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사람 어우러진 책과 예술의 도시…'파주출판도시' 가보니
인쇄사·디자인사등 총 953개 기업 한자리
대규모 복합문화공간…오는 9월 첫 파주북페어 개최
[서울=뉴시스]조수원 기자 = 파란색 박스들이 레일을 타고 분주히 이동하는 장면은 SF영화 한 장면 같았다. 파란 박스들에 담긴 것은 책들. 이들이 찾아 나선 종착지는 사람 앞이다. 버튼을 누르면 자동화 물류창고에 있던 책이 앞으로 나온다.
"물류가 자동으로 작업자를 향해 이동하면서 사람이 직접 도서를 찾아 움직일 필요가 없어진 지 오래됐어요."
교보문고는 서점업계의 물류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컨베이어벨트에 줄줄이 몸을 맡긴 채 절로 움직이며 분류되는 책들은 하루 30만 여권. 입고에서 보관 출고까지 모두 자동화 시스템이다. 총 42대의 크레인으로 최대 120만 권의 책을 보관하거나 출고까지 할 수 있다. 또한 온라인 다스(DAS) 10대로 고객 480명이 주문한 책을 동시에 나눌 수 있다. 시간 당 600박스 처리가 가능해 하루 만에 받아볼 수 있는 교보문고만의 배송 비결이다.
최근 방문한 경기 파주출판도시 교보문고 본사는 기계와 사람이 어우러진 '스마티 시티' 면모를 자아냈다.
실제 조용하고 평화로운 모습의 3층 사무 공간과 달리 지하 2층부터 지상 2층까지는 사람과 기계가 부단히 움직였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본사 물류센터는 온라인 주문을 처리하도록 10여 년 전에 만들어진 방식"이라며 "온라인 물량이 늘면서 2022년 증축된 '파주 부곡리 제1물류센터'는 더 빠르고 정확한 최신식 물류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전했다. 연면적 규모는 본관 6600여평과 더불어 총 1만2000평으로 확대됐다. 교보 파주물류센터는 국내 서적 21만종 340만권, 외국 서적 2만3000종, 37만권 등 총 380만여 권을 보관하고 있다.
파주출판도시 입주 출판사만 290개
정식 명칭은 '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로 출판문화산업 발전을 위해 민간이 주도해 1997년부터 2018년까지 개발·설립한 산업단지다. 전체 면적은 약 156만㎡(약 47만2000평)에 달한다.
파주출판도시 입주기업체협의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파주출판도시 내에 입주한 출판사는 290개에 달한다. 출판사 외에도 종이인쇄사·디자인사·정보통신사 등 총 953개 기업이 파주에 위치했다.
출판사와 인쇄사가 집결해 있는 '파주출판도시'는 그야말로 '책 문화의 보고'다.
기획부터 출판 감리 인쇄까지 한자리에서 해결되는 곳으로 출판인들은 상생과 경쟁 대결의 장이기도 하다.
국내 정상급 출판사인 문학동네와 창비, 김영사, 민음사, 한길사, 열림원, 나남, 북이십일, 푸른숲, 보림출판사, 더빛북스, 푸른사상사, 수문사, 윌북, 문예림, 글항아리, 사계절출판사, 광문각, 수문사 등이 이웃처럼 살고 있다.
출판사 북카페 풍성·산책길도 많아 데이트 코스 인기
또 출판단지 내 길거리 벤치에서는 무료로 읽어볼 수 있는 야외독서문고도 마련돼 있다. 동화책부터 소설, 경영서까지 다양한 장르의 책이 들어있어 언제든지 꺼내 볼 수 있다.
대중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지혜의숲' 외에도 산책로도 풍성해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와 가족 나들이 여행지로도 인기다. 김소월 시의 다리, 갈대샛강 산책로가 아름답게 조성되어 있다.
반면 출판단지에는 병원과 약국이 없다는 단점이 있다. 출판도시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가까운 병원을 가려면 파주 신도시까지 가야 한다며 "최근에 근처 약국마저 사라져서 다시 편의점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가장 불편한 점"이라고 꼽았다.
이외도 입사하면서 작정은 했지만 출퇴근 시 대중교통이 부족하다는 것도 토로했다. "통근버스를 운영하는 회사가 있긴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서울과 파주를 오가는 버스는 입석이 불가해 출퇴근 시간이면 기다려도 타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했다. 실제로 출판단지 내에서는 버스 배차 간격이 40분·60분 등으로 길었다.
복합문화공간 대변신 '파주페어_북앤컬처' 첫 개최
책에서 발현되는 다양한 문화예술 창작 콘텐츠를 시민들과 함께 즐길 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 수출하는 글로벌 마켓을 지향한다는 취지다.
세계적인 명성의 공연 ‘난타’의 제작자이자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을 역임한 송승환 씨가 '2024 파주페어 북앤컬처' 총감독을 맡아 움직인다. 그는 "파주페어는 출판도시라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책에 있는 소스와 테마, 스토리를 가지고 콘텐츠 만들어 유통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이라며 "그것을 연극과 뮤지컬, 영화, 음악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세계시장에 유통시키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파주출판도시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뮤지컬 갈라쇼와 연극, 프린지 쇼케이스, 스트리트 퍼포먼스, 북마켓, 아트마켓 등 풍성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뮤지컬 배우 김소현·손준호·오만석 등이 참여하는 파크 콘서트 'Books Alive!'를 시작으로 가족 뮤지컬 '정글북', 최인호 원작의 뮤지컬 '겨울나그네', 연극 '친정엄마와 2박 3일'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정동환, 양희경, 서현철, 길해연 배우의 낭독공연도 예정됐다. 9월6일부터 8일까지 3일간 무료로 진행된다.
'책의 도시'에서 '책과 예술의 도시'로 변화하고 있는 파주출판도시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tide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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