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내것인듯 내것아닌' 이유는
법원 최 회장 손들어줬으나, 공정위는 상고
TRS 계약상 현재 소유권은 증권사 몫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혼 항소심 판결로 1조원 이상 재산 분할 가능성에 노출되자 SK실트론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SK실트론은 최 회장의 개인 지분이 담겨 있으며 반도체 소재 사업을 영위해 시장성 있는 자산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최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매입을 부당한 이익 취득으로 정의하고 있어 법적 다툼이 진행 중인 점은 변수다. 대출 형태로 사들여 현재 최 회장이 SK실트론을 온전히 소유하고 있는 상황도 아니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K실트론 주주 명단에는 51% 지분을 소유한 SK㈜와 나머지 49%를 보유한 특수목적법인(SPC) 4곳이 올라있다. SPC는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이 세운 유동화회사다. 구체적으로 워머신제육·칠차 2곳은 NH투자증권, 키스아이비제십육차와 더블에스파트너쉽2017의2는 각각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만들었다.
해당 SPC는 증권사와 SK, 최 회장 사이 체결된 총수익스왑(TRS) 거래를 기반에 둔다. 2017년 SK그룹이 SK실트론(당시 LG실트론)을 인수할 때 49% 지분은 증권사와 TRS 계약을 통해 사들였다. 계약 주체는 SK와 최 회장으로 각각 19.6%, 29.4%를 매입했다.
증권사들은 TRS 계약에 따라 SK와 최 회장의 인수 대금을 책임지는 대신 수수료를 수령하고 SK실트론 지분에서 발생하는 변동 수익은 SK와 최 회장에 이전한다. SK와 최 회장에게 실행한 대출 재원은 유동화 시장에서 조달하고 있다. SPC를 통해 유동화단기사채(ABSTB)를 3개월 단위로 차환 발행하면서 TRS 계약에서 발생하는 고정 수익을 투자자에 지급하는 식이다.
오는 2027년 TRS 계약이 만료되면 증권사 3곳은 SK와 최 회장으로부터 계약금액을 정산 받는다. SK가 갚을 돈은 1691억원, 최 회장은 2536억원이다. TRS 계약이 유지되는 한 SK실트론 지분 49%의 표면상 소유권은 증권사 몫이다.
지난달 30일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그가 소유한 주식도 재산 분할 대상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서울고법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 분할로 1조3808억원의 현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해당 판결 이후 시장에서는 최 회장이 SK실트론 지분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공정위가 최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취득 과정을 부적절하게 여기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공정위는 SK가 SK실트론 지분 29.4%를 최 회장이 인수하게 허용한 것은 합리적이지 않고 그룹 동일인에게 사업 기회를 제공했다고 판단한다.
일례로 최 회장이 한국투자증권과 TRS 수수료율을 70bp가량 낮추는 과정에서 ‘향후 SK그룹과의 딜’을 협상 조건으로 제시했는데 이는 일반적인 조력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공정위 입장이다.
2021년 공정위는 향후 동일한 행위를 금지하는 시정명령과 함께 SK와 최 회장에게 각각 8억원씩 총 1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최 회장은 취소 소송을 제기해 올해 1월 승소했으나 공정위는 즉각 상고했다.
공정위와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에서 최 회장이 개인사로 SK실트론 매각이나 기업공개(IPO)를 통해 현금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만약 SK실트론 IPO 과정에서 SK 보유 주식보다 최 회장 소유 주식을 우선적으로 구주매출한다면 이해상충 소지가 있다. SK 역시 배터리와 반도체 투자를 위한 자금 수요가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SK실트론이 지정감사도 받지 않고 있어 당장 상장을 추진할 수는 없다. 만약 지분 매각을 진행한다면 최 회장이 확보할 현금보다는 ‘SK그룹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설정해야 하는 만큼 소수 지분 처분의 셈법은 간단하지 않다. 그만큼 최 회장이 소유한 SK실트론 지분은 환금성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
SK는 2017년 LG가 보유하던 SK실트론 지분 51%를 6200억원에 직접 인수했다. SK가 직접 취득한 지분의 1주당 매입가는 1만8139원이다. 이후 SK는 최 회장과 함께 SK실트론 재무적투자자와 채권단이 소유했던 지분 49%는 주당 1만2871원에 매수했다. 인수 당시 SK실트론의 총 지분가치는 1조원대였으며 현재 7배 이상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ar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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