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 향한 북한의 ‘선택적 분노’…이번 목적은? [뒷北뉴스]
■ 세계가 경악한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 시작은 '대북전단'
2020년 6월 16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가 폭음과 함께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사흘 전 북한의 폭파 경고를 늘 있던 '말 폭탄' 정도로 판단했던 우리 정부는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습니다. 서호 당시 통일부 차관은 "남북 관계에서 전례를 찾을 수 없는 비상식적이고 있어서는 안 될 행위"라고 분노했습니다. 2018년 4·27 판문점선언으로 탄생한 역사상 첫 남북 간 상시 연락 채널이 먼지가 되는 모습을 전 세계 매체들이 주요 뉴스로 전하며 경악했습니다.
당시 북한이 이 전례 없는 행동의 이유로 내세웠던 건 바로' 대북전단'이었습니다. 북한은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에 앞서 "버러지 같은 자들이 우리의 최고 존엄까지 건드리는 천하의 불망종(불망나니) 짓을 저질러도 남조선에서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다며 '대북전단'을 연일 문제 삼았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부부장은 전단살포를 놓고 '최악의 사태"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는 북한 내 항의집회 소식을 전하는 등 대대적인 여론 조성에 나섰습니다.
■ '대북전단' 향한 북한 분노는 선택적? …"필요시 도발 명분으로 삼아"
국내 민간단체들은 주로 2000년대부터 풍선을 이용해 대북전단을 살포해 왔습니다. 대북전단에 북한 지도층의 실상을 알리는 내용도 담기다 보니 북한은 이를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2015년 10월 10일엔 북한이 경기도 연천에서 날린 대북전단 풍선을 조준 사격해 우리 군이 대응 사격을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최근 북한이 대북전단을 또다시 문제 삼고 있지만 사실 대북전단 살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과거 접경 지대 주민들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전단 살포를 단속한 적도 있지만, 국내 민간단체들은 꾸준히 북한을 향해 전단을 날렸습니다.
다만 북한은 대북전단이 날아올 때마다 공개적으로 강한 분노의 메시지를 내놓지는 않았습니다. 통일부가 2020년 6월 배포한 <대북전단 관련 설명자료>를 보면 남북 관계가 극도로 경색됐던 2017년의 경우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기자 문답이나 민족화해협의회 공개질문장에서 대북전단에 불만을 나타내긴 했지만, 성명이나 담화를 통한 불만 표출은 없었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었던 2018년엔 조선중앙통신 논평으로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경고 메시지가 한차례 나왔지만 2019년까지 대북전단을 비방하는 성명과 담화는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이 남북 관계를 경색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대북전단을 도발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 2020년과 차이점은? … "대외용 창구로만 대북전단 문제 삼아"
북한 관영매체는 크게 대내용인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 있습니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는 매일마다 북한 주민들이 보지만 조선중앙통신은 일반 북한들이 접할 수 없습니다. (조선중앙통신 기사 일부는 노동신문과 조선중앙 TV가 인용하기도 합니다)
2020년 6월 북한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기 전 대북전단을 문제 삼을 때는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 '조선중앙통신' 모두 이용했습니다. 해당 매체들은 적극적으로 남한을 비방하고 궐기대회 소식을 전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알 수 있도록 대북전단 문제를 이슈화한 겁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최근 회고록『변방에서 중심으로』에서 "적대적인 분위기를 몰아가다가 대북전단이 다시 날아오니까 그런 극단적인 행동을 한 것이죠. 북한 국내 정치용이었던 측면도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밝혔습니다. 일각에선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 협상이 어그러진 상황에서 북한 주민들 동요를 막기 위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라는 '충격 요법'을 선택했는데, 이를 위한 명분으로 대북전단을 문제 삼았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반면 최근 오물풍선을 날려 보낸 북한은 대북전단 문제를 대외용 창구인 ' 조선중앙통신'으로만 내놓고 있습니다. 북한 일반 주민들에겐 현재 갈등 상황을 전하지 않고 있는 겁니다. 아직까지 북한의 속내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지만, 이번엔 대북 전단을 '국외정치적'으로 활용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북한이 남한 정부에 정치적 부담을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도발했을 가능성도 있고, 미 대선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일종의 '군불 때기'에 나선 것 일 수도 있습니다.
■ "당분간 남북 간 긴장 더 높아질 수 있어" …접경지대 주민 '불안'
북한은 지난 2일 남측으로 쓰레기 등을 매단 오물 풍선 살포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다시 북한으로 전단을 보내온다면 재개하겠다며 으름장을 놨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당분간 남북 간의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국내 민간단체들이) 대북전단을 지난 6일 다시 날려 보냈기에 북한이 시기를 저울질할 수는 있지만, 북한이 일종의 보복 계획으로 오물풍선을 다시 보낼 가능성은 매우 높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또다시 오물풍선을 날려 보내면 우리 군이 확성기 방송 시행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고 또 그 확성기 방송에 대해 북한도 역시 마찬가지로 군사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라고 우려했습니다. 도발과 맞대응이 반복적으로 오가며 남북 간 갈등 상황이 증폭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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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윤 기자 (liv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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