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인력시장, 중국인 수백명 와글와글…한국인은 10여명 띄엄띄엄

진영화 기자(cinema@mk.co.kr) 2024. 6. 8.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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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노가다 세대'는 고령화되고 젊은층은 '3D 업종' 취업을 꺼리면서 한국인 인력이 눈에 띄게 줄고 있어요. 외국인 노동자들은 대부분 불법체류자인데, 이들 없이는 현장이 절대 굴러가지 않을 정도가 됐어요."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청년들이 사라지면서 빈 자리를 장년층과 대다수가 불법 체류자인 외국인 근로자가 메우고 있다.

내국인만으로 27만1098명의 인력 부족한 상황에서 외국인은 32만7234명이 공급되면서 건설현장 노동력 부족분을 메울 수 있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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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새벽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인력시장에 구직자들이 모여 있다.
“이른바 ‘노가다 세대’는 고령화되고 젊은층은 ‘3D 업종’ 취업을 꺼리면서 한국인 인력이 눈에 띄게 줄고 있어요. 외국인 노동자들은 대부분 불법체류자인데, 이들 없이는 현장이 절대 굴러가지 않을 정도가 됐어요.”

최근 서울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앞. 평일 새벽마다 건설 현장 일용직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로 붐비는 이곳의 한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날 새벽 색 바랜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이 어둠을 뚫고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이 가장 몰리는 오전 5시에는 200여명이 역 인근에 모여 있었다.

이곳엔 건설 현장 일용직 일자리를 찾는 외국인 근로자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문화가 생겼다.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영역을 나눠 한쪽엔 외국인, 반대편에는 내국인 구직자가 기다리는 것이다. 외국인이 모이는 쪽에선 중국어 소리만 들렸다. 구직자뿐 아니라 구인자 역시 중국인이었다.

반면 내국인이 모인 반대편엔 얼굴에 깊게 주름이 패인 한국인들이 열댓명이 띄엄띄엄 서있었다. 매일 이곳에서 둥글레차를 나눠주는 봉사를 하는 홍병순씨(70)는 “여기 온 사람들 중 한국인은 20%도 안되고 나머지는 대부분 중국인과 조선족”이라며 “외국인이 많아지니까 외국인과 한국인이 일감을 기다리는 장소가 나뉘었다”고 말했다. 30대부터 인력 시장을 찾았다는 최모씨(58)는 “청년때만 해도 한국인끼리 뭉쳐 다녔는데 젊은 사람들이 공사장에 안 오면서 나이 든 사람들이 개별적으로 움직인다”며 “중국인들은 20명씩 몰려다닌다”고 전했다.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청년들이 사라지면서 빈 자리를 장년층과 대다수가 불법 체류자인 외국인 근로자가 메우고 있다. 고령 근로자가 할 수 있는 작업이 제한적인 데다 중대재해처벌법 이슈로 60세 이상 근로자를 거부하는 현장이 늘면서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는 높아지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는 의사소통이 어렵고 장년층은 신체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부실 시공이나 안전사고 위험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15일 새벽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인력시장에 구직자들이 모여 있다.
건설근로자공제회 ‘2024년 건설근로자 수급전망’에 따르면 건설기능인력 수요는 183만6455명인데 반해 내국인 공급은 156만5357명으로 예측됐다. 내국인만으로 27만1098명의 인력 부족한 상황에서 외국인은 32만7234명이 공급되면서 건설현장 노동력 부족분을 메울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건설현장 평균 진입 연령은 37세, 현장 노동자의 평균 연령은 53.1세로 나타났다. 향후 근로계획에 대해서는 응답자 연령이 높을수록 계속 일하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60대 이상(평균 70.8세)의 경우 ‘힘이 다할 때까지 일하고 싶다’는 응답이 78.1%였다. 반면 20대 이하는 33.3%만 같은 응답을 보였다. 앞으로 건설 현장 노동자의 고령화 추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외국인 건설 근로자는 현재 최장 4년 10개월까지 체류할 수 있는 단순 일용직(E-9) 비자만 받을 수 있다. 정부가 건설업 E-9 비자 쿼터를 2000명에서 6000명으로 늘리면서 인력 수급에 다소 숨통이 트였지만 저숙련 인력보다 숙련기능인력 비자 쿼터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성주 대한전문건설협회 노동정책팀장은 “건설업체들이 합법 외국인 인력을 쓰려고 노력해도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내국인 근로자 부족분은 점점 커지는데 이를 메울 수 있는 사람은 외국인 노동자뿐이기 때문”이라며 “능력 있는 합법 인력을 쓰기 위해선 숙련기능인력 외국인이 받는 비자인 E-7 쿼터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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