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는 부족하지만···선두를 이끈 LG 타선, 리그 최강의 ‘달리는 기관포’
먼 거리에서 날아와 광범위한 지역에 타격을 주는 대포의 위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달려드는 적을 상대로 무수한 총알을 퍼붓는 기관총이 주는 공포감은, 경우에 따라서는 대포보다 더 크다.
그런데 이 기관총이 빠르게 이동하면서 총알을 퍼붓는다면, 그 위력과 상대에게 주는 공포감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LG는 7일까지 팀 홈런 숫자가 10개 구단 가운데 8위에 그친다. LG보다 더 적은 팀은 키움(47개)과 롯데(46개) 뿐이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기 때문에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하는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잠실구장을 같이 쓰는 두산이 팀홈런 1위(69개)를 달리는 것을 볼 때, ‘대포’의 위력이 약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LG는 371점을 올려 팀득점 1위를 달린다. 2위 두산(358점)보다 10점 이상이 많다. 심지어 LG는 64경기로 65경기의 두산보다 1경기를 덜 치렀다.
대포의 위력이 약해도 가장 강한 LG의 공격력을 이해하려면, 우선 출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LG의 팀 출루율은 0.377로 2위 NC(0.362)에 1푼5리가 앞선 1위다. 출루율 리그 1위(홍창기·0.471)와 3위(문성주·0.431)가 나란히 1~2번으로 나서는 LG 테이블세터진의 위력은 10개 구단 통틀어 가장 강하다. 타율 0.329의 홍창기와 0.330의 문성주는 ‘치는’ 능력도 뛰어나지만, ‘참는’ 능력도 뛰어나다. 볼넷에서 홍창기가 리그 1위(55개), 문성주가 리그 4위(37개)다. 삼진 숫자도 볼넷보다 적다. 정말 오랜만에 등장한 전형적인 ‘클래식’ 테이블세터진이다.
이들이 신나게 차리는 밥상을, 후속 타자들이 맛나게 먹으면 된다. LG의 득점권 타율은 0.298로 KIA(0.308)에 이은 2위다. 대포는 부족하지만 오스틴 딘, 김현수, 박동원 등이 충분히 해결해줄 능력이 있다. 여기에 득점권 타율이 나란히 4할을 넘어가는 홍창기와 문성주도 상황에 따라 최고의 ‘클러치 히터’로 변신한다.
그런데 여기서 LG의 공격력을 배가시키는 또 하나의 요소가 있다. 바로 주루다.
LG의 팀 도루는 101개로 압도적인 1위다. 박해민(25개), 신민재(20개), 문성주, 오지환(이상 11개) 등 두자릿수 도루를 기록한 선수만 4명이다.
물론 도루실패도 44번이나 돼 역시 압도적인 리그 1위이고 성공률도 69.7%에 그쳐 한화(63.0%) 다음으로 낮지만, LG가 주루에서 정말 무서운 것은 도루가 아니라 ‘한 베이스’를 더 가는 능력이다. 단타를 2루타로 만들고 2루타를 3루타로 만들며 조금의 헛점에도 과감하게 홈으로 파고드는 LG의 주루 플레이는 감탄을 자아낸다. 홈런이 적은 LG가 2루타에서 4위(101개), 3루타에서 2위(14개)로 상위권에 올라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지난달 1일 창원 NC전 5회초 박해민의 중견수 플라이에 3루에 있던 발 느린 1984년생 허도환이 홈으로 전력질주, 온 몸을 던져 땅에 얼굴을 박을 정도로 과감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해 득점을 올리는 장면이 LG의 공격적인 주루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겉으로 보는 LG 타선은 기관총 타선이라는 표현이 어울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러 요소들이 더해져 내는 극강의 파괴력은 기관총이 아닌, 기관포에 가깝다. 그것도 ‘빠르게 이동하는 기관포’다. 마치 하늘을 날아다니며 M230 체인건으로 주변을 초토화시키는 AH-64 아파치 헬기를 연상케 한다. 7일 KT전에서 1-3으로 끌려가던 7회초 2사 2루에서 1번 홍창기부터 6번 박동원까지 6연속 안타를 퍼부으며 6득점, KT 필승조 중 한 명인 손동현을 무너뜨린 장면이 이를 증명한다.
LG는 7일 KT전 8-7 승리로 드디어 KIA를 끌어내리고 선두로 올라섰다. 허리 근육통을 호소한 선발 자원 임찬규의 이탈로 다소 어려운 한 주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4경기 3승1패로 순항하고 있다. 4일 키움전에서 임찬규의 대체 선발로 나선 이믿음이 무너져 패했지만 이후 최원태, 손주영, 케이시 켈리 등 선발 투수들의 역투가 이어졌다. 그리고 타선이 4경기 평균 5.8점을 뿜어내며 역할을 다했다. 난타전, 투수전 가릴 것 없이 상황에 맞게 득점을 뽑아낼 수 있는 LG의 기관포 타선은 LG 투수들에게는 든든하기 그지 없고, 반대로 상대 투수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으로 군림하고 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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