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화하는 친명계…신명계 '강성' 대 원조친명계 '쓴소리'
최대 계파된 초선 중심 혁신회의 등 신주류는 가속페달
친명, 강온 세력으로 분화 진행…이재명, 연임 반대 수용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연임과 대선 행보를 뒷받침해 주는 당헌·당규 개정을 밀어붙이자 원조 친명(친이재명)계가 작심한 듯 쓴소리를 쏟아냈다. 사실상 이번 개정안을 주도하고 있는 강성 친명계 행보에 제동을 건 셈이다. 이 대표는 자신의 연임을 위한 당헌·당규는 개정하지 말자며 원조 친명계의 의견을 수용하는 모양새다. 친명계 내에서도 강온 세력으로 나뉘어 분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민주당 당헌·당규 개정안은 당대표 사퇴에 예외 조항을 두고, 국회의장 선거에 권리당원 투표를 반영하는 내용이 최대 쟁점으로 이 대표 첫 대선 출마 때부터 함께한 '원조 친명' 김영진 의원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것으로 8일 파악됐다.
3선 중진의 김 의원은 이 대표의 중앙대 후배로 친명 핵심 그룹인 7인회 멤버다. 그는 개정안이 보고된 의원총회를 시작으로 이번 주 선수별 간담회와 국회의원-지역위원장 206명이 참석한 연석회의 등 의견수렴 과정에서 줄곧 반론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대선 출마 시 1년 전 당대표 사퇴 규정에 '상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사퇴 시점을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붙이는 것은 "사실상 이 대표의 임기 연장을 얘기하는 것으로 원칙이 없다"고 지적했다.
현행 당헌대로라면 오는 8월 당대표 임기가 끝나는 이 대표는 연임하더라도 차기 대선을 1년 남겨둔 2026년 3월 전에 사퇴해야 한다. 그러나 당헌이 개정되면 2026년 6월 열리는 지방선거에서 공천권을 행사한 후 대선으로 직행할 수 있게 된다. 김 의원은 다음 대표 임기를 2025년 12월 말까지로 정해 논란의 여지를 차단하자고 제안했다.
그간 의원들만 참여했던 국회의장 후보와 원내대표 경선에 권리당원 투표를 20% 반영하는 개정안에 대해서도 대의민주주의 파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올바른 방향이 아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며 "이번 당헌·당규 개정은 이 대표의 대선 승리에도, 민주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7인회 멤버로 친명 좌장 격인 정성호 의원도 당원권 강화 움직임을 비판하고 나섰다. 정 의원 지난달 라디오 '박재홍의 항판승부'에서 국회의장 후보 및 원내대표 당내 경선에 권리당원투표 20%를 반영하자는 방안을 두고 "당원만으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된 것이 아니"라며 "국민들의 민심을 반영하는 쪽으로 섬세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의원은 당원들의 대표, 정당의 대표도 되겠지만 기본적으로 국민의 대표"라며 "국회의장도 국회의원 전체가 뽑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가장 좋은 건 민심과 당심을 일치시키는 것"이라며 "그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건지 세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5선의 정 의원은 최근 이 대표가 주재한 선수별 간담회에서도 이러한 우려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의원들 다수가 강성 친명 당원들의 눈치를 보며 입조심하는 사이 원조 친명계가 일종의 '레드팀'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4·10 총선을 거치며 초선 의원 등이 중심이 된 강성 친명이 민주당 신주류로 부상하고 있는 당내 지형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중심에는 강성 원외 친명 그룹에서 민주당의 최대 계파가 된 더민주혁신회의(혁신회의)가 있다. 이들은 앞서 국회의장 선거에서도 당심과 명심을 앞세워 추미애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이번 당헌·당규 개정 작업과 관련해서도 당원 주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며 이 대표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들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2기 출범식 및 전국대회'에서 결의문을 통해 "국회의원 중심 퇴행적 원내정당을 거부한다"며 "당의 주인은 당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론을 정하는 전당원투표를 제도화하고 당원이 공직후보자를 직접 선출할 수 있게 제도화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행사에는 당원권 강화에 뜻을 같이하는 박찬대 원내대표와 정청래·장경태 최고위원 등 강경 친명 지도부도 총출동했다.
한 수도권 의원은 "민주당 의원 대부분이 친명계가 될 정도로 규모가 커진 만큼 당의 노선을 두고 입장 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특히 7인회 출신 원조 친명 대 혁신회의 멤버를 중심으로 한 신 강성 친명들의 노선 차가 확연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친명의 분화라고 분석하는 것은 아직은 시기상조인 것 같다"면서도 "헤게모니를 잡기 위한 당내 경쟁과 계파 갈등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대표는 전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대표 임기와 관련한 당헌·당규 개정은 유보하고 당원권 강화에 집중하자"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대표 임기 규정을 손질하는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 '이재명 맞춤형 개정'이란 비판이 계속되자 관련 논의를 중단하자고 먼저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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