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세 아버지에게 매달 용돈 받는 '애저씨'…日 캥거루족의 고령화

권진영 기자 2024. 6. 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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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나가와현(県)에 사는 다케우치 씨의 방에는 그가 좋아하는 만화와 CD, 플라스틱 모델 피규어 등으로 가득하다.

매달 3만 엔(약 26만 원) 상당의 용돈을 받으며, 아버지가 사다 주는 도시락으로 생활을 이어가는 그의 나이는 마흔다섯이다.

아베마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최근 일본에서는 다케우치 씨처럼 중년의 나이에도 독립하지 못한 채, 고령인 부모의 지원을 받아 생활하는 중년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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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절감 차원의 본가 살이 외에도 독립 의지·능력 없는 애저씨 등장
고립될 가능성 높은 애저씨 지원하려 사회적 반발 커 예산 책정 곤란해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일본 가나가와현(県)에 사는 다케우치 씨의 방에는 그가 좋아하는 만화와 CD, 플라스틱 모델 피규어 등으로 가득하다. 매달 3만 엔(약 26만 원) 상당의 용돈을 받으며, 아버지가 사다 주는 도시락으로 생활을 이어가는 그의 나이는 마흔다섯이다.

아베마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최근 일본에서는 다케우치 씨처럼 중년의 나이에도 독립하지 못한 채, 고령인 부모의 지원을 받아 생활하는 중년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코도오지(こどおじ)'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일본어로 '어린이 방의 아저씨'를 줄여서 만든 표현이다. 한국어로 치면 '애'와 '아저씨'를 합성한 '애저씨'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같은 애저씨라도 처한 상황 달라

다케우치 씨는 전형적으로 독립할 의지도, 능력도 없는 경우다. 대학을 졸업하고 컴퓨터 부품 판매사에 취직했지만 한 해 만에 퇴사했다. 그 후 4년 사이, 출근하지 않는 아들을 위해 매일 셔츠를 다리던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일흔이 넘은 아버지가 주는 용돈 외에 유일한 수입원은 게임 제작 대금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한 달에 2만 엔(약 18만 원) 수준이라 대부분의 생활비는 아버지에게 기대고 있다.

그는 "아버지도 어느 정도 나이를 드셨고, 계속 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 후에 자신이 (일하게) 된다면, 지금까지와 비교해 부족할 것이라는 감각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전략적 애저씨' 유형도 있다. 39세 구로다 씨(서비스직)는 금융자산만 2000만 엔(1억7600만 원)을 보유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독립하지 않았다. 그는 엔저·인플레이션 등 경제적 위험 요소를 줄이려는 목적으로 부모님 집에 살고 있다.

◇캥거루족의 연장선…아흔 나이에도 자식 돌봄 졸업 못해

다케우치 씨는 독립하지 못한 경위에 대해 "어렸을 적부터 당연히 자라온 방에서 생활해 온 것이 지속된 것"이라며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답했다. 스스로 집을 나가려고 생각한 적도, 부모에게 "독립하라"는 재촉을 받은 적도 없다.

이런 사례는 일본의 '8050 문제'로 연결된다. 80대의 늙은 부모가 50대가 된 자녀를 계속 돌본다는 데서 유래한 사회현상이다. 다만 앞으로는 8050이 9060까지 연장돼 부모가 자식 돌봄에서 일평생 졸업할 수 없는 시대가 올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평생 캥거루족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부모가 죽고 난 다음의 삶에 대해 다케우치 씨는 "독립한다고 해도 근본적으로는 다들 혼자다. 그렇게 무겁게 생각하지 않으며, 문제가 있다면 역시 금전적인 면뿐이다"고 설명했다. 기초생활 수급자가 될 가능성이 있지 않냐는 지적에도 아르바이트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다케우치 씨는 대화를 할 수 있지만, 취직하지 못하고 (복지) 지원에도 접근하지 못하는 사람들"이야 말로 진정한 사회적 과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홀로 방치돼 도움을 요청하지도 못한 채 목숨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고립될 가능성이 높은 코도오지를 어떻게 지원하느냐에 대한 접근도 조심스럽다. 상대적으로 예산에 여유가 있는 편인 도쿄 하마구(区) 의회에서 활동하는 사이키 요헤이 씨는 "8050문제에 대해 생각할 때, 일본에서는 전반적으로 사회보장제도와 관련해 '증세 우려'와 '뭘 집에 처박혀 있냐'는 (비판적) 분위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는 "지원하려 해도 반발이 커 예산을 돌리기가 어렵다"고 걱정했다.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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