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주장의 따끔한 일침, “의기소침만 해서는 주전이 될 수 없다”…이게 두산의 뚝심이자 힘
7일 잠실 두산-KIA전은 조금 더 일찍 끝날 수 있었다. 팽팽한 승부가 이어진 명승부였지만 버티기 싸움에서 우위를 가져 간 두산이 2차례 끝내기 기회를 맞았다. 5-5로 맞선 11회 무사 1·2루는 결정적 기회였다.
타석에 들어선 양의지는 김도현을 상대로 끝내기가 될 수 있는 우익수 앞 안타를 때렸다. 타구의 각이 다소 낮은 직선타성 타구였지만 누가 봐도 안타가 될 확률이 높은 타구였다. 이때 2루주자 전민재가 타구 판단을 잘못하면서 3루로 향하는 대신 2루로 돌아가려는 동작을 했다. 한 차례 역동작을 했다가 다시 주루하는 바람에 전민재는 양의지의 타구 때 홈까지 돌아가지 못했고 3루에 멈췄다. 양의지가 황당해하는 표정이 중계 화면에 잡혔다.
무사 만루는 점수가 날 확률이 높지만 100%는 아니다. 실제 10회말에도 두산은 끝내기 기회를 놓쳤다. KIA 마무리 정해영을 상대로 1사 뒤 양석환이 2루타를 때리며 물꼬를 텄고 김재호의 안타와 조주행의 고의4구가 나오면서 1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이유찬이 경기를 끝낼 수 있었지만, 이유찬의 타구는 3루수 정면 타구가 됐고 KIA 3루수 김도영이 홈에 던져 점수를 막았다. 정수빈이 3루 파울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득점에 실패했다.
결과적으로는 김재환의 끝내기 사구 승리로 마무리됐지만 전민재의 타구 판단 미스는 자칫 결정적 실수가 될 수 있었다.
결과가 좋으면, 다 괜찮은걸까?
두산 주장 양석환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다소 굳은 표정으로 “물론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기 때문에 의기소침할 수 있다. 분명 지금 굉장히 팀에 미안하고 죄송스러울 거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겼다고 해서 그냥 의기소침에 머물고 미안함에 머물고 있다면 주전이 될 수 없다. 이걸 넘어서고 실수를 만회하고, 이를 통해 더 성장하지 못하면 계속 백업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리그 선두와의 치열하고 팽팽한 승부 속 끝내기 승리를 거둔 팀 분위기 속 쉽게 찾을 수 있는 도취 등은 보이지 않았다. 두산 주장 양석환은 냉정하게 잘못을 지적했고 이를 넘어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두산은 이번 주 4경기 중 3경기가 연장이었고, 3번의 연장을 모두 이겼다. 그 비결이 어쩌면 두산 주장 양석환의 한마디에 있는지 모른다. 두산의 뚝심의 팀이라 불리는 이유다.
양석환은 이날 2회와 4회 KIA 네일로부터 연타석 홈런을 때렸다. 10회말에는 끝내기의 발판이 될 뻔 했던 2루타도 때렸다. 충분히 자랑할만했지만 양석환은 “타격감은 언제든 좋았다 나빴다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네일을 짧은 기간 3번째 만났기 때문일 수도 있다. 연타석 홈런 나왔다고 앞으로 무조건 잘 친다는 보장 없다”고 말했다. 두산 주장은 여전히 냉정하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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