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에서는 로봇이 인간을 해고한다
업무 뒤처지면 ‘계약종료’ 경고
노동의 질 저하·소득 양극화 등
거대 플랫폼 기업의 그늘 탐구
아마존 디스토피아/ 알렉 맥길리스/ 김승진 옮김/ 사월의책/ 2만7000원
“점심 샐러드가 24달러나 하고 방 하나짜리 아파트 월세가 평균 3600달러나 하는 곳에서 노숙인이 길바닥에 변을 보고 있는 모습이라든지… 저소득 노동자들은 5∼6평짜리 초소형 아파트 아니면 공동화장실을 쓰는 기숙사 같은 곳에 살아야 하거나….”
‘아마존 디스토피아’의 저자는 지역불평등과 경제 집중화라는 미국의 승자독식 현상을 거대 플랫폼 기업 아마존을 통해 들여다본다. 그는 “아마존은 승자와 패자를 분리하는 제로섬의 재편 과정에서 압도적으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아마존의 기다란, 점점 더 길어지는 그늘에 덮인 미국”을 들여다보겠다고 한다.
제조업 붕괴 후 저임금·단순노동 일자리가 늘어나는 현상은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2005년 GM은 볼티모어 브로닝 하이웨이의 공장을 폐쇄했다. 10년 뒤 이 자리에 아마존 물류센터가 들어섰다. 10년 전 GM공장은 노동자에게 시간당 평균 27달러와 여러 부가급부를 제공했지만, 아마존은 시간당 12∼13달러를 줄 뿐이었다. 반면 지역 정부와 주 정부가 이 물류센터를 유치하기 위해 아마존에 제공한 혜택은 4300만달러나 됐다.
20세기 볼티모어 제조업 노동자들과 아마존 물류 노동자들의 차이는 임금뿐 아니라 노동의 질에도 있다. 이 물류 공장에서는 ‘키바’라는 로봇이 물건이 쌓인 선반을 노동자들에게 날라다 주면 인간 ‘피커’가 물건들을 꺼내 포장했다.
아마존에서는 로봇이 인간의 해고도 좌우한다. 시스템이 작업 속도, 휴게시간 등을 자동 추적해 노동자의 작업량이 여러 차례 뒤처지면 계약 종료를 알리는 경고를 발송한다. 브로닝 하이웨이 물류센터에서는 2017∼2018년 약 300명이 비효율을 이유로 해고됐다.
아마존의 성장은 수많은 지역 업체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 아마존은 소상공인, 지역업체들에 입점을 제안하면서 ‘전 세계 시장에 판매할 수 있다’고 홍보하지만 6∼15%에 달하는 판매 수수료는 강조하지 않는다.
‘독립 사무용품 및 사무가구 딜러 협회’의 마이크 터커는 아마존이 창출한 일자리보다 독립 상점에서 없앤 일자리가 두 배 더 많다고 말한다. 아마존은 2014년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20억달러, 미주리주에서는 10억달러 이상의 상품을 팔았지만 두 주에서 한 명도 고용하지 않았다.
아마존은 지역 업체를 몰아내 지방·주 정부의 세수 기반을 없애지만 물류센터 입지 협상에서는 막대한 조세 혜택을 받는다. 지방 정부가 조세 혜택을 결정하는 과정은 요식행위다. 한국처럼 미국도 이런 사안은 각종 위원회 승인을 거치지만, 위원회 회의 자체가 서로 아는 이들의 친목모임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데이터센터가 들어선 시골 지역에는 갈등이 일고 있다. 오하이오주에서는 데이터센터 송전선이 주거지를 지나자 주민들이 일제히 반대운동을 벌였다. 주민들은 송전선은 물리쳤으나 아마존이 데이터센터 전기료를 특별할인 받으면서 결국 아마존의 전기료 부담을 나눠서 지는 신세가 됐다.
책은 이 외에도 아마존이 로비를 위해 이해 상충 우려가 있는 전직 관료를 채용하고 중앙·지역 정부의 의사결정이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민주주의에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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