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견제? 자칫 봉숭아학당?...'지도체제' 뭐길래
[앵커]
차기 지도부 선출을 앞둔 국민의힘 내부에서 지도체제 방식을 놓고 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현행 당 대표 '원톱' 체제를 유지할지, 아니면 2등 이하 일부 당권 주자를 지도부에 포함하며 변화를 줄지, 각 주자의 유불리까지 얽히며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조성호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보수정당이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한 건 박근혜 대표가 이끌던 지난 2005년 한나라당 때입니다.
당 대표 1인 독점체제 대신 낙선자를 포함한 9명 최고위가 당을 이끌도록 했습니다.
다양한 계파 대표자를 지도부에 참여토록 해 안정적 리더십을 구축하도록 한 겁니다.
[박근혜 / 당시 한나라당 대표 (2005년 11월) : 다시 새롭게 출발하려는 것입니다. 더 민주적이고, 더 효율적이고, 더 국민에게 다가가는 정당으로 변할 것입니다.]
하지만 11년 만에 다시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따로 뽑는 단일지도체제로 회귀했습니다.
'비박계' 김무성 대표 시절, 서청원 최고위원을 비롯한 '친박계' 지도부와의 갈등이 공공연하게 터져 나왔고,
[김무성 / 당시 새누리당 대표 (2016년 2월) : (공천관리위원회의) 당헌·당규에서 벗어난 행위는 절대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서청원 / 당시 새누리당 최고위원 (2016년 2월) : 아까 그 언행도 분명히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봉숭아학당'으로까지 불리면서 20대 총선 패배 원인으로 지목됐기 때문입니다.
잇따른 선거 참패에 지도체제 개편 문제가 8년 만에 다시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당내 주류를 중심으로, 이르면 다음 달 전당대회를 앞두고 현행 체제를 바꾸는 건 공정성 시비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부정적인 기류가 우세합니다.
[나경원 / 국민의힘 의원 (4일,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 : (집단지도체제에선) 1·2위 후보가 끊임없이 싸우다 보니까 당이 산으로 간다…. // 지금 굉장히 어떻게 보면 당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될 때이거든요.]
유력 주자로 꼽히는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단일체제에서 당권에 도전하면 다른 인사들의 출마가 저조할 수 있고,
당내 다양한 목소리를 녹이려면 집단체제가 필요하다는 반론도 적잖게 나오고 있습니다.
[안철수 / 국민의힘 의원 (지난달 30일) : 용산과 한 사람만의 당 대표가 서로 의견이 다를 경우에 오히려 보완 역할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이에 황우여 비대위원장은 절충안인 이른바 '2인 체제', 당 대표 2위 득표자에게 수석 최고위원을 맡기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당 대표 궐위 시엔 당권을 이어받도록 해 번번이 임기 2년을 채우지 못하고 비대위 체제가 반복되는 걸 막을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반발이 만만치 않습니다.
[윤희숙 / 국민의힘 전 의원 (그제) : 저는 특정한 사람하고 상관없이 // 이거는 봉숭아학당으로 가는 길을 여는 제도인 것 같아서 그런 기계적인 절충형은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 전 위원장이 당 대표가 될 경우 권한이 집중되는 것, 그리고 유승민 전 의원 같은 반윤 인사가 지도부에 들어설 부담을 동시에 차단하려는 것이란 의구심도 적지 않습니다.
지도체제를 둘러싼 신경전이 치열한 건 향후 여당 내 권력구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은 오는 12일까지 지도체제를 포함해 당 대표 선출 방식 논의를 매듭짓겠다는 계획인데, 당권 주자들의 출마 여부나 유불리와도 직결되는 만큼 험난한 과정이 예상됩니다.
YTN 조성호입니다.
촬영기자 : 이성모 한상원
영상편집 : 양영운
디자인 : 오재영
YTN 조성호 (chos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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