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박싱]"에스파, '와, 이걸 이렇게 부르네?' 하는 순간 많았죠"
가상 세계를 중심으로 한 세계관을 신인 시절부터 가져가는 것도, 멤버 수와 맞춘 아바타를 보유한 것도, 타이틀곡을 시작으로 가사에 세계관을 담고 장르와 콘셉트 면에서 과감한 시도를 하는 것도, 전부 일종의 '도전'이었다. 그렇게 해 온 시간이 쌓이니 자연스레 '에스파'(aepsa)라는 팀의 색깔이 두드러지게 됐다.
'블랙맘바'(Black Mamba) '넥스트 레벨'(Next Level) '새비지'(Savage) '드림스 컴 트루'(Dreams Come True) '걸스'(Girls) '스파이시'(Spicy) '베터 띵스'(Better Things) '드라마'(Drama) 등 발표하는 곡마다 사랑받아 온 에스파가 3년 7개월 만에 첫 번째 정규앨범 '아마겟돈'(Armageddon)을 지난달 27일 발표했다.
이번 '아마겟돈' 앨범은 특유의 '쇠맛'이 강조된 선공개곡 '슈퍼노바'(Supernova)와 '흙맛'으로 비유되는 '아마겟돈'을 비롯해 총 10곡이 실렸다. 원래 더 넣고 싶은 곡이 3~4곡 있었을 만큼, 최종 10곡을 추리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CBS노컷뉴스가 조금 더 샅샅이 뜯어본 앨범은 바로 에스파의 정규 1집 '아마겟돈'이다. 인터뷰는 6일 서면으로 이루어졌고, SM엔터테인먼트 내 에스파가 소속된 1센터 원 프로덕션(ONE Production) A&R 담당자(이하 A&R 담당자)가 답변했다.
'가장 에스파다운 것은 무엇일까?' 에스파는 이번 앨범 '아마겟돈'을 만들 때 이 점을 가장 고려했다고 '아마겟돈' 쇼케이스에서 밝혔다. A&R 담당자는 "에스파도 그렇고, 저희 원 프로덕션도 그렇고 아직도 보여줄 것이 무궁무진한 만큼, '에스파다운 것'이 무엇인지 정의하기에 아직 이르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현시점에서 에스파다움을 꼭 말해야 한다면 '어우러짐'이 아닐까 싶다. 각기 다른 개성이 마침내 '에스파'라는 팀 안에서 하나가 되어가고, 흔히 말하는 대중적인 곡이 아니더라도 에스파의 곡이 대중에 녹아 들어서, 각기 다른 장르의 곡과 메시지가 '에스파'를 통해 하나가 되고 이것을 해낼 수 있는 '에스파'라는 팀 자체가 에스파다운 것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부연했다.
완성된 앨범을 통해 '가장 에스파다운 것'을 담자는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보는지도 궁금했다. 이에 A&R 담당자는 "쉽게 말해서 '쇠맛'이라는 단어가 에스파의 곡들을 대표적으로 표현하는 수식어가 되었는데, 사실 에스파는 데뷔 때부터 정말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의 곡들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운을 뗐다.
"지금까지 에스파가 보여줬던 다양한 음악을 10개의 트랙 안에 모두 담고자 하였고, 그러한 곡들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담당 A&R 모두가 많이 고민한 결과물이라 생각합니다. 가사적으로도 어떠한 메시지를 담고, 어떠한 메시지를 노래하면 좋을지 고민하면서 멤버들도 진심을 담아 노래할 수 있도록 멤버들의 동세대가 공감할 만한 내용을 담아서 지금의 에스파가 제일 잘 표현할 수 있는 것들로 채워보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아쉬움이 하나도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80~90% 정도는 달성하지 않았나 감히 말씀드립니다."
에스파는 고유한 세계관을 그동안의 타이틀곡 대부분에 충실히 반영해 왔다. 데뷔곡 '블랙맘바'부터 에스파와 아이 사이를 방해하는 블랙맘바를 소재로 했으며, '걸스'(Girls) 앨범에선 블랙맘바와 본격적인 전투를 치른 후 조력자 나이비스(naevis)와 새로운 이야기를 펼쳤고, 이번엔 현실 세계인 '리얼 월드'와 기존 '디지털 세계'를 넘어 '다중우주'로 세계관을 확장했다.
