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혁 이사장 "제발 소극장 현장 목소리 좀 들어주세요"[문화人터뷰]

강주희 기자 2024. 6. 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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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에서 서로 아는 배우나 스태프를 만나면 뭐라고 인사하는지 아세요? '너 내 공연 안 보니'예요. 그만큼 관객이 많이 없어요."

7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만난 임정혁 한국소극장협회 이사장은 최근 소극장들의 현황을 묻는 질문에 씁쓸한 표정부터 지었다.

임 이사장은 "대학로를 찾는 사람들이 줄다 보니 소극장들은 '품앗이' 매표 행위로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임 이사장은 소극장들의 부활을 위해 가칭 '민간공연장 상주단체 지원제'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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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극장협회 "대학로 소극장시대 옛말 오래"
대학로 임대료 상승 '젠트리피케이션' 폐해
대극장 뮤지컬·콘서트 쏠림 현상 심해
"소극장 부활 위해 '민간공연장 상주단체 지원제'"제안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임정혁 한국소극장협회 이사장이 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협회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6.08.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대학로에서 서로 아는 배우나 스태프를 만나면 뭐라고 인사하는지 아세요? '너 내 공연 안 보니'예요. 그만큼 관객이 많이 없어요."

7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만난 임정혁 한국소극장협회 이사장은 최근 소극장들의 현황을 묻는 질문에 씁쓸한 표정부터 지었다. 대학로 '소극장 전성시대'는 옛말이 된 지 오래다. 현재 140여 개의 소극장은 유명무실하다. 코로나와 경기 불황을 거치면서 하나둘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임 이사장은 "대학로를 찾는 사람들이 줄다 보니 소극장들은 '품앗이' 매표 행위로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줄 서서 보는 공연은 상업 연극이고 나머지 예술이나 전통 연극은 80~90%가 서로 봐주기다."

소극장들의 열악한 상황에 대해 임 이사장은 임대료를 핵심 원인으로 꼽는다. 대학로에 외부 자본이 유입되고 땅값이 치솟으면서 기존 임차인들이 내몰리는 일명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로 소극장들의 월 평균 임대료는 450~500만원 정도예요. 위치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1000만 원이 넘는 곳도 있어요.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소극장들은 버티지 못하고 나갈 수 밖에 없어요. 계속 그런 상태예요."

임대료 상승은 자연스럽게 대관료 상승으로도 이어진다. 임 이사장에 따르면 현재 소극장 하루 대관료는 40~100만원 사이다. 정부와 서울시가 영세 소극장과 극단을 대상으로 임대료와 대관 지원 사업을 하고 있지만 이미 고착화한 시스템에 실질적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임 이사장은 "보통 건물은 1층과 고층이 비싼데 대학로는 지하층이 더 비싸다"며 "2004년 문화지구 지정 이후 일부 건물주들은 세액을 감면받으려고 극장을 임대하되 월세를 막무가내로 올린다. 이런 부분을 악용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임정혁 한국소극장협회 이사장이 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협회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6.08. pak7130@newsis.com

치솟는 대관료와 임대료 만큼 아픈 현실은 또 있다. 대극장 뮤지컬 쏠림 현상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표한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연극 티켓판매액은 1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억6000만원 줄었다.

같은 기간 뮤지컬은 1223억원으로 전체 판매액의 42.1%를 기록해 가장 놓았고 대중음악이(1167억원)으로 40.2%를 차지했다. 대형 뮤지컬과 대중음악 콘서트의 실적 속에 소극장들의 실정이 더욱 씁쓸한 이유다.

임 이사장은 소극장들의 부활을 위해 가칭 '민간공연장 상주단체 지원제'를 제시했다. 정부가 극장 100곳에 연간 7000만원씩 지원하고, 이들 극장이 각각 3곳의 극단에 6개월간 극장을 무상으로 대관하는 제도다.

지원금 7000만원은 대관료 지원금 3000만원과 공연 제작비 지원금 2000만원, 안전 인력 지원금 2000만원이 포함된다. "저도 35년을 연극을 했지만 지금 이 국면을 이겨내려면 이 방법이 가장 최선이예요. 공연장과 공연단체가 함께 협업하면 서로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요?"

기획·홍보 인력 강화도 강조했다. 연극을 체계적으로 기획하고 홍보할 인력들이 수익성이 높은 뮤지컬, 영화로 떠나고 있어서 배우들과 창작진들이 기획과 홍보를 떠맡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임 이사장은 대학로 인근에 기획·홍보센터 설치 방안을 구상 중이다.

"대중성이 떨어지는 작품들은 관객들이 접하기 어려워해요. 관객과 작품의 거리를 좁히려면 전문적으로 기획과 홍보를 하는 인력이 필요합니다. 10여명의 인력들이 센터에 정기적으로 상주하면서 매달 3~4편의 작품을 맡아 업무를 지원하면 개선되지 않을까 싶어요."

임 이사장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달라"고 정부에 호소했다. "정부는 연극계가 활성화 되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하지만 별반 다를 게 없어요.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면서 정작 밀려나거나 묻혀버려요. 목소리만 들어줘도 소극장들은 살 수 있다고 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zooe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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