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조작 의혹’에 ‘낮은 당첨금’까지...‘K-로또’ 미스터리
2024. 6. 8. 08:57
올해 들어 한 번 제외하고 1등 당첨자 모두 10명 이상
당첨금 10억 안될 때도 있어...'인생 역전' 불가능
“어떻게 1등 당첨자가 계속해서 10명 이상씩 나오는지 모르겠다.”
한 주도 빼먹지 않고 로또를 구매한다는 직장인 정창윤(41) 씨는 로또를 구매할 때마다 이런 의문을 갖는다. 그는 “미국 로또인 ‘파워볼’만 보더라도 1등이 나오지 않아 당첨금이 몇 개월씩 이월되는 경우가 빈번한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며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결과”라고 했다.
간혹 로또를 사고 있다는 김가흔(38) 씨도 이와 비슷한 의혹을 제기했다. 김 씨는 “매주 10명이 넘는 1등이 나오다 보니 손에 쥐게 되는 액수도 해외와 비교해 말도 안 되게 작다”며 “한국 로또는 1등에 당첨돼도 ‘인생역전’은 꿈도 꾸기 어렵다”고 했다.
올해 들어 ‘로또 조작’ 의혹이 재점화되고 있다. 토요일 추첨 때마다 계속해서 10명 이상씩 ‘행운의 주인공’들이 쏟아지는 기막힌 우연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명 이하로 1등 당첨자가 나온 회차는 1117회(4월 27일 추첨, 1등 9명) 단 한 번에 불과하다. 나머지 회차는 로또 1등 당첨자가 모두 10명 이상이었다. 무려 20명이나 1등에 뽑힌 적도 있다.
구매자들 사이에서 ‘숫자를 조작하지 아니고서야 이렇게 많은 당첨자들이 매주 나올 수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로또를 운영 및 관리하는 기획재정부 복권관리위원회에 연락해 로또와 관련해 제기되는 각종 의혹들에 대한 해명을 들어봤다.
재점화된 ‘로또 논란’
로또 조작설이 제기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흔히들 로또 1등 당첨을 번개 맞을 확률에 비유하곤 한다. 그만큼 당첨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매주 1등 당첨자가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상황이다. 1등이 나오지 않아 당첨금이 수개월 넘게 누적되는 경우도 종종 나오며 한 번에 수천억원의 당첨금을 거머쥐는 사례도 빈번하다.
미국만 보더라도 얼마 전 13억 달러(약 1조8000억원)에 당첨된 파워볼 1등이 탄생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주인공은 40대 라오스 이민자로, 3개월 넘게 당첨자가 나오지 않으며 금액이 누적돼 이 같은 천문학적인 금액을 손에 쥐게 됐다. 세금을 제외하더라도 그는 한 번에 4억2200만 달러(약 5805억원)를 벌며 전 세계인의 부러움을 샀다.
이와 반대로 한국 로또는 최근 너무 적은 당첨금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지난 5월 11일 진행된 1119회 추첨에서다.
당시 1등 당첨자는 무려 19명이 나왔다. 1등 19명이 총 당첨금액을 나눠 가지는 로또 방식에 따라 1인당 당첨금은 약 14억원이 책정됐다. 세금을 제하고 나면 실수령액은 약 9억4000만원이었다. 적은 돈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해외와 비교하면 턱없이 모자란 금액이다.
포털사이트 및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로또 1등 돼도 서울 아파트 한 채도 못 사네”, “한국 로또는 로또라고 부르면 안 된다”와 같은 반응들이 쏟아졌다.
그렇다면 왜 한국에서는 매주 이렇게 많은 당첨자가 나와 해외와 비교도 안 되는 금액을 수령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한국 로또는 당첨 확률 높아”
복권위원회 얘기를 들어보면 이는 한국 로또의 당첨 확률과 연관이 있다. 예컨대 흔히들 비교하는 미국 파워볼과 한국 로또는 추첨 방식 자체가 다르다.
6개의 숫자를 맞히는 것은 같지만 파워볼은 조금 더 복잡하다. 1등에 당첨되기 위해서는 흰색 공 69개 중 5개와 빨간 공 26개 중 1개의 번호를 맞혀야 한다. 이를 동시에 맞힐 확률은 2억9220만분의 1로 추정된다.
복권위원회 관계자는 “한국 로또는 1~45까지 숫자 중 6개를 맞히면 1등이 되는데 확률은 약 814만분의 1이다”며 “파워볼보다 당첨 확률이 3000배 이상 높다”고 했다.
복권위원회 관계자는 “각 서버에 저장된 데이터를 합치고 정리해야 할 뿐 아니라 추첨 때 사용하는 공에 이상이 없는지도 확인해야 해 구매 마감 후 35분 뒤 생방송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버 해킹 의혹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사람들이 구매한 로또 번호는 총 5개의 데이터베이스(DB)에 나눠 저장된다. 즉 35분이라는 시간 동안 5개의 서버를 해킹해야 조작이 가능한데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복권위원회 측의 설명이다.
