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앞둔 친구에게 강력 추천”…강남 아파트 20% 싸게 살 기회 열렸다, 단 ‘이 조건’ [부동산 이기자]

이희수 기자(lee.heesoo@mk.co.kr) 2024. 6. 8.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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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이기자-29화]
서울시 저출생 특단 대책
무자녀·예비 신혼부부도 입주가능
‘장기전세주택Ⅱ’ 신규 유형 도입
아이 하나 낳으면 최장 20년 거주
신혼부터 중년까지 집 걱정 없어
둘 낳으면 10%, 셋 낳으면 20%
살던 집 시세보다 싸게 매수할수도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전경. 올해 하반기에 이곳에서 장기전세주택Ⅱ 유형 300가구가 풀린다. [매경DB]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

미국 유명 대학의 한 교수는 한국의 합계출산율에 대해 이 같은 반응을 내놨습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를 의미합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2명을 기록했습니다. 거의 매년 역대 최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죠.

서울은 더욱 심각한 상황입니다. 지난해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0.55명으로 집계됐거든요. 서울시가 실태 조사를 해봤더니 높은 집값이 저출생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시가 최근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주택을 대폭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유입니다. 앞으로 3년 동안 신혼부부에게 공공주택 4396가구를 공급한다는데, 자세한 내용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갈수록 낮아지는 합계출산율. [사진출처=서울시]
장기전세주택Ⅱ 유형이란?...아이 없는 신혼부부 주목
먼저 시프트라고도 불리는 장기전세주택이란 제도를 알아야 합니다. 이름만 봐도 오래 전세를 살 수 있는 집이란 게 느껴지시죠. 2007년 처음 시작된 임대주택 정책입니다. 집이 없는 사람에게 주변 전세 시세의 80% 이하로 최장 20년 동안 주택을 임대하는 게 핵심입니다. 가령 주변 전셋값이 1억원이면, 장기전세주택은 보증금을 8000만원 이하로 정하는 식이죠.

그동안 장기전세주택을 우선 공급하는 대상에 신혼부부도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배정되는 물량이 많지도 않았고 자녀가 없으면 당첨이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자녀수에 따라 우선순위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이런 상황에 좀 변화가 생길 것 같습니다. 서울시가 이번에 ‘장기전세주택Ⅱ’라는 유형을 새롭게 만들었거든요.

장기전세주택 기존 유형과 신규 유형 비교표 [사진출처=서울시]
아이가 없는 신혼부부와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에게도 입주 기회를 주고자 했습니다. 혼인신고일로부터 7년이 지나지 않은 부부나 6개월 이내 혼인신고 예정인 예비부부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3년간 공급할 4396가구 중 2396가구를 장기전세주택Ⅱ로 공급할 계획입니다.
둘 낳으면 10%, 셋 낳으면 20% 싸게 살던 집 산다
장기전세주택Ⅱ는 아이를 많이 낳을수록 혜택을 더 주는 방향으로 설계됐습니다. 아이가 없는 신혼부부는 이 주택에 최장 10년 동안만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입주한 신혼부부가 아이를 1명 낳으면 최장 거주기간을 20년으로 늘려줍니다.

아이를 2명 낳으면요? 아예 살던 집을 주변 시세보다 10%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물론 거주기간 20년을 채운 이후에 말입니다. 마찬가지로 3명을 낳으면 20년 뒤 시세보다 20% 저렴하게 매수할 권리를 제공합니다.

출산에 따른 장기전세주택Ⅱ인센티브 [사진출처=서울시]
심지어 ‘시세’는 감정평가액으로 결정하는데요. 보통 감정평가액은 실제 거래되는 집값보다 낮은 경향이 있습니다. 결국 10~20% 이상 더 싸게 살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주변 시세가 10억원으로 감정평가 됐다고 해봅시다. 아이 둘 있는 집은 장기전세주택을 9억원에, 아이 셋 있는 집은 8억원에 각각 살 수 있게 됩니다. 시세 차익이 1억~2억원 생기는 거죠.

아이를 낳으면 넓은 평수로 집을 옮겨주는 것도 포인트입니다. 아이가 없는 2인 가구가 처음 당첨되는 장기전세주택은 면적이 좁은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살고 있는 단지 안에 넓은 빈 집이 생기면 그리로 옮겨줄 계획입니다. 아니면 최대한 인근 지역으로 옮겨준다고 합니다. 다만 과연 이동시켜 줄 만한 빈 집이 많이 나올지는 살짝 의문입니다.

지원하고 싶다면?...월급과 차량 기준 넘지 않아야
신혼부부라고 모두가 다 장기전세주택에 지원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소득 기준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을 따져보는데요. 이 기준도 이번에 완화한다고 합니다. 2인 가구를 기준으로 설명하겠습니다. 전용면적 60㎡ 이하 장기전세주택에 관심 있는 신혼부부라면 외벌이는 월급이 649만원 이하(월평균 소득 120%), 맞벌이는 974만원 이하(월평균 소득 180%)여야 합니다.

전용면적 60㎡ 초과 장기전세주택에 들어가려면 외벌이는 월급이 812만원 이하(월평균 소득 150%), 맞벌이는 1083만원 이하(월평균 소득 200%)여야 하죠. 아이를 낳으면 2년 단위로 재계약할 때 적용되는 소득 기준을 20%포인트 완화할 예정입니다. 출산을 하는 부부에겐 소득이 늘어나는 데 따른 퇴거 위험을 줄여주겠다는 겁니다.

