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꽃 문 까치 한 마리 날아가는 모습을 상상합니다[신문 1면 사진들]
※신문 1면이 그날 신문사의 얼굴이라면, 1면에 게재된 사진은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눈동자가 아닐까요. 1면 사진은 경향신문 기자들과 국내외 통신사 기자들이 취재한 하루 치 사진 대략 3000~4000장 중에 선택된 ‘단 한 장’의 사진입니다. 지난 한 주(월~금)의 1면 사진을 모았습니다.
■6월3일
북한이 다시 오물 풍선을 날려보냈습니다. 이날 바람을 타고 온 풍선은 군이 확인한 것만 760여개에 달했습니다. 풍선엔 담배꽁초, 폐지, 비닐 등 오물·쓰레기가 들었습니다. 이날 정부는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고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살포 등 도발에 대응해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논의했습니다. 남북의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도발과 보복이 반복되는 가운데 대화는 낄 틈이 없어 보입니다. 월요일자 1면 사진은 터진 풍선이 쏟아내 쓰레기를 군 장병들이 지뢰 탐지기를 이용해 확인하는 모습입니다.
■6월4일
윤석열 대통령이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최대 140억배럴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 같은 성과를 대국민 소통을 위한 첫 국정브리핑에서 밝혔지요. 브리핑에 동석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매장가치에 대한 질문에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탐사 시추를 통해 실제 매장 여부를 확인하고 사업성 검증 과정도 거쳐야 한답니다. 개발 성공률이 20%정도고요. 갸웃하게 됩니다. 국정 실패를 만회하겠다고 시작한 첫 국정브리핑이 확인도 안 된 유전의 ‘가능성’이라니요. 4일자 1면 사진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그 ‘가능성’에 대해 발표하는 모습입니다.
■6월5일
매체의 입장에서 보면 대통령은 대한민국 제1의 취재원입니다.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다 뉴스가 되는 대상이지요. 지면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1면 사진에 이틀 연속으로 대통령이 등장하는 건 꺼려집니다. 사진 선택의 고민이 부족했거나 게을렀다는 걸 고백하는 것 같아서지요. 전날 1면에 대통령 첫 국정브리핑 사진을 썼기때문에 이날은 되도록이면 피하고 싶었습니다만... 대안이 없었습니다.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공동언론발표장의 윤 대통령 사진을 1면 사진으로 선택했습니다. 마감된 사진은 주로 발표 위주의 장면이었습니다. 전날도 발표(브리핑) 사진이었으므로, 걸어서 입장하는 모습을 썼습니다.
■6월6일
‘사상 첫’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경우 뉴스 가치가 커집니다. 눈에 익어서 그저그런 장면도 ‘사상 첫’이라는 설명이 붙으면 뭔가 좀 새롭게 보이기도 합니다. 집권 여당이 불참한 가운데 야당 단독으로 국회가 개원했습니다. ‘헌정사상 첫 야당 단독 국회 개원’입니다. 위 사진은 애초에 1면 사진 후보군에도 포함되지 않았던 사진인데 ‘사상 첫’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1면 자리를 꿰찼습니다. 이날 본회의에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됐습니다. 야당 단독으로 의장단을 선출한 것도 헌정사상 처음입니다. 사진은 여당 의원들이 불참한 국회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당선 인사를 하는 모습입니다.
■6월7일
현충일에는 대개 현충원에서 참배객 스케치를 합니다. 매번 비슷한 사진을 찍는 공간이지만, 발품을 팔고 조금 운이 따라준다면 선물 같은 사진을 찍을 수도 있습니다. 유명한 사진이 있는데요. 국화꽃을 입에 문 까치가 묘비 위에 앉아 있는 사진입니다. 지금은 은퇴하고 연기자의 꿈을 키우고 있는 이웃 회사 선배의 1996년 작품입니다. ‘까치의 헌화’라는 제목으로 실린 이 사진은 조작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답니다. 사진 한 장이 현장의 취재모습을 바꿔놓기도 합니다. 한때 저를 포함한 사진기자들은 현충원에서 까치를 찍으려 안달하기도 했습니다. 7일자 1면 사진을 보면서 저 앵글 안에 꽃을 문 까치 한 마리가 날아가는 모습을 상상합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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