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은 버림받지 않는다.” [새로 나온 책]
미인 1941
조두진 지음, 이정서재 펴냄
“내 삶은 버림받지 않는다.”
1941년 6월, 소련은 궁지에 몰렸다. 독일이 소련 서부 국경을 넘어 모스크바로 진격했다. 소련 동부로는 일본 관동군이 쳐들어올지도 몰랐다. 마침 소련 스파이 조르게가 일본에서 극비 정보를 스탈린에게 보낸다. ‘일본군이 천연자원 확보를 위해 남방으로 진격할 계획’이란 것. 스탈린은 생각에 빠진다. ‘조르게를 어떻게 믿지?’ 〈미인 1941〉은 지금까지의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한 가상 소설이다. 충칭의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소련 무기를 공급받는 대가로, 확실한 정보를 쥔 일본 고위 관료를 스탈린에게 넘기기로 하고 여성 미인계 요원을 포함한 ‘납치조’를 도쿄에 급파하기 때문이다. 현대 세계사에서 가장 긴박한 순간을 무대로 한 이 소설은 스릴러, 첩보, 심지어 로맨스까지 다양한 장르를 솜씨 있게 엮어내는 데 성공했다.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도모유키〉와 〈능소화〉의 작가 조두진이 썼다.
살아 있니, 황금두더지
캐서린 런델 지음, 조은영 옮김, 곰출판 펴냄
“여전히 우리는 이들을 그냥 내버려두지 못해서 안달이다.”
‘인간이 역사상 가장 고등한 생명체’라는 편견을 깨부수는 존재는 상상 속에서만 살지 않는다. 코끼리물범은 깊이 2000m 물속에서 숨을 두 시간이나 참을 수 있고, 북극곰은 30㎞ 밖에서도 냄새로 사람의 존재를 알 수 있다. 칼새는 적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뇌의 반쪽씩만 잠이 든다. 그러나 지금도 미국에서는 기린 사체가 거래되고, 일본의 한 카페에서는 멸종위기 보호종인 고슴도치에게 모자를 씌우고 핸드백을 메게 한 다음 사진을 찍는다. 수집가들의 탐욕 탓에 늘 수요가 넘치는 노르웨이산 상어 지느러미와 코뿔소 뿔이 고가에 사고팔린다. 그러니까 이 책은 ‘인간이 역사상 가장 고등한 생명체’라는 오만한 확신으로 인해 고통받아온 동물의 이야기다.
왜 우리는 매일 거대 도시로 향하는가
정희원·전현우 지음, 김영사 펴냄
“이 도로에 갇힌 이들은 모두 어디로 향하는 걸까.”
20년 넘게 ‘지옥철’과 버스를 갈아타온 전현우 교통·철학 연구자는 ‘일상을 지배하는 교통지옥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10여 년간 도시와 철도를 분석했다. 정희원 노년내과 의사는 ‘지금의 대한민국을 지탱하고 있는 사람들이 왜 삶 속에서 건강하지 않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지’를 고민해왔다. 교통지옥과 가속 노화 사이, 이동 문제가 있다. 두 사람이 왜 우리의 출퇴근길이 지옥 같은지 이동과 관련된 아홉 가지 주제로 편지를 주고받는다. 더 건강해지려면 더 나은 교통 시스템이 필요하고 이동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이면 사람들의 삶이 더욱 윤택해질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양림동 소녀
임영희 글·그림, 오월의봄 펴냄
“그림이 언어가 되기까지 고통이 누룽지처럼 붙어 다녔답니다.”
콩나물이 식재료 중 가장 쌌다. 매일 먹어도 달고 맛있었다. 밥상은 오선지가 되고, 콩나물은 음표가 되었다. 동경하던 언니는 사과와 커피를 내어주곤 했다. 그 집을 시몬 보부아르의 ‘보’, 베티 프리단의 ‘프’, 로자 룩셈부르크의 ‘룩’을 따서 ‘보프룩’이라 이름 짓고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전남 최초 여성단체 ‘송백회’의 시작이었다. “시대가 엉망이라고 생각”해서 유신 반대 벽보를 썼다. 협박과 고문이 되레 오기를 키웠다. 그리고 1980년 오월, 그는 담담히 적는다. “나는 봤지. 군인들이 광주 시민을 학살하고 있었어.” 뇌졸중으로 말 안 듣는 오른손 대신 왼손으로 그 세월을 복기해냈다.
우리가 동물의 꿈을 볼 수 있다면
데이비드 M. 페냐구즈만 지음, 김지원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
“우리처럼 동물들도 나름의 경험을 쓰는 작가이고, 나름의 현실을 만드는 건축가다.”
동물도 꿈을 꾼다. 강아지나 고양이는 자면서 사냥하는 듯한 행동을 보이고, 문어조차 수면 중 몸 색깔을 바꾼다. 이 밖에도 책에는 동물의 꿈을 입증하는 현대 과학의 연구 결과가 여럿 실렸다. 흥미로운 주제이지만 진지하게 논의된 것은 찰스 다윈 이후의 일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것은 과학 그 자체보다 이념의 영향이다. ‘인간과 동물은 다르다’는 주장의 논거로 꿈꾸는 능력이 꼽혔다. 그러나 각종 실험은 동물이 우리와 생각 이상으로 닮았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인간에게는 불편한 ‘동물의 주체성’이라는 주제를 생각하게 만든다. 그들 나름의 심리적 구조, 존재 방식, 진화의 역사를 갖춘 동물을, 우리는 어디까지 ‘활용’해도 괜찮은 걸까.
교회를 떠나 교회가 되다
구권효 지음, 뉴스앤조이 펴냄
“교인들은 ‘교회다운 교회’를 만드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 믿는다.”
모태신앙인 저자는 신학책을 읽으며 국가권력의 피해자를 만나 연대했다는 이유로 30년 가까이 다닌 교회에서 쫓겨나듯 떠나고 만다. 모(母)교회를 떠나며 생긴 상처가 교회 분쟁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을 만들어냈다. 개신교 독립 언론 〈뉴스앤조이〉 기자로 일하는 그는 피해를 입은 교인들에 주목했다. 수십 년간 섬긴 ‘말씀’을 의심하고 교회에서 배척당하면서도 아픔을 딛고 새로운 교회를 만들어가길 결심한다.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는 사랑의교회 불법 도로 점유 소송을 도우며 교회 본질 회복 운동을 벌이고 있다. ‘뜰교회’는 반동성애를 설교하는 목회자를 떠나 새로 세워졌다. 기존 교회를 떠나 다시 교회가 된 다섯 곳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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