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 예술가적 기질은 ‘파괴의 원동력’
문화국가 기치로 편협된 예술관 강요
강렬한 퍼포먼스로 파괴적 전쟁 선동
대중 사로잡기 위한 상징적 연출 즐겨
히틀러와 미학의 힘 - 대중을 현혹한 파괴의 예술가/ 프레더릭 스팟츠/ 윤채영 옮김/ 생각의힘/ 3만7000원
히틀러는 자신을 예술가로 여겼다. 예술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고 독일과 유럽을 재건하겠다는 강렬한 욕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는 건축, 회화, 음악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자신의 비전을 펼쳤으며, 독일 민족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국민을 결집하려 했다. 전쟁은 그러한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는 과정이었다. 설령 유럽이 붕괴되고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더라도 그에게 파괴는 건설로 가는 길이었다.
히틀러는 밤 시간대의 조명을 활용한다거나, 빨강과 검정의 스바스티카 깃발로 연단을 장식하는 등, 자신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대중의 감정을 조작하는 데에도 능숙했다. 이는 매우 중대한 정치적 성공 요소였다. 이러한 퍼포먼스가 대중에게 정치 참여 감각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능력은 대중을 파괴적인 전쟁으로 이끄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결국 ‘제3제국의 문화국가 비전’이란 히틀러 자신의 예술관을 독일 국민에게 강요한 것에 불과했다. 그로 인해 독일 예술계의 문화적 다양성과 창의성은 급격하게 쇠퇴했다. 문화국가라는 비전을 내세운 히틀러가 정작 예술과 문화에서도 파괴를 가져왔던 셈이다. 게다가 반유대주의는 예술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제3제국 정책의 중요한 축이 되었다. 그 결과는 다 아는 바처럼 커다란 비극을 불러왔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히틀러의 예술관과 문화적 순수성을 지키려는 명분 아래 이루어졌다는 점, 이 책이 말하는 비극의 이면이다. 히틀러의 예술가적 기질은 그의 인간적 면모보다는 그가 지닌 파괴적 힘과 창조적 열망의 이중성을 드러낸다.
책에 담긴 수많은 인용문과 풍부한 사진 자료들은 발터 벤야민이 이야기했던 ‘정치의 예술화’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예술과 정치가 어떻게 결합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결합이 경우에 따라 얼마나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일깨운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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