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자급자족' 가능한 中이 완성차에 손내미는 이유

김훈남 기자 2024. 6. 8.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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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RE, 배터리<2회>:배터리 순환경제의 '검은 황금'③
[편집자주] "건전지를 또 써?" 어린 시절 장난감 미니자동차에 들어갔던 AA 사이즈 충전지는 신세계였습니다. 한번 쓰고 버리던 건전지를 다시 쓸 수 있다니. 지금은 장난감이 아닌 진짜 자동차에서 나온 사용 후 배터리를 다시 쓰는 시대가 눈 앞에 다가왔습니다. 전기차가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차'가 되기 위해선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은 물론 전기차 배터리의 생산과 폐기, 재사용·재활용에 이르기까지 전주기에 걸친 순환경제 조성이 필수적입니다. 머니투데이는 2022년 '오염의 종결자 K-순환경제' 시리즈를 시작으로 매년 주요 순환경제 분야를 조명하고 올바른 순환경제 모델을 고민해왔습니다. 올해의 주제는 배터리. 앞으로 30년 뒤 600조원 시장으로 성장할 사용 후 배터리 시장을 고민해봅니다.

중국 대표적 이차전지 기업 CATL이 공개한 한 생산기지 내부모습.

사용 후 배터리(폐배터리)를 재사용·재활용하는 순환경제에 가장 앞서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세계 1·2위 배터리 제조사 CATL(닝더스다이)와 BYD(비야디) 등을 비롯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을 보유한 덕에 상당수 배터리 물량을 국내에서 소비할 수 있다. 결국 사용 후 배터리를 확보하는 데 유리한 만큼 순환 구조를 만들기 쉽다는 게 배터리 업계의 평가다.

동시에 중국 업계는 주요 자동차 제조사 등과 손잡고 순환경제 공급망과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부분 배터리를 해외에 수출하거나 해외 생산을 하고 있는 우리 업계가 순환경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안정적인 사용 후 배터리 확보가 필수적이다.

8일 KOTRA(코트라)와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2021년 기준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143억위안(약 2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중국 업계에선 2030년 1000억위안(18조5000억원) 규모로 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 정부는 2015년 전기차 배터리 등록번호 제도를 시작을 △생산자 책임 확장제도 △신재생에너지 자동차 배터리 회수·이용·관리방법 등으로 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만들었다.

제조사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중국 최대 배터리 제조사 CATL은 지난해 하계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에서 " 세계 최대 배터리 재활용 기업 지위를 확고히 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닝쥔 CATL 최고제조책임자는 "CATL은 이미 세계 최대 배터리 재활용 기업"이라면서도 "미국과 유럽에서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시스템을 구축할 파트너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CATL은 올해 4월 스웨덴 자동차 제조사 볼보와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파트너십을 맺었다. 볼보 차량에 쓰이는 배터리 공급에 이어 재활용 분야까지 협력범위를 넓힌 셈이다.

볼보 전기차에서 나온 사용 후 배터리를 CATL이 수거 분해한 뒤 니켈과 망간, 코발트 등 원료를 추출·회수하는 사업이다. 추출한 원료로 만든 배터리는 다시 볼보의 전기차에 적용하는 순환구조를 만든다는 게 두 회사의 구상이다.

CATL이 배터리 재활용에 속도를 내는 것은 배터리 재활용 규제를 강화하는 미국과 유럽 시장 공략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가 집계한 올해 1분기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CATL이 37.9%다. 중국 시장을 제외해도 CATL은 세계 시장의 27.5%에 달하는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각각 IRA(인플레이션감축법), 배터리법 내 재활용 의무조항을 통해 중국산 배터리를 견제하는 상황에서 CATL이 중국 외 자동차 메이커와 파트너십으로 돌파구를 찾는다는 해석이 나온다.

동시에 배터리 순환경제의 첫번째 진입장벽인 원재료 조달, 즉 사용 후 배터리 물량확보 능력을 강화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배터리 생산공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만으로는 유럽과 미국의 환경기준을 충족시키기 어렵고 2028년을 전후해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가 대량으로 쏟아져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미리 완성차 브랜드로부터 순환경제 원재료를 확보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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