.
필자는 순환방식이 적용되면 사실상 1기 신도시 정비는 40년 이상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단적으로 잘 보여주는 사례가 구성남 재개발입니다. 이곳은 순환방식으로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대표적인 지역입니다.
구성남 재개발의 경우 지금 입주한 단지들도 있고, 입주할 단지도 있고, 공사중인 곳은 물론 인허가를 받는 곳도 있습니다. 벌써 시작한 지 20년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구성남이 다 정비되려면 앞으로도 20년이 더 걸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1기 신도시를 순환방식으로 진행한다는 것은 첫 사업이 15년, 나중에 다 정비되려면 40년은 넘게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국토부가 순환방식 카드를 꺼낸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이주대란 우려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주대책을 수립해야 하는데, 부지도 부족하고 예산도 부족합니다. 무엇보다 이주대책을 내놓아도 분명 더 시급하고 열악한 지역도 많은데, 1기 신도시 주민들에게 특혜를 준다는 시비(?)가 붙을 수도 있겠지요. 결국 이주대책이 아닌 순환방식이라는 이주 지연 카드를 꺼낸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대책이 아니라 '최악의 수'라고 봅니다. 국토부는 2024년 11월 첫 선도지구 지정, 2025년 특별정비구역 지정, 2026년 사업시행계획 수립, 2027년 착공, 2030년 준공을 목표로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재개발·재건축 전문가 입장을 떠나서 전국에 그 어떠한 곳도 정비구역 지정으로부터 2년만에 착공한 현장은 전무합니다.
신도시 정비사업이 성공하려면 진정한 이주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주대책이 어렵다면, 극단적으로 '무대책이 대책'이라고도 말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순서를 둘 게 아니라 동의율만 맞으면 다 지정해야 합니다. 서울시도 지난 2000년 수백곳의 재개발 지역을 지정했습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여러분들은 잘 알겠지만 모두 정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사업성이 부족한 곳, 주민들 간의 갈등이 있는 곳 등 알아서 지연되는 곳들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순환방식 재개발이 됩니다. 일단 지정 자체를 너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1기 신도시 정비는 지금이 골든타임 입니다. 주민들의 재건축에 대한 의지도 높고, 이주를 하라고 해도 할 여력이 있습니다. 더 늦어지면 그대로 살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개발은 요원해질 것입니다. 무엇보다 무섭게 치솟는 공사비도 문제이지요.
정부의 순환방식 카드를 보면서 1기 신도시 정비가 순조롭게 진행되기 어려울 수 있겠다는 우려가 듭니다. 정부는 방향에 맞춰 계획을 세우고, 요건에 맞는 곳은 사업이 진행될 수 있게 길을 열어주는 것이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으로 사업을 지연 시키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
※이 글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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