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철이 왜 여기서 나와?"...예능부터 드라마까지 찍는 은행들
"저희들이 전세 사기의 문제점을 철저하게 파헤쳐보겠습니다."
'한블리'로 잘 알려진 한문철 변호사가 은행 유튜브 콘텐츠에 나타났다. 교통사고가 아닌 전세사기를 알아본다. 은행이 아이돌이 등장하는 드라마를 만들더니 '텅장'의 주범을 찾는 예능까지 선보였다. 단순 정보 전달만으로는 MZ세대의 눈길을 잡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8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한문철 변호사와 함께 촬영한 웹콘텐츠 '전문철'을 연재 중이다. '전세사기 문제에 대해 철저히 알아보는 시간'의 줄임말로 사회초년생이 겪을 수 있는 전세사기에 대한 예방법을 '관찰형 예능' 형식으로 알려준다. 하나은행도 개그맨들이 직장인들을 인터뷰하는 '스트릿텅장파이터'를 제작하는 등 은행권 전반에서 'MZ 겨냥' 콘텐츠가 활발하게 제작되고 있다.
금융 관련 콘텐츠만 만드는 것이 아니다. 현대 사회인의 심리불안과 마음건강을 챙겨주는 '오늘도 힘'이라는 콘텐츠(KB금융)도 나왔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숨겨진 가수를 소개하는 음악 웹예능도 선보였다.
은행권이 웹콘텐츠 제작에 열을 올리는 주된 이유는 미래 고객 확보다. 과거엔 전문가의 강연 같은 교육 콘텐츠였다면, 최근엔 유명 연예인과 함께 웹예능·드라마를 만들어 '재미'를 잡는 데 집중한다. 스마트폰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청년층에게 초점을 맞췄다.
실제 '전문철'은 집을 구하기에 앞서 전세사기를 우려하는 청년들로부터 반응이 좋다. 총 2화 중 1화 조회수가 8일 만에 76만회를 넘었다. 있을 법한 사례를 드라마로 연출해 재미와 정보를 다 잡았다는 평이다. 전세 계약 '꿀팁'을 안내하면서 'KB부동산' 앱을 통해 시세 정보가 부족한 신축빌라의 시세를 확인할 수 있다는 홍보도 담겼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MZ세대는 미래의 핵심 고객"이라며 "전세사기 같은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사회공헌을 한다는 이미지가 향후 거래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이미 지난해 걸그룹 '에스파'가 출연한 '광야로 걸어가'로 웹콘텐츠의 영향력을 맛보기도 했다. 에스파의 세계관을 차용해 가상세계 아바타와 '리브넥스트' 앱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내용의 웹드라마다. 리브넥스트가 국민은행의 10대 전용 앱이라는 점에서 타깃층을 엿볼 수 있다. 에피소드 4편이 모두 300만 조회수를 넘겼고 리브넥스트는 다운로드 50만회를 달성했다.
하나은행이 지난달 처음 선보인 '스트릿텅장파이터'는 개그콘서트 개그맨들이 여의도·판교 등 길거리에서 시민들을 즉석 인터뷰하는 웹예능이다. 젊은 직장인들에게 소비습관이나 취미 등을 물어보면서 공감대를 자아낸다. 자연스럽게 하나은행의 연 3% 금리 월급통장 '달달하나통장'을 알렸다.
새 콘텐츠보단 자사 홍보모델을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우리은행은 신규 모델 보이그룹 '라이즈'로 주요 팬층인 Z세대를 겨냥했다. 멤버들의 '밸런스 게임'을 제작하고, 우리은행의 10대 전용 서비스 '우리틴틴'을 홍보했다. CEO도 직접 나섰다. 지난 2월 SOL트래블 체크카드를 선보이면서 개그우먼 장도연과 찍은 콘텐츠에 정상혁 신한은행장과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이 출연했다.
금융권에서는 앞으로도 웹콘텐츠의 재미와 즐거움으로 유입되는 MZ세대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진영리 KB금융경연구소 연구원은 "빠른 속도에 익숙한 세대가 숏폼이나 웹콘텐츠를 통해 의사를 결정하거나 정보 검색 채널로 활용하면서 관련 시장 규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이 과정에서 검증되지 않은 방송인을 섭외하거나 과한 콘텐츠로 반감을 살 수 있다고 경계하기도 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TV광고보다 적은 비용으로 브랜드를 노출하기 때문에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이라며 "다만 자극적인 재미만 추구하다가 제일 중요한 신뢰도를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사회공헌적 의미도 담으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병권 기자 bk2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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