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와인] ‘2억년 토양이 빚었다’ 라 호야 싱글 빈야드 멜롯

유진우 기자 2024. 6. 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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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칠레라면 와인 혹은 한발 더 나아가 돼지고기와 포도 정도만 떠올린다.

그러나 산업계에서 칠레는 세계적인 자원 대국이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주요 원료인 리튬 매장량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리튬 이전에는 질산나트륨이 있었다. 칠레는 19세기 내내 화약 원료로 쓰이는 질산나트륨을 독차지하다시피 했다.

광물 자원은 과거 그 땅이 비옥했다는 증거다. 좋은 와인은 비옥한 땅에서 나온다.

호세 루이스 세풀베다 주한칠레대사관 농·상무관은 “칠레 해안가에 솟은 지층을 보면 다양한 광물질들이 차곡차곡 쌓여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이렇게 미네랄이 누적된 토양에서 영양분이 풍부한 포도가 나온다”고 말했다.

2024 대한민국 주류대상 레드와인 신대륙 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라 호야 싱글 빈야드 멜롯은 칠레 여러 와인 산지 가운데서도 토양 성분이 복잡하기로 유명한 콜차구아 밸리에서 만든다.

콜차구아 밸리는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자동차로 남쪽을 향해 150킬로미터 정도 달리면 나타난다. 이 지역 토양은 2억 년이 넘은 화강암으로 이뤄져 있다. 둥글고 큰 자갈과 화강암으로 이뤄진 언덕 지형을 파내려 가다 보면 두터운 충적토층이 나온다.

충적토는 하천에 의해 쌓인 퇴적물이 오랫동안 굳지 않고 켜켜이 뒤섞이며 쌓인 퇴적층을 말한다. 이런 토양은 수분 공급력이 좋고 비옥해서 농업에 잘 맞는다. 특히 포도나무처럼 뿌리를 아래로 길게 뻗는 작물을 키우기 좋다. 세계적인 와인 산지인 프랑스 보르도 메독(Medoc) 지방이 대표적인 충적토양이다.

기후도 전체적으로 보면 온화한 훔볼트 해류 영향을 받는 지중해성 기후에 가깝다.

그래픽=손민균

그러나 세밀히 따져보면 이보다 조건이 훨씬 복잡하다.

이 지역 동쪽에는 해발 700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안데스산맥이 장벽처럼 버티고 서있다. 서쪽으로는 서늘한 남태평양에서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불어온다. 태평양으로부터 거리를 따지면 동쪽으로 고작 60킬로미터, 안데스산맥에서 거리를 재면 서쪽으로 40킬로미터 정도다.

지중해성 기후라면 그저 따뜻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안데스산맥 영향으로 일교차가 섭씨 25도를 기록하는 날이 6개월 동안 이어진다. 아침 저녁으로 일교차가 크게 벌어지면 포도나무는 극도로 고통을 받는다. 특히 콜차구아 밸리와 같이 비가 거의 내리지 않고 맑은 날만 이어지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이 지역 포도나무들은 밤이 되면 추운 기후 속에서 일교차 때문에 맺힌 이슬 방울을 필사적으로 흡수한다. 반대로 낮이 되면 뜨거운 태양에 담금질하며 포도 알맹이가 영글어 간다.

비가 적게 내리는 지중해성 기후에서 포도나무들은 더 응집력 있는 환경을 찾아 뿌리를 더욱 깊은 땅속으로 내린다. 가혹한 자연 속에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이용해 힘겹게 투쟁을 이어간다.

2억 년 넘는 시간 동안 여러 성분이 뒤엉켜 만들어낸 토양과 포도를 불편하게 만드는 복잡한 기후는 역설적으로 그만큼 좋은 와인을 만들어 낸다.

라 호야 싱글 빈야드 멜롯에서 라 호야(La joya)는 스페인어로 보석이라는 의미다. 그 이름처럼 콜차구아 밸리에서 엄선한 소규모 포도밭 포도로 양조한다.

라 호야 와인을 만드는 칠레 와인 명가 비냐 비스퀘르트(Vina Bisquertt)는 1960년대부터 이 지역에 포도나무를 심으며 땅을 개척했다. 콜차구아 밸리 내에 마르치웨 밸리(Marchihue Valley), 엘 체퀸(El Chequen) 같은 알짜 사유지를 대거 보유하고 있다.

비냐 비스퀘르트를 2대째 이끄는 세바스티안 비스퀘르트는 대학에서 전문적으로 농업 공학을 공부한 기술자다. 그는 충적토가 두껍게 쌓인 이 땅이 프랑스 보르도 지방 포도 품종을 키우기에 꼭 맞다고 판단하고, 1990년대부터 이 지역에 포도나무를 심었다.

라 호야 싱글 빈야드 멜롯은 그 밭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이 와인은 올해 대한민국 주류대상 레드와인 신대륙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수입사는 연일주류수입판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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