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질게" 구급차 막은 '보험사기' 택시…환자 숨져도 사과 없었다 [뉴스속오늘]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구급차 기사는 A씨에게 "환자 이송부터 한 뒤 보험처리를 하겠다"며 연락처를 알렸다. 그러나 A씨는 반말로 "사고 처리가 먼저인데 어딜 가? 119 불러준다고. 내가 책임진다고 죽으면. 119 불러서 보내"라고 소리치며 구급차를 막아섰다.
A씨는 구급차 이동을 약 11분간 방해했다. 보호자가 계속해서 환자 이송을 요구하자 "가려면 나 치고 가. 때리고 가라고"라며 구급차의 운전석 쪽으로 다가가 온몸으로 출발하지 못하게 막았다.
A씨는 과거 사설 구급차와 전세버스 등 운전 업무에 종사했던 경험이 있었다. 그는 고의로 사고를 내 합의금이나 보험금을 반복적으로 받아 챙겨온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A씨는 사설 구급차가 응급환자를 태우지 않고도 사이렌을 울리며 운행하는 등 불법적인 운영이 많다는 걸 알고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사건 당일에도 사설 구급차가 오른쪽 뒤에서 사이렌을 울리며 다가오는 것을 보고 일부러 들이받은 것이다.
A씨는 구급차 기사에게 "내가 사설 구급차 안 해 본 줄 아냐"며 "불법으로 사이렌 켜고 간 거 구청에 신고해서 진짜 응급 환자인지 아닌지 보겠다"고 말했다. "응급 환자 아니면 50만원을 달라. 안 주면 민원 넣겠다"는 취지로 협박하기도 했다.
A씨가 끝까지 길을 비켜주지 않자 결국 보호자는 119에 신고했다. 환자는 뒤늦게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5시간 만에 숨졌다.
A씨는 뻔뻔하게 행동했다. 구급차 기사가 보험사에 사고를 신고하도록 해 72만원을 수리비 명목으로 받았다. 그는 구급차 기사가 자신을 밀쳤다는 이유로 폭행죄로 고소하기도 했다.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할 때는 "환자가 사망하면 책임지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책임지실 거냐"는 취재진 질문에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시치미를 뗐다.
검찰은 A씨에게 △특수폭행 △특수재물손괴 △업무방해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장기간에 걸쳐 고의로 사고를 내거나 단순 접촉 사고에 대해 입원이나 통원 치료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보험금과 합의금을 편취하는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어 "환자가 탑승할 수 있는 사설 구급차를 상대로 고의 접촉 사고를 내고, 환자가 탑승하고 있는 걸 확인했음에도 사고 처리를 요구하며 이송 업무를 방해한 위험성을 고려하면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응급환자 사망과 A씨의 행위 사이에 인간관계가 있다는 점을 바탕으로 기소가 이뤄지지 않았기에 이는 법원의 판단 범위가 아닌 만큼 양형에 참작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A씨는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A씨는 1심에서 9차례, 항소심에서 16차례 반성문을 제출했다. 이는 양형에 참작됐다. 그러나 피해자 유족은 직접 사과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는 점과 상대 보험사와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 판단은 부당하다"며 2개월을 감형한 징역 1년 10개월을 선고했다. 검찰과 A씨 모두 상고하지 않아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A씨가 고의로 구급차를 추돌해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에 대해서는 경찰이 살인,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하지 않기로 최종 결론 내렸다. 법원은 유족이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A씨가 유족에게 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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