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은 이제 시작"…'노 차이나 존' 美 시장서 승부수[이슈속으로]
현대차그룹이 지난달 미국 친환경차 판매에서 역대 최다 실적을 썼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캐즘(chasm, 일시적 수요정체) 국면에 진입했지만 '노 차이나 존'인 북미 시장에서 현대차 '아이오닉'과 기아 'EV' 시리즈의 판매가 늘었다. 미국 전기차 시장 성장률은 중국·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견고해 성장 모멘텀을 이어갈 전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지난달 미국 판매량은 1년 전보다 8.5% 증가한 15만9558대로 집계됐다. 지난 4월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했으나 한 달 만에 판매량이 반등했다. 현대차는 11.6% 늘어난 8만4402대, 기아는 5.1% 증가한 7만5156대, 제네시스는 5.6% 늘어난 5917대였다.
친환경차 판매가 실적을 견인하면서 기존 기록을 갈아치웠다. 친환경 모델은 30.9% 증가한 3만4288대로 역대 월간 최다 판매를 달성했다. 전체 판매에서 친환경차 비중은 21.5%로 사상 처음으로 20%를 넘겼다. 기존 최다 판매는 지난 4월 2만6989대였다.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의 '아이오닉 5'와 기아의 'EV9'을 내세워 선전했다. 두 모델 모두 월간 최다 판매를 달성했다. 아이오닉 5는 81.9% 증가한 4449대, 아이오닉 6은 13.2% 늘어난 1099대로 집계됐다. EV9은 2187대로 출시 후 최대 판매이자 첫 월간 2000대 돌파했고 EV6는 18.9% 증가한 2660대로 올해 들어 최다 판매를 기록했다. 니로 EV 판매는 152.1% 늘어난 2350대로 역대 최다 실적을 썼다. 전기차 판매 증가를 바탕으로 기아의 친환경차 판매는 13.2% 증가한 1만3863대로 월간 최다 판매 실적이다.
현대차의 친환경차 판매는 46.5% 증가한 2만425대로 기아와 마찬가지로 역대 최다 판매를 기록했다. 하이브리드 모델 강세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월간 판매 2만대를 돌파했다. 이 중 하이브리드 모델은 1만3245대로 2개월 연속 월간 판매 1만대를 상회했다. 아반떼 하이브리드를 제외하고 하이브리드 모델 전 차종이 판매가 늘었다.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86.8% 증가한 2307대,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79.4% 늘어난 3453대, '투싼 하이브리드'는 46.4% 증가한 5359대로 집계됐다.
현대차·기아 합산 RV(레저용차량) 판매는 15.2% 증가한 12만1933대로 역시 역대 최다 기록이다. 기존 최다 판매는 지난 3월 11만6647대였다. 제네시스는 세단 모델 판매 감소에도 GV70·GV80 등 SUV(다목적스포츠차량) 모델 판매 호조에 힘입어 1개월 만에 판매가 반등해 5.6% 증가한 5917대로 집계됐다.
하이브리드차 판매 상위권에 있는 일본 업체와 미국 전기차 시장의 강자 테슬라 사이에서도 전기차·하이브리드차 경쟁력을 동시에 내세워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다. SK증권이 인용한 글로벌 자동차 전문 조사기관 '마크라인즈'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업체 중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판매량 모두 상위 5위 안에 포함된 곳은 현대차그룹이 유일한 것으로 조사됐다.
캐즘 속에서도 미국 전기차 시장 성장률은 상대적으로 견고할 것으로 예측된다. 시장조사기관 EV볼륨스에 따르면 올해 미국 전기차 수요는 전년 대비 70% 확대될 전망이다. 유럽은 20%, 중국은 14% 수준이다. 전기차 침투율을 살펴보면 중국과 유럽은 20~30% 수준이지만, 미국은 아직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4분기 미국 조지아주에 완공될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하이브리드차도 생산할 수 있도록 설비가 추가될 예정"이라며 "시장 수요에 맞춘 생산능력을 갖추고 유연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강주헌 기자 z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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