장기전세주택Ⅱ 소득 및 자산 기준 [사진출처=서울시]
아울러 소유 부동산이 2억 1550만원을 넘어서도 안 됩니다. 토지나 상가 등이 기준이죠. 이 금액 아래라도 주택을 소유하고 있으면 지원할 수 없습니다. 다행히 전세 보증금은 소유 부동산으로 보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한 자동차 기준도 있는데요. 3708만원보다 비싼 자동차를 몰고 있는 신혼부부라면 장기전세주택에 지원할 수 없습니다.

예금과 주식, 채권 등 금융자산 기준은 별도로 없는데요. 기본적으로 이 제도가 장기전세주택에 살면서 돈을 모아 내 집을 마련하라는 취지이기 때문입니다. 금융 기준을 두면 돈을 모으는 순간 재계약이 어려워지니까요. 다만 집과 별다른 소득은 없는데 부유한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돈이 많은 청년이 지원하는 건 어떻게 할 거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합니다.

신혼부부 확 몰리면?...3가지 기준으로 선별한다
신혼부부 공공주택 확대방안 [사진출처=서울시]
장기전세주택Ⅱ 입주자를 뽑는데 만약 많은 신혼부부가 몰리면 어떻게 선별할까요. 장기전세주택Ⅰ은 자녀수에 따라 가점을 줬는데 말입니다. 새 유형인 장기전세주택Ⅱ는 3가지 기준으로 입주자를 뽑을 계획입니다.

바로 △서울시 연속 거주기간 △무주택 기간 △청약저축 가입기간입니다. 서울에 집 없이 산 기간이 길수록, 청약 통장이 오래됐을수록 뽑힐 확률이 높아집니다. 동점자는 추첨을 통해 선별합니다. 자녀가 있는 신혼부부에겐 방 2개 이상의 넓은 평형을 우선 배정할 예정입니다.

‘알짜 입지’에 공급...강남3구 물량도 출격
장기전세주택Ⅱ가 알짜 입지에 공급되는 것도 관심을 모읍니다. 가장 먼저 나오는 물량은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를 재건축한 올림픽파크포레온입니다.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신축 단지죠. 올해 하반기에 300가구가 장기전세주택Ⅱ 물량으로 공급될 예정입니다.

서울시는 올림픽파크포레온 300가구를 포함해 앞으로 3년 동안 2396가구를 장기전세주택Ⅱ로 공급할 방침입니다. 서울시가 임대주택을 확보하는 방안은 크게 2가지입니다. 공공 땅에 주택을 짓는 ‘건설형’ 방안과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로부터 임대주택을 공공기여 받는 ‘매입형’ 방안입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고층 아파트 근처에 있는 판자촌 성뒤마을 전경 [매경DB]
건설형 방안을 통해서는 927가구를 공급합니다. 이 중에는 서울 서초구 성뒤마을(175가구)과 강남구 구룡마을(300가구)을 재개발해 확보하는 물량이 들어있습니다. 송파구 성동구치소 용지(120가구)와 장지차고지(154가구)를 개발해 공급할 계획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많이 살고 싶어 하는 이른바 강남3구 물량이 꽤 나오는 셈입니다. 이 외에도 강서구 마곡택시차고지(61가구), 관악구 관악문화프라자(27가구) 등을 개발해 장기전세주택Ⅱ 물량을 풀 생각입니다.

매입형 방안을 통해서도 1469가구를 공급합니다. 구체적으로 서울시는 송파구 잠실진주(109가구)와 잠실미성크로바(76가구)를 재건축하는 과정에서 얻게 된 임대주택을 신혼부부에게 장기 전세로 빌려줄 방침입니다. 잠실진주는 8호선 몽촌토성역, 잠실미성크로바는 2·8호선 잠실역 초역세권 단지입니다. 지하철 2·7호선 건대입구역과 가까운 광진구 자양1구역(177가구) 물량도 주목할 만한 합니다.

알짜 입지에 공급되는 장기전세주택Ⅱ물량 [사진출처=서울시]
아직은 계획 단계...국토부 승인도 받아야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계획’입니다. 서울시는 2026년 하반기에는 성뒤마을과 구룡마을에서 나오는 장기전세주택Ⅱ의 입주자를 모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합니다. 하지만 그건 성뒤마을과 구룡마을 보상 문제 등이 원활하게 이뤄졌을 때 얘기입니다.

그나마 공공 땅에 건설하는 건 낫습니다. 민간 재건축·재개발은 언제 어떤 암초를 만나 늦어질지 모릅니다. 당장 높은 금리가 계속 유지되고 공사비가 급증하며 멈춰서는 정비사업장이 한 둘이 아닙니다. 사업이 지연되면 시가 임대주택을 확보하는 시기도 계속 밀리겠죠. 앞으로 3년 동안 정말 2396가구를 공급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이유입니다.

사랑스러운 신생아 [매경DB]
국토교통부와 협의해야 할 사항도 있습니다. 맞벌이 가구에 대한 소득 기준 완화와 아이를 낳으면 거주 기간을 늘려주는 방안은 국토교통부가 승인해줘야 하는 사항입니다. 협의를 잘 해보겠다고는 하지만 안 될 수도 있는 겁니다.

서울시는 이에 ‘신혼부부 안심주택’도 공급하겠다고 했습니다. 역세권을 중심으로 2026년까지 2000가구를 짓는 게 목표입니다. 알파룸, 자녀방 등 신혼부부 맞춤형 공간을 제공하는 게 특징입니다. 육아나눔터와 서울형 키즈카페 등 맞춤형 육아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할 계획이기도 합니다. 이 주택 유형을 공급하는 민간 사업자에겐 다양한 인센티브도 줄 방침입니다. 저출생 극복을 위한 여러 대책이 부디 제대로 펼쳐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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