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 목전 韓, 과제는? [fn기고]

이종윤 2024. 6. 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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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세계 속 대한민국 여권 환영... 글로벌 파워서 위상·인식 변화 실감
-한국 GNI 세계 6위 고무적, 도전·과제 차고 넘쳐 샴페인 축배는 금물
-진화와 퇴화의 기로..日 잃어버린 30년·中도 피크 차이나 담론 직면
-단기성과와 지속가능성 챙겨야, 방심은 ‘왕년의 한국’으로 퇴보 우려
-자유주의 국제질서 퇴화...한반도 핵위협 고조, 안보도전 녹록지 않아
-북·중·러·이란 등 결속 강화 '해상교통로' 자유로운 공공재 아닐 수도
-인구절벽·저출생 문제, 국가안보·생존 직결된 심각한 사회적 도전과제 
-자유주의적 국제질서 하 열정·땀·근성의 성과, 경각심으로 미래 챙겨야
[파이낸셜뉴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한국과 북한은 전쟁의 폐해라는 동일한 출발선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70여년이 흐른 오늘날 한국과 북한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경제난을 방치하는 방기 정부와 파탄국가라는 오명을 받는 북한과 달리 한국은 글로벌 사우스뿐 아니라 유럽 등 오랜 선진국에도 선망의 대상으로 자리를 잡았다. 경제력 10위권, 군사력 5위권인 하드파워뿐 아니라 한류에 힘입어 소프트파워도 세계적 위상을 자리잡은지 오래다. 한국인이 한국 여권을 지참하고 전 세계로 여행을 가면 환영받는 것은 한국에 대한 인식과 위상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실감하게 해주는 체감 지수다.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이어가는데 또 다른 희소식이 들렸다. 2023년 기준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 Gross National Income)은 3만6194달러로 5천만 이상의 인구를 보유한 국가 중 세계 6위를 기록했다는 결과가 발표된 것이다.

한국인의 물질적 삶의 질이 세계적 수준이라는 것이 이번 발표된 수치를 통해 다시 확인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샴페인 개봉은 금물이다. 지금 한국이 처한 도전과 숙제는 차고도 넘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어떠한 도전이 있으며 향후 어떠한 상황에 대비해야 할까? 첫째, ‘발전’ 단계 이후에 ‘진화’가 아닌 ‘퇴화’의 수순도 있다는 사실은 주지해야 한다. 한때 미국에 이은 패권 지위 등극 후보국가로도 회자되된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덕이고 있다. 일본은 2023년 1인당 GNI 순위에서도 한국에 밀리며 뒤걸음을 멈추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한편 신냉전 시대에 미국에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강대국으로 회자되어온 중국도 피크 차이나(Peak China) 담론이 부상할 정도로 성장엔진이 둔화된 상태다. 한국은 이러한 퇴화의 사례를 남의 일로만 치부해서는 안된다. 자칫 방심하거나 축배를 빨리 들면 ‘잃어버린 시대’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각심이 필요하다. 코앞의 성과뿐 아니라 지속가능성도 항상 챙겨야 하는 이유다. 한국이 민주화 공식과 경제발전 공식을 전 세계에서 아주 이례적으로 잘 따른 롤모델인 것은 분명하지만 중간점검 없이 방치하면 현재의 롤모델이 미래에는 ‘왕년의 한국’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있다.

둘째, 안보적 도전이 녹록지 않다. ‘안보’ 없이는 ‘번영’도 요원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북한의 핵무장으로 한반도에서 한국의 핵위협은 이미 현실화된 상황이고 국제적으로는 한국에 번영을 가져다준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는 퇴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퇴화기류는 북한, 중국, 러시아, 이란 등 수정주의 세력의 연대와 결속이 강화되면서 보다 가시화되고 있다. 이러한 국제안보 차원의 도전은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기던 해상교통로도 더 이상 당연한 것으로 간주할 수 없게 만들 수 있다. 주지할 점은 한국이 전 세계에서 해상교통로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게 되면 “잃어버린 시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셋째, 한국 사회의 인력 인프라 도전 측면에서도 축배를 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2023년 기준 한국 여성의 1인당 출생률은 0.72에 불과했다. 이러한 저출생 문제는 여러 사회적 도전 중 하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안보와도 직결될 정도로 심대한 사안이 된 상태다. 인구절벽으로 국가안보에 필요한 적정 수준의 병력 충원이 힘든 것은 이미 당면한 현실이 되었다. 나아가 번영을 지속하기 위해서 경제 활동의 중심에 서야 할 젊은 세대층이 줄어들고 있다. 자칫 한국의 기적이 인구감소로 증발해 버릴 운명에 처할 수도 있는 것이다. 남태평양 도서국이 기후변화로 국가생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면, 한국은 인구감소로 국가생존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각심은 단순한 기우로만 치부할 수 없다.

한국의 기적은 국내적으로는 한국인의 열정, 땀, 근성과 국제적으로는 자유주의적 국제질서하에 가능했다. 그런데 인구감소로 전자의 동력도 떨어지고, 국제규칙 마비로 후자의 동력도 떨어지는 상황이 바로 지금, 이 순간에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달콤한 축배보다는 쓴 약을 들이키며 경각심을 갖고 미래를 챙겨나가야 할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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