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내내 꽉 찼어요”…수요 폭발한 장애인 친화 미용실 [주말엔]
미용실 이용하면서 장애인을 본 적이 있나요?
휠체어를 탄 사람,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은 미용실을 어떻게 이용할까요?
260만 명이 넘는 장애인들은 어디서, 어떻게 머리를 자르고 관리할까요?
서울시 노원구에 이들을 위한 특별한 미용실이 있다고 해서 다녀왔습니다.
■ "커트·염색·파마 모두 가능"
2022년 9월, 서울시 노원구에 헤어 카페 '더 휴(休)'가 문을 열었습니다.
커트만 할 수 있는 장애인 전용 미용실은 있었지만, 파마·염색·클리닉·샴푸 등 일반 미용실의 서비스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 친화 미용실은 이곳이 전국 최초입니다.
이곳은 서울시와 노원구가 지원하고 마들종합사회복지관이 위탁 운영함으로써 가격(커트 6,900원, 염색 15,900원, 파마 19,000원, 클리닉 22,000원)도 일반 미용실보다 저렴합니다.
워낙 인기가 많아 최소 한 달 전에 예약해야 합니다.
"이곳은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다 준비되어 있어요. 바닥에 턱이 없어 이동할 때 불편함이 없고 장애인 화장실도 마련되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어서 좋아요."
-중증 지체 장애인 김윤숙 씨
■ "미용실 갈 때마다 눈치 보였어요"
장애인들은 일반 미용실을 가기가 선뜻 꺼려집니다.
자극에 민감한 발달 장애 아동의 경우에는 바리캉 소리에 자지러지기 일쑤입니다.
자폐 아동의 부모는 늘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여야 했고 눈치를 봤습니다.
휠체어라도 타고선 미용실로 들어서기도 쉽지 않습니다. 장애인 화장실이 갖춰진 시설 좋은 미용실은 요금이 비싸기도 합니다.
중증 지체 장애인 김윤숙 씨는 "일반 미용실에서는 머리할 동안 화장실을 한 번도 못 가고 끝날 때까지 참다가 끝나고 나서야 장애인 화장실이 있는 곳으로 간 적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최윤복 씨는 지체 장애를 가진 지 40년이 되었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의 시선이 제일 두렵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사람들 시선이 익숙하지 않아서 내 돈 주고 하면서도 눈치가 보여요."
-지체 장애인 최윤복 씨
■ "장애인분들, 대환영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미용실 출입문은 손뿐만 아니라 발로도 작동할 수 있고 내부에는 턱이 없어 휠체어의 출입이 자유롭습니다.
미용실 안에도 바닥에 점자블록이 표시되어 있고 휠체어를 타고 가도 벽에 부딪히지 않도록 안전펜스도 설치되어 있습니다.
샴푸대는 손님이 의자에 앉아 있으면 옆으로 돌려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특수 제작되었고 중증장애인이 이동할 수 있는 리프트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또한, 사회복지사가 상주하며 사회 복지 정보를 안내받거나 상담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장애인을 편견 없이 대하는 헤어 디자이너들이 상주해 있습니다.
미용 경력 15년 차인 정지혜 실장은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주기적으로 장애 인식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손님에게 '마음에 드시죠?'라고 물어보는 것부터 실례예요. 이분은 시술 중간에 손으로 만져서 헤어스타일을 확인하시고 원하는 스타일을 말씀하세요. 비장애인 분들이 하듯이 똑같이요. 여기서는 다 가능한 일입니다."
-정지혜 실장
■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장애인 친화 미용실
헤어 카페 더 휴(休)는 오직 노원구에 등록된 장애인들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도 문의가 많이 오지만, 안타깝게도 이용할 수가 없습니다.
정지혜 실장은 "지나가다가 들르시는 분들도 계시고 문의 전화도 많이 온다"며 "다들 각자의 사정이 있으신 분들인데 노원구에 거주하시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안 된다고 말씀드릴 때가 가장 안타깝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장애인 친화 미용실을 열거나 추진하고 있지만, 장애인들이 집 가까운 곳에서 편하게 이용할 미용실은 아직 턱없이 부족합니다.
■ "이런 미용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이곳을 자주 이용한다는 김윤숙 씨는 "유일하게 아쉬운 점은 예약하기가 너무 힘든 거"라며 "예약하려면 최소 한 달 전에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마저도 2호점(공릉점)이 생겨서 한 달 전이지, 그전에는 2~3달 전에야 예약을 잡을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미용실에는 끊임없이 문의 전화가 오는 걸 확인할 수 있었고, 헤어 시술을 받은 손님들은 끝나자마자 바로 다음 예약을 잡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장애인이어서 가기 불편해'가 아닌, 마음 편히 쉬면서 원하는 헤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
손님들은 이런 시설이 전국에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뭔가 대접받는 기분이고, 이상하게 하고 왔다가 여왕처럼 하고 가는 기분이에요."
-중증 지체 장애인 김윤숙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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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용석 기자 (hy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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