특정 지역에서만 당첨자가 나온다는 의혹도 일축했다. 2023년의 경우 경기 남부권에서 로또 구매액(약 1조4000억원)이 가장 많았는데 여기에 비례해 해당 지역에서 1등 당첨자가 142명으로 제일 많이 나왔다.
복권위원회 관계자는 “로또 당첨은 100% ‘운’이라고 봐야 한다”며 “당첨번호 추천이나 1등 확률 분석 등은 사기에 가깝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당첨금 10억 안될 때도 있어...'인생 역전' 불가능
[비즈니스 포커스]
“어떻게 1등 당첨자가 계속해서 10명 이상씩 나오는지 모르겠다.”
한 주도 빼먹지 않고 로또를 구매한다는 직장인 정창윤(41) 씨는 로또를 구매할 때마다 이런 의문을 갖는다. 그는 “미국 로또인 ‘파워볼’만 보더라도 1등이 나오지 않아 당첨금이 몇 개월씩 이월되는 경우가 빈번한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며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결과”라고 했다.
간혹 로또를 사고 있다는 김가흔(38) 씨도 이와 비슷한 의혹을 제기했다. 김 씨는 “매주 10명이 넘는 1등이 나오다 보니 손에 쥐게 되는 액수도 해외와 비교해 말도 안 되게 작다”며 “한국 로또는 1등에 당첨돼도 ‘인생역전’은 꿈도 꾸기 어렵다”고 했다.
올해 들어 ‘로또 조작’ 의혹이 재점화되고 있다. 토요일 추첨 때마다 계속해서 10명 이상씩 ‘행운의 주인공’들이 쏟아지는 기막힌 우연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명 이하로 1등 당첨자가 나온 회차는 1117회(4월 27일 추첨, 1등 9명) 단 한 번에 불과하다. 나머지 회차는 로또 1등 당첨자가 모두 10명 이상이었다. 무려 20명이나 1등에 뽑힌 적도 있다.
구매자들 사이에서 ‘숫자를 조작하지 아니고서야 이렇게 많은 당첨자들이 매주 나올 수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로또를 운영 및 관리하는 기획재정부 복권관리위원회에 연락해 로또와 관련해 제기되는 각종 의혹들에 대한 해명을 들어봤다.
재점화된 ‘로또 논란’
로또 조작설이 제기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흔히들 로또 1등 당첨을 번개 맞을 확률에 비유하곤 한다. 그만큼 당첨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매주 1등 당첨자가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상황이다. 1등이 나오지 않아 당첨금이 수개월 넘게 누적되는 경우도 종종 나오며 한 번에 수천억원의 당첨금을 거머쥐는 사례도 빈번하다.
미국만 보더라도 얼마 전 13억 달러(약 1조8000억원)에 당첨된 파워볼 1등이 탄생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주인공은 40대 라오스 이민자로, 3개월 넘게 당첨자가 나오지 않으며 금액이 누적돼 이 같은 천문학적인 금액을 손에 쥐게 됐다. 세금을 제외하더라도 그는 한 번에 4억2200만 달러(약 5805억원)를 벌며 전 세계인의 부러움을 샀다.
이와 반대로 한국 로또는 최근 너무 적은 당첨금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지난 5월 11일 진행된 1119회 추첨에서다.
당시 1등 당첨자는 무려 19명이 나왔다. 1등 19명이 총 당첨금액을 나눠 가지는 로또 방식에 따라 1인당 당첨금은 약 14억원이 책정됐다. 세금을 제하고 나면 실수령액은 약 9억4000만원이었다. 적은 돈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해외와 비교하면 턱없이 모자란 금액이다.
포털사이트 및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로또 1등 돼도 서울 아파트 한 채도 못 사네”, “한국 로또는 로또라고 부르면 안 된다”와 같은 반응들이 쏟아졌다.
그렇다면 왜 한국에서는 매주 이렇게 많은 당첨자가 나와 해외와 비교도 안 되는 금액을 수령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한국 로또는 당첨 확률 높아”
복권위원회 얘기를 들어보면 이는 한국 로또의 당첨 확률과 연관이 있다. 예컨대 흔히들 비교하는 미국 파워볼과 한국 로또는 추첨 방식 자체가 다르다.
6개의 숫자를 맞히는 것은 같지만 파워볼은 조금 더 복잡하다. 1등에 당첨되기 위해서는 흰색 공 69개 중 5개와 빨간 공 26개 중 1개의 번호를 맞혀야 한다. 이를 동시에 맞힐 확률은 2억9220만분의 1로 추정된다.
복권위원회 관계자는 “한국 로또는 1~45까지 숫자 중 6개를 맞히면 1등이 되는데 확률은 약 814만분의 1이다”며 “파워볼보다 당첨 확률이 3000배 이상 높다”고 했다.
