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사용은 '자원', 재활용은 '쓰레기'…순환경제 발목잡는 기준

김훈남 기자 2024. 6. 8.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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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RE, 배터리<2회>:배터리 순환경제의 '검은 황금'②
[편집자주] "건전지를 또 써?" 어린 시절 장난감 미니자동차에 들어갔던 AA 사이즈 충전지는 신세계였습니다. 한번 쓰고 버리던 건전지를 다시 쓸 수 있다니. 지금은 장난감이 아닌 진짜 자동차에서 나온 사용 후 배터리를 다시 쓰는 시대가 눈 앞에 다가왔습니다. 전기차가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차'가 되기 위해선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은 물론 전기차 배터리의 생산과 폐기, 재사용·재활용에 이르기까지 전주기에 걸친 순환경제 조성이 필수적입니다. 머니투데이는 2022년 '오염의 종결자 K-순환경제' 시리즈를 시작으로 매년 주요 순환경제 분야를 조명하고 올바른 순환경제 모델을 고민해왔습니다. 올해의 주제는 배터리. 앞으로 30년 뒤 600조원 시장으로 성장할 사용 후 배터리 시장을 고민해봅니다.

사용 후 배터리 '재사용'과 '재활용'/그래픽=윤선정

"사용 후 배터리와 폐배터리"

폐차한 전기차에서 나온 배터리를 지칭하는 두가지 표현이다. 내연기관 시대 관점에서 폐차량의 부속품은 모두 폐기물로 분류하기 때문에 '폐배터리'가 익숙하다.

하지만 순환경제의 관점에선 새로 공정에 투입하는 자원의 의미가 더 부각돼 '사용 후 배터리'가 적합하다는 의견도 있다. 동시에 전기차에서 나온 배터리를 자원으로 보느냐, 쓰레기로 보느냐의 관점차를 보여주기도 한다.

현행 환경부 순환자원 인정 및 지정·고시제도와 제도 해설서에 따르면 전기차의 사용 후 배터리는 폐지와 고철, 알루미늄, 구리, 폐유리 등과 함께 순환자원으로 분류된다. 순환자원은 활용가치가 높은 폐자원의 순환이용을 촉진하기 위해 지정하는 개념으로 건강과 환경에 유해하지 않고 경제성이 있어 거래가 가능한 자원을 말한다.

모든 전기차의 사용 후 배터리가 순환자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환경부는 침수·화재·변형·파손 등이 없고 셀이 훼손돼 유해물질이 유출되거나 화재·폭발 등 위험이 없는 배터리에 한해 순환자원 적용을 하기로 했다.

이렇게 순환자원으로 인정받은 사용 후 배터리는 전기자전거용 배터리, 캠핑용 배터리 등 본래의 배터리 용도로 재사용하거나 부품으로 사용한 ESS(에너지저장장치)·UPS(비상전원공급장치) 등으로 쓰도록 했다.

문제는 사용 후 배터리의 재활용이다. 전기자전거나 ESS 등으로의 재사용은 사용 후 배터리의 잔존성능이 일정 기준이상 유지될 경우 가능하다. 통상 배터리의 SOH(잔존수명)이 60%를 넘지 못하면 파쇄 후 배터리 원료를 추출하는 재활용으로 순환해야한다. 순환자원 지정제도상 재활용 공정에 투입하는 배터리는 폐기물로 보고 '폐기물관리법'을 적용받는다.

배터리 순환경제의 애로사항도 이 지점에서 나온다. 업계는 사용 후 배터리에서 새 배터리를 만들 원료를 뽑아낼 수 있는 만큼 재활용 공정에서도 폐기물이 아닌 자원으로 인정해줄 것을 바란다. 국내 이차전지 제조3사와 완성차 업계, 재활용 업계 등이 모인 '배터리얼라이언스'가 지난해 11월 정부에 제출한 '사용후 배터리 통합관리체계' 건의안에도 사용 후 배터리의 재정의를 요구하고 있다.

배터리 얼라이언스는 사용 후 배터리를 폐기물이 아닌 산업 활동에 쓸 수 있는 제품으로 재정의해줄 것을 건의했다. 구체적으로는 '전기차에서 분리돼 재제조, 재사용 또는 재활용 대상이 되는 배터리'로 정의해 환경부의 순환자원 지정 개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는 "사용 후 배터리 관련 사업은 △폐기물 관리법 △자원순환법 △자동차 관리법 등 여러 부처의 복합규제를 받고 있어 조기 사업화에도 애로가 많다"고 밝혔다.

배터리 재활용 업계 관계자는 "유럽은 폐배터리를 순환자원으로 인정하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재활용 배터리는) 지정폐기물로 관리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재사용에 관해선 사용 후 배터리를 순환자원으로 인정했지만 실제 법 적용은 폐기물로 보고 있어 현실하고 괴리가 크다"며 "실례로 해외에서 들여오는 배터리 폐스크랩은 국내에 도착하면 지정폐기물로 바뀌어 재활용 하는 회사는 별도의 규제를 받아야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업계 자율에만 맡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배터리는 여러 중금속 소재가 들어가고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대용량으로 만들어 지는 탓에 환경 오염 및 인체유해성 우려가 있다는 것. 100% 자원으로 인정해 시장원리에만 맡기면 돈이 되지 않는 일부 배터리의 경우 무분별하게 버려질 수 있다는 논리다.

환경부 관계자는 "배터리의 재활용과 재사용 모두 안전기준은 필요하고 유럽 등 규제와 비교해 결코 과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재활용 배터리 보관기간 연장과 블랙파우더의 재활용 자원 인정 등 업계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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