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학교 7곳 다닌 전주 초등생… 대책 없는 ‘폭탄 돌리기’ 강제전학 [오늘의 정책 이슈]

김유나 2024. 6. 8.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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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북 전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이 교감을 폭행하는 영상이 공개돼 교직 사회에 충격을 준 가운데, 해당 학생이 입학 후 수차례 학교를 옮겨 다녔다는 사실이 알려져 또 다른 논란이 됐다. 다수 학교에서 문제행동을 반복했음에도 행동 교정이 되지 않고 다른 학교로 옮겨 다니기만 한 것이다. 전학 조치가 문제 학생을 다른 학교에 떠넘기는 ‘폭탄 돌리기’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속된 문제행동…3년간 학교 7곳 전전

8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전북교육청은 지난 5일 교육적 방임에 의한 아동학대로 전주의 한 초등학교 3학년 A군의 학부모를 고발했다. A군은 지난 3일 오전 학교에서 무단 하교를 시도하던 중 이를 제지하던 교감의 뺨을 때리는 등 폭행했고,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이 퍼지면서 논란이 됐다. 

A군은 지난달 14일 이 학교에 전학 왔으며, 3주간 수차례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교감은 이전에도 A 군으로부터 몇 차례 폭행을 당했으나 학부모가 “폭행 증거 있냐”고 따지자 다른 교사가 3일 폭행 장면을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A군의 이런 문제행동이 수년째 계속돼왔다는 것이다. 2021년 초등학교에 입학한 A군은 학교에서 문제행동을 반복했고, 이에 강제전학 조치 등으로 학교를 수차례 옮겨 다녔다. 3년여간 익산과 인천, 전주에서 옮겨 다닌 학교는 7곳에 달한다. 지난해 2학기부터 전주에서만 3번 전학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전북교육청은 A군의 학부모에게 심리치료 등을 권했으나 A군의 학부모는 자녀의 문제행동을 인정하지 않고 치료도 거부해왔다. 현재 교육 법체계에서는 학생이 심각한 문제행동을 하더라도 학부모가 거부하면 강제로 심리치료 등을 할 수 없다. A군의 학부모는 A군이 교감을 폭행한 당일 집으로 돌아가자 오히려 학교를 찾아와 항의하면서 담임교사를 폭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북교육청이 A군의 학부모를 고발한 것도 결국 A군의 치료를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학부모가 교육적 방임에 의한 아동학대 판결을 받는다면 보호자 동의 없이 치료가 가능해서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에게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학부모를 고발한 것”이라고 전했다.

◆’폭탄 돌리기’된 강제전학

치료가 필요한데도 몇 년간 학교만 옮겨 다닌 A군 사건은 문제 학생에 대한 학교 현장의 여러 한계점을 보여준다. A군은 과거 문제행동으로 학교에서 출석정지 조치를 받은 후에도 이를 무시하고 학교에 나오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군 앞에선 학교의 조치들이 무력했던 셈이다.

A군을 통제하지 못한 학교들이 선택한 것은 전학 조치였다. 현재 초등학교는 의무교육이어서, 교권침해나 학교폭력으로 문제를 일으킬 경우 전학 조치가 가장 센 수위의 징계다. 교육부에 따르면 교권침해로 전학 조치된 초·중·고생은 2021년 236명, 2022년 333명이다. 이는 전체 교권침해 징계 조치 중 10%가량 되는 수치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 통계는 아직 집계 중이지만, 전년보다 규모나 비율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학교폭력으로도 연간 1000명 이상의 학생이 전학 조치를 받는다.

전학 조치는 학생의 환경을 바꿔 학교폭력 등의 고리를 끊는다는 취지이지만, 아무런 치료 없이 전학만 갈 경우 행동 교정이 크게 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교현장에서 전학 조치는 ‘폭탄 돌리기’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문제행동으로 골치를 썩던 학교는 학생을 다른 학교로 보내고 싶어하고, 다른 학교는 받고 싶어 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A군처럼 전학 간 학교에서 또 문제를 일으켜 몇달 만에 다른 학교로 옮겨가는 사례도 많다.

2022년에도 전북 익산에서 학교폭력으로 강제전학 된 5학년 학생이 옮긴 학교에서 일주일간 각종 문제를 일으킨 사건이 알려진 바 있다. 해당 학생은 교사를 흉기로 찌르겠다고 협박하거나 반에서 기르던 햄스터를 다른 학생의 물통에 넣어 죽게 하고, 반 아이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 학교가 등교정지 조치를 내렸는데도 학교에 나오자 반 아이들은 해당 학생을 피해 현장체험학습을 가기도 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강제전학 온 아이가 또 문제를 일으켜서 몇달 만에 다른 학교로 가는 경우는 빈번하다”며 “그런 아이는 그냥 건드리면 안 된다는 인식이 있다. 학교에서 마음대로 치료 개입하는 것도 어려워서 몇 달간 학교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걸 참다가 다른 학교로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학교들은 전학 조처된 학생을 받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일부 교육청에서는 지역 내에서 전학생을 받을 순번을 정하기도 한다. 한명을 다른 학교로 강제전학 보낸 학교에 새로운 전학생을 넣는 일도 있다.  

◆교육계 ”문제학생 치료 급선무”

교육계에선 심각한 문제행동을 하는 학생에겐 ‘치료’조치가 동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학부모의 동의가 없어도 문제행동 학생에 대한 진단·치료가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적대적 반항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우울, 자폐 등 정서‧행동 위기 학생의 돌발·폭력 행동이 반복돼 교사가 감당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위기 학생을 전문적으로 검사‧진단하고 그 결과에 따라 상담, 치료, 회복시키는 전문기관을 설치‧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총은 “폭언‧폭행, 돌발 행동을 반복하는 정서‧행동 위기 학생에 대해 적기에 적절한 조치‧지원을 하지 않으면 교사가 폭행당하고, 학생들이 그 모습을 보며 위협받고 학대받는 일이 되풀이될 것”이라며 “현재는 학교가 진단 등을 학부모에 권해도 거부하면 달리 방법이 없다. 교육지원청 등이 학교의 위기학생 진단 의뢰를 일괄 시행하고, 학부모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따르도록 하는 체계가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초등교사협회도 학교장이 학부모 동의 없이 학생의 정신건강 상태 검사를 교육청에 요청할 수 있는 시스템, 치료가 필요한 학생은 병원학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4일 학부모의 동의 없이도 정서·행동 위기 학생을 선정해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정서·행동위기 학생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강 의원은 “정서·행동 위기 학생 선정·지원은 공교육의 범주 안에서 학생들을 보호하고 지원해야 하는 의무”라며 “위기 상황에 놓여있는 학생·청소년을 위한 정서·심리적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세종=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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