많은 이들이 제기하는 또 다른 의혹인 ‘이월이 발생하지 않는 이유’ 역시 이 같은 당첨 확률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로또는 매주 약 1억 장 가까이 팔리고 있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을 확률은 17만7601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로또와 관련된 포털사이트 댓글들을 보면 아직도 추첨방송이 녹화방송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로또복권 추첨 방송은 매주 토요일 오후 8시 35분에 MBC를 통해 전국으로 생중계된다. 또한 일반인들도 매주 로또복권 추첨방송 참관을 신청할 수 있어 조작이 의심되면 방송국에 나와 직접 추첨 과정도 확인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로또 구매 마감 시간은 오후 8시인데 추첨은 8시35분에 한다”며 “35분 동안 번호를 조작하는 것 아니냐”라는 지적을 제기하는데 여기에도 다 이유가 있다는 설명이다.
로또와 관련된 포털사이트 댓글들을 보면 아직도 추첨방송이 녹화방송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로또복권 추첨 방송은 매주 토요일 오후 8시 35분에 MBC를 통해 전국으로 생중계된다. 또한 일반인들도 매주 로또복권 추첨방송 참관을 신청할 수 있어 조작이 의심되면 방송국에 나와 직접 추첨 과정도 확인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로또 구매 마감 시간은 오후 8시인데 추첨은 8시35분에 한다”며 “35분 동안 번호를 조작하는 것 아니냐”라는 지적을 제기하는데 여기에도 다 이유가 있다는 설명이다.
복권위원회 관계자는 “각 서버에 저장된 데이터를 합치고 정리해야 할 뿐 아니라 추첨 때 사용하는 공에 이상이 없는지도 확인해야 해 구매 마감 후 35분 뒤 생방송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버 해킹 의혹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사람들이 구매한 로또 번호는 총 5개의 데이터베이스(DB)에 나눠 저장된다. 즉 35분이라는 시간 동안 5개의 서버를 해킹해야 조작이 가능한데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복권위원회 측의 설명이다.
특정 지역에서만 당첨자가 나온다는 의혹도 일축했다. 2023년의 경우 경기 남부권에서 로또 구매액(약 1조4000억원)이 가장 많았는데 여기에 비례해 해당 지역에서 1등 당첨자가 142명으로 제일 많이 나왔다.
복권위원회 관계자는 “로또 당첨은 100% ‘운’이라고 봐야 한다”며 “당첨번호 추천이나 1등 확률 분석 등은 사기에 가깝다”고 말했다.
<돋보기>
다시 2000원으로?…로또 당첨금 상향 고민 빠진 정부
“물가는 치솟았는데 당첨금은 왜 20년째 그대로인가요?”
복권위원회에 가장 많은 문의가 들어오는 질문 중 하나다. 로또 당첨금이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면서 정부도 최근 로또 당첨금 상향 조정을 검토 중에 있다.
2002년 출범 당시 로또 가격은 게임당 2000원이었다. 이때만 해도 한국도 지금과 달리 수백억원의 당첨자가 나오기도 했다. 1등 평균 당첨금은 35억원을 웃돌았으며 100억원대 당첨자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로또 광풍이 불자 일각에서 사행성 문제가 제기됐고 결국 정부는 2004년 8월 로또 구매 가격을 1000원으로 낮췄다. 이후 20년째 변동이 없다. 지난해 로또 1등에 당첨된 이들의 1인당 평균 수령 금액은 21억원으로 크게 떨어졌다.
그러나 최근 치솟은 부동산, 물가 등을 감안해 로또 당첨금도 높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복권위원회는 로또 당첨금·판매액 상향 조정에 대해 의견수렴 기회를 마련할지 검토 중에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역시 지난 5월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로또 1등에 당첨되더라도 서울에서 집도 못 산다는 지적이 있다”는 한 기자의 질문에 “공청회 등 방식을 통해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검토 여부를 확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시 2000원으로?…로또 당첨금 상향 고민 빠진 정부
“물가는 치솟았는데 당첨금은 왜 20년째 그대로인가요?”
복권위원회에 가장 많은 문의가 들어오는 질문 중 하나다. 로또 당첨금이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면서 정부도 최근 로또 당첨금 상향 조정을 검토 중에 있다.
2002년 출범 당시 로또 가격은 게임당 2000원이었다. 이때만 해도 한국도 지금과 달리 수백억원의 당첨자가 나오기도 했다. 1등 평균 당첨금은 35억원을 웃돌았으며 100억원대 당첨자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로또 광풍이 불자 일각에서 사행성 문제가 제기됐고 결국 정부는 2004년 8월 로또 구매 가격을 1000원으로 낮췄다. 이후 20년째 변동이 없다. 지난해 로또 1등에 당첨된 이들의 1인당 평균 수령 금액은 21억원으로 크게 떨어졌다.
그러나 최근 치솟은 부동산, 물가 등을 감안해 로또 당첨금도 높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복권위원회는 로또 당첨금·판매액 상향 조정에 대해 의견수렴 기회를 마련할지 검토 중에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역시 지난 5월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로또 1등에 당첨되더라도 서울에서 집도 못 산다는 지적이 있다”는 한 기자의 질문에 “공청회 등 방식을 통해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검토 여부를 확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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