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로 미리 본 간암 수술…환자는 안심했다

김태훈 기자 2024. 6. 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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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플랫폼 유용성 연구 결과
구두 설명보다 불안 감소에 2.9배 효과
유진수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 교수가 간암 수술을 앞둔 환자에게 가상현실(VR) 기기를 활용해 치료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간암 수술을 앞둔 환자에게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해 복잡한 간의 구조와 실제 수술을 모사한 장면을 보여주면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의사가 간암을 어떻게 수술하는지를 생생하게 볼 수 있어 환자의 이해도를 높이고 불안은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 유진수 교수, 임상역학연구센터 강단비 교수 연구팀은 환자에 대한 수술 전 교육에서 VR 플랫폼의 유용성을 연구한 결과를 ‘국제외과학저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간암 수술을 앞둔 환자 88명을 VR 플랫폼을 이용해 교육한 그룹(44명)과 기존처럼 말로만 설명하며 교육한 그룹(44명)으로 나눠 비교 분석했다.

간은 해부학적으로 복잡한 장기 중 하나로 꼽힌다. 의료진이 수술 전 설명을 할 때 영상검사 결과만으로는 환자에게 충분히 전달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의료교육 시뮬레이터 전문 기업과 함께 간암 수술의 전 과정을 설명하는 VR 교육 플랫폼을 개발해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써서 입체적인 설명을 시도했다. VR 화면에는 실제 병원 내 교육실 모습을 배경으로 간의 3차원 모형이 제시되면서 복잡한 간의 내부와 실제 수술처럼 간암이 있는 부위를 잘라내는 모습 등이 나타난다. 환자는 VR 기기를 착용하고 간암 수술 시뮬레이션을 여러 각도에서 직접 볼 수 있다.

연구팀이 이 같은 VR 교육과 기존 구두설명 방식의 효과를 비교한 결과, 교육 효과의 차이가 확인됐다. 두 그룹은 교육 전 사전 지식 수준에서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교육 이후 VR 교육을 받은 그룹의 이해도 점수(20점 만점)는 5.86점 상승해 17.2점이 된 반면, 기존 방식 교육 그룹은 2.63점 상승한 13.42점을 기록했다.

두 그룹은 수술에 대한 불안 정도에서 더 큰 차이를 보였다. 불안 정도를 측정한 검사 결과 VR 교육 그룹의 불안 점수는 4.14점 낮아진 반면, 기존 교육 그룹은 0.84점 하락하는 데 그쳤다. 통계적인 보정을 거쳐 두 그룹 간 불안 정도 감소폭을 비교했더니 VR을 이용한 교육이 기존 교육보다 수술에 대한 불안 감소 효과가 2.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진수 교수는 “백 마디 말보다 직접 눈으로 보는 게 낫고, 직접 간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볼 수 있으면 금상첨화”라며 “환자들이 수술 전 과도한 불안을 줄이고, 본인 질환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잘 이해했으면 하는 마음에 개발했는데 효과가 좋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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