그만큼 세계관이라는 뼈대를 중시하는 그룹이기에, 곡을 수집하고 제작하는 과정이 특히 궁금했다. 주제를 먼저 잡고 그에 맞는 곡을 모으는지, 음악을 먼저 고른 다음 세계관을 입히는지 순서를 물었다.
A&R 담당자는 "에스파의 경우 '어느 것이 먼저다'라고 단정 짓기 어렵지만, 아무래도 음악이 선행되는 편이라 생각한다. 데뷔 때에도 4곡 정도를 이미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작했지만, 이 4곡이 추려지게 된 것도 결국에는 이 팀이 가져가고자 하는 음악적인 방향성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일 첫 순서는 타이틀곡의 방향성을 잡는 것이었다. A&R 담당자는 "A&R에서 정규 타이틀곡에 대한 방향을 잡고, 그 방향에 맞는 좋은 곡들 고르고 골라 큰 틀이 잡혀 있는 세계관과 최종 확정된 곡을 어떻게 연결하고 스토리를 풀어나갈 것인가에 대해서 각 분야의 인원들이 참 오랜 시간 고민했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슈퍼노바'와 '아마겟돈'이라는 타이틀곡 두 곡은 가사에도 구체적인 요구를 담아 의뢰했다. A&R 담당자는 "타이틀곡의 가사도 작사가분들께 각 구성별로 어떤 내용을 어떤 식으로 담고자 하는지 상당히 디테일하게 정리해서 작업을 부탁드렸다. 그러다 보니 세계관, 음악, 가사, 비주얼 모든 것이 어우러지는 좋은 결과물을 완성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타이틀곡은 두 곡이다. 이 중 '슈퍼노바'를 먼저 공개했고, 이후 '아마겟돈'을 발표했다. '더블 타이틀곡'은 기획 단계부터 고려했는데, 2곡 방향성은 다르게 가져가고자 했다. A&R 담당자는 "에스파는 세계관으로 음악은 물론, 다방면으로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팀이기 때문에 곡의 느낌이 상반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것이 또 하나의 장점"이라며 "쉽고 캐치한 곡, 그리고 조금은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에스파의 강함을 담는 곡, 이 두 가지 방향으로 타이틀을 정했다"라고 밝혔다.
'슈퍼노바'가 먼저 공개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A&R 담당자는 "아무래도 2곡 중에서는 조금 더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슈퍼노바'를 먼저 공개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에스파의 음악을 접하고, 그 관심이 '아마겟돈'까지 이어 가길 바랐던 것 같다"라고 부연했다.
에스파는 '슈퍼노바'는 '쇠맛' 혹은 '깡통맛', '아마겟돈'은 '흙맛'이라고 표현했다. A&R 부서에서 생각하는 쇠맛이나 흙맛은 무엇일까. A&R 담당자는 "사운드적인 표현에서 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슈퍼노바'는 사운드적으로 살짝 날 선 매력이 있다면 '아마겟돈'은 묵직한 매력이 있다"라고 비교했다.
그러면서 "이걸 너무 자극적이지 않게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믹스 단계에서도 믹스 엔지니어분과 정말 사소한 소스 하나의 볼륨이나 톤까지 상의하고 논의하면서 정리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쇠맛과 흙맛을 구성하는 특정 요소가 있는 건지 묻자, "특정 요소라기보다는 전체적인 사운드 디자인을 그렇게 했다고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다"라고 답했다.
에스파의 '쇠맛' 농도가 가장 짙은 곡, 가장 '쇠맛'이 약한 곡을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개인마다 느끼는 정도는 다르겠지만 타이틀곡으로 선보인 곡 중에서 개인적으로 '새비지'가 가장 짙은 것 같고, 상대적으로 약한 곡은 '포에버'(Forever)나 '라이프스 투 쇼트'(Life's Too Short)일 것 같다"라고 전했다.
