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체중인데…경기도 청소년 5명 중 1명 "나는 뚱뚱해"

박채령 기자 2024. 6. 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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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거주하는 청소년 다섯명 중 한명이 정상 체중임에도 자신을 '뚱뚱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조혜영 경기도청소년상담복지센터 수석팀장은 "건강·외모 문제로 찾아오는 청소년의 거의 대부분은 자신이 너무 뚱뚱하다며 힘들어한다"며 "아이러니한 부분은 그런 내담자 중 실제로 비만인 경우는 별로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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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율 전국 최하위 수준 반면 신체이미지 왜곡인지는 전국 평균 이상
건강·상담건수도 증가세...전문가 "외모 스트레스 없는 자아상 형성 중요"
사진은 해당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이미지투데이

 

#1. 수원시에 사는 고등학생 김희주 양(가명‧18)은 마른 체형이지만 체중에 집착하며 자신의 몸이 ‘육중하다’는 이유로 싫어한다. 다이어트에 전념한다면서 하루 식사는 한 끼에 불과한데 그마저 토마토 하나, 두부 한 모가 전부다. 가족과 친구들이 누누이 말려도 김 양은 “요즘엔 ‘뼈말라(뼈가 보일 정도로 앙상하게 마른 몸)’가 대세”라는 입장이다.

#2. 최근 몸무게 37㎏를 ‘달성’한 의왕시의 송화영 양(가명‧14)은 162㎝치곤 너무 마른 탓에 갑자기 기운 없이 쓰러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매일 수십번씩 체중계에 오르며 불안증세를 보이고 있다. 송 양은 “아이돌 만큼 말라야만 예쁘다”며 “몸무게가 늘면 내 모습이 싫고 자존감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청소년 다섯명 중 한명이 정상 체중임에도 자신을 ‘뚱뚱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비만도가 높지 않은데도 불구, 자신의 신체 이미지를 잘못 판단하는 왜곡 인지율이 높다는 뜻으로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경기도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지역 청소년 비만율은 10.7%로 전국(평균 12.5%)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비만율은 소아청소년 성장도표에 따른 백분위 95% 이상의 체질량을 가진 사람의 분율을 뜻하는 말로, 광주광역시가 10.6%가 전국 최하위였고 그 다음이 경기도였다.

이와 반대로 ‘신체이미지 왜곡 인지율’은 경기지역 청소년이 지난해 21.8%로 전국 평균(21.6%)보다 0.2%p 높았다.

여기서 신체이미지 왜곡 인지율은 비만도가 백분위 85% 미만인 사람 중에서 자신의 체형을 살이 찐 편이라고 인지하는 사람의 분율을 의미한다. 즉 ‘뚱뚱하지 않은데 뚱뚱하다고 인식’하는 비율이다.

경북지역 청소년이 23.3%로 1위, 서울지역 청소년이 22.5%로 2위 등이다. 경기도는 물론이고, 전국 청소년들이 5명 중 1명 꼴로 스스로를 ‘뚱뚱하다’고 여기는 셈이다.

자신의 신체 건강 및 외모를 왜곡해 인식하며 상담을 요청한 사례도 매년 수백 건에 달한다.

경기도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만 한정해도, 센터에 접수된 건강·외모 관련 상담 건수는 2021년 408건, 2022년 700건 등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최종치는 현재 집계 중(1~5월간 229건)이지만 전년도와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조혜영 경기도청소년상담복지센터 수석팀장은 “건강·외모 문제로 찾아오는 청소년의 거의 대부분은 자신이 너무 뚱뚱하다며 힘들어한다”며 “아이러니한 부분은 그런 내담자 중 실제로 비만인 경우는 별로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아정체성을 형성하는 시기에 있는 청소년이 외모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보면 자아존중감이 낮아진다. 이는 성인이 돼 사회생활을 할 때도 대인관계, 업무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청소년들의 이러한 ‘다이어트 선호 현상’이 신체·정신적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신의 신체 이미지에 대한 왜곡된 생각에 빠진 청소년들은 무리한 다이어트를 시도하거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청소년기에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하게 되면 성장 호르몬이 줄어들 뿐 아니라 혈관, 콩팥, 심장 등 여러 기관들도 매우 약해진다”며 “정신적으로도 식이장애의 90%는 우울증을 동반한다”고 말했다.

이은경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 또한 “급격한 신체 변화를 겪는 청소년들은 외모에 예민한 상태이기에 더욱 사회적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면서 “부모나 선생님 등 주변 어른들이 섣불리 변화하는 청소년의 몸매를 언급하기보다는 아이들이 부정적인 자아상을 형성하지 않도록 안심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경기도에서 섭식장애로 진료를 받은 인원 수는 2019년 2천220명, 2020년 2천492명, 2021년 3천270명, 2022년 3천888명 등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박채령 기자 cha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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