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꿈꾸다 현실로, 최강야구 출신들의 돌풍, 최고 유망주는 타자수업…최하위 영웅들 올해도 ‘풍성한 스토리’

김진성 기자 2024. 6. 8.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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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SSG-키움의 경기. 키움 김건희 포수가 5회초 무사 1,2루에서 박성한의 플라이를 잡고 있다./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최하위지만, 올해도 스토리가 풍성하다.

키움 히어로즈는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며 3~4위권까지 치고 올라갔다. 그러나 장기레이스는 전력 순으로 줄을 서기 마련이다. 키움은 익숙해지면 안 되지만, 사람들에게 익숙해진 최하위로 내려왔다. 그래도 24승36패, 승률 4할을 지키며 마지막 자존심까지 꺾이지는 않았다.

키움 히어로즈 고영우./키움 히어로즈

이정후와 안우진이 사라진 2023년 후반기부터 ‘리툴링 모드’였다. 작년 전반기와 후반기, 그리고 올 시즌을 비교해보면 1군 각 파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의 면면이 많이 바뀌었다. 홍원기 감독이 본래 싹이 보이는 유망주들을 1군에서 활용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 스타일이긴 해도 큰 변화다.

타순과 포지션에 사실상 구분이 없다. 전력이 좋은 팀은 타순과 포지션이 7~80%는 고정된다. 키움은 이게 안 된다. 전력의 한계이기도 하지만, 성적이란 키워드를 애써 지우면 나름대로 자주 바뀌는 조합을 지켜보는 맛도 있다. 그리고 그들에겐 스토리가 있다.

이를 테면 김동헌이 시즌 아웃 되면서, 베테랑 김재현이 주전포수로 뛰는 그림이었다. 그러나 아니다. 근래 2년차 김건희가 포수 마스크를 자주 쓴다. 김건희는 최근 투타 겸업을 포기하고 야수에 집중하기로 했다. 일찌감치 투수로는 만들어가야 할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이라는 내부의 진단이 있었다.

야수로도 가장 먼저 1루와 외야를 병행했지만, 결국 돌고 돌아 고교 시절부터 익숙한 포수를 본다. 재능은 확실하다. 7일 고척 삼성 라이온즈전서 1회 첫 타석에서 솔로포를 터트렸다.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잘 나가는 선발투수 중 한 명인 우완 원태인의 커브를 공략했다.

이날은 JTBC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 출신 신인이 2명이나 선발 출전하기도 했다. 올 시즌 은근한 돌풍을 일으키는 고영우와 원성준이다. 고영우는 이날 무안타에 그쳤다. 그러나 39경기서 타율 0.313 13타점 득점권타율 0.423으로 매력이 넘친다. 구단이 내심 차세대 주전 유격수로 찍은 이재상의 부상 공백을 메우는 걸 넘었다.

이재상도 부상 공백을 딛고 돌아왔다. 타격은 18경기서 타율 0.213이다. 그러나 홍원기 감독은 꾸준히 유격수로 쓴다. 고형욱 단장도 이재상의 수비력이 비슷한 연차의 그것보다 뛰어나다며, 기본기가 좋다고 평가했다. 3월 메이저리그 스페셜매치서 LA 다저스 타자들의 빠른 타구에 놀라던 그에게 올 시즌은 큰 공부다.

원성준은 1군 콜업 2경기만에 결승홈런을 터트렸다. 6회 우월 2루타로 방망이를 예열하더니 4-5로 뒤진 7회말 2사 1,2루서 삼성 우완 김태훈의 포심이 몸쪽으로 들어오자 힘차게 잡아당겨 재역전 결승 스리런포를 장식했다. 데뷔 첫 홈런이 결승타였다. 사실 최강야구 시절에는 주전 유격수였다. 그러나 이날 중견수로 뛰었다. 홍원기 감독은 일단 멀티포지션을 유도해 최대한 활용폭을 넓히는 스타일이다. 2군에서 준비해왔을 것이다.

이밖에 2020년 1차지명자 박주홍도 이날 1군 복귀전을 가졌다. 박주홍은 지명당시 빠르게 팀의 중심타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기대가 컸으나 성장이 느렸다. 박주홍은 작년 11월부터 최근까지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했다. 국가유공자 병역혜택 대상자라 6개월만에 소집해제됐다.

대학 최고 선발투수였던 주승우가 현재 팀의 마무리로 자리매김한 것도 눈에 띈다. 21경기서 4패7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 4.26이다. 언제든 이 보직이 바뀔 수 있지만, 일단 1군에서 버티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선발진에도 공이 빠르지 않은 김인범의 돌풍, 만년 유망주였다가 선발로 우뚝 선 하영민을 보는 재미가 있다. 두 사람은 최근 페이스는 확연히 떨어졌지만 팬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뭔가가 있다.

현재 1군에 없지만, 2군에서 열심히 타자 수업을 받는 장재영도 계속 지켜봐야 할 선수다. 홍원기 감독은 수비 포지션을 확실하게 잡아야 1군에 올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팔꿈치 치료를 병행하는 탓에 수비가 어려운 상황. 올해 1군에 못 올라올 수도 있지만 키움은 이 선수를 놓을 생각이 없다.

키움 히어로즈 장재영./마이데일리

이들이 빚어낼 스토리에는 감동과 투박함이 뒤섞였다. 세련된 야구를 꾸준히 선보일 수 있는 레벨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씩 전진하는 모습이 보이면 팬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키움이 최하위지만 볼품 없는 드라마를 찍는 건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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