'아마겟돈' 앨범에는 더블 타이틀곡 외에도 '셋 더 톤'(Set The Tone) '마인'(Mine) '리코리쉬'(Licorice) '바하마'(BAHAMA) '롱 챗'(Long Chat)(#♥) '프롤로그'(Prologue) '리브 마이 라이프'(Live My Life) '목소리'(Melody)까지 총 10곡이 수록됐다.
A&R 담당자는 "사실 이번 앨범에 담고 싶은 곡이 3~4곡 정도 더 있었다. 정말 추리고 추려서 10곡으로 정리하게 되었는데, 에스파의 지금까지의 음악을 하나의 앨범에 농축시키는 것이 아무래도 이전 미니앨범들보다도 더 힘든 작업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답은 회의를 거듭하며 찾아갔다. "논의하고 추리고 또 고민하는 일의 반복"을 거쳐, 지금의 10곡이 실렸다. A&R 담당자는 "타이틀곡 외에 가장 먼저 고정한 곡은 아무래도 '셋 더 톤' '마인'이었다. 제외시키는 곡을 고르는 게 어려웠지 마지막까지 쓸지 말지를 고민했던 곡은 없었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리더 카리나는 '아마겟돈' 쇼케이스 당시 '이지 리스닝이 대세인 요즘 하드 리스닝으로 사랑받는 에스파의 비결' 질문에 에스파는 '이지'나 '하드'보다는 그저 '에스파 음악'을 한다는 답을 내놨다. 듣기 편한지, 어려운지 여부를 음악 작업 시 얼마나 고려하는지 묻자, "좋은 곡인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라는 같은 결의 답이 돌아왔다.
"타이틀곡의 경우 에스파는 세계관도 있기 때문에 안무는 물론 여러 가지 요소를 고민하고 그 와중에 너무 어렵게 곡이 풀리지는 않는지 고민하기도 하지만, '어려운지/편한지'는 에스파의 음악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크게 중요하게 작용하지는 않았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좋은 음악을 보여주는 것이 최종 목표인 것 같습니다."
녹음 과정에서 에스파의 역량 혹은 성장을 발견했던 순간도 들려줬다. A&R 담당자는 "에스파 멤버들은 특히나 표현력이 좋다. 앨범을 하나씩 마무리할 때마다 뛰어난 표현력에 보컬적인 스킬까지 더해지고 있다는 걸 매번 느끼는 것 같다. 모니터를 들으면서 '와, 이걸 이렇게 부르네?' 하는 순간들이 상당히 많이 있었다"라고 소개했다.
마지막은 선풍적인 인기로 초고속 품절 사태를 일으킨 CD 플레이어(이하 CDP) 앨범 질문이었다. 이 질문은 원 프로덕션 크리에이티브 비주얼 담당자가 답했다.
"요즘 같은 스트리밍 시대에 CD의 소장 가치에 대한 의문을 '소장하고 싶은 CDP'를 제공함으로써 해소하고자 한 동시에, 음악이라는 본질을 담은 앨범으로써 음악이라는 무형적 가치를 실물화하여 소유하고 감상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이번 정규 1집 CDP 버전의 형태는 지난 미니 1집 '새비지'에서 보여준 포스(P.O.S) 버전과 동일한데, 이는 에스파가 전개해 온 메타버스 세계관의 매개체인 포스를 실물화하고, 나아가 구동 가능한 기기로 만듦으로써 팬들에게 한 단계 더 확장된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제작하며 신경 쓴 점 중 하나는, CDP를 포스의 확장으로 활용하는 만큼 기존 미니 1집 포스 버전의 디자인이 최대한 재현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CDP 버전 앨범이 전자기기로 이루어지는 만큼, 기존의 앨범보다 가격대가 높게 형성될 수밖에 없었는데, 구성면에서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도록 하면서도 적정 소비자 가격을 맞추는 부분에도 신경 썼습니다.
초기 수량을 설정하면서 가격과 CDP라는 제품성에 대한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까지 뜨거운 반응을 예상하지는 못했는데요, 호응해 주시는 만큼 서둘러 추가 판매를 오픈하려고 합니다. 오는 6월 10일 월요일 3차 추가 판매를 진행할 예정이니 계속해서 많은 관심 가져 주시기를 바랍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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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yesonyo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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