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당연한 것 아냐..배구계 달라져야” 태극마크 내려놓은 ‘황금세대’ 입 모았다
[잠실=뉴스엔 글 안형준 기자/사진 표명중 기자]
태극마크를 내려놓은 선수들이 배구계에 진심어린 조언을 전했다.
'김연경 국가대표 은퇴경기' 미디어데이가 6월 7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 보조경기장에서 열렸다. 이날 미디어데이에는 김연경과 한송이, 황연주, 김수지, 양효진, 배유나가 참석했다.
16년간 태극마크를 달았던 김연경을 비롯해 모두 국가대표팀 일원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았던 배구계의 '기둥'들. 이제는 태극마크를 내려놓았지만 배구, 그리고 국가대표팀에 대한 애정은 여전했다. 김연경을 비롯한 선수들은 "이제는 머리를 모아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2021년 '2020 도쿄 올림픽'에서 4위에 올랐던 한국 여자배구는 곧 열리는 '2024 파리 올림픽'에는 참가하지 못한다. 지난해 열린 올림픽 예선 C조에서 7전 전패를 당하며 예선 탈락했기 때문이다.
김연경과 양효진, 김수지가 도쿄 올림픽을 끝으로 국가대표팀에서 은퇴한 여자배구는 '김연경 없이 맞이하는' 첫 올림픽을 본선에도 오르지 못했다. 김연경이 떠난 여자배구에 이제 '고난의 행군' 시기가 시작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김연경을 비롯해 여자배구 황금기를 이끈 선수들은 "선수들의 문제가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선수들 개개인의 기량 문제로 치부하면 안된다는 것. 이들은 "배구계가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자배구 황금기를 이끈 김연경은 "V리그에 초점이 맞춰져있고 국가대표에는 초점이 맞춰져있지 않다"고 말했다. 국제대회 직전 잠시 모여 호흡을 맞추는 정도의 준비 뿐인 현재의 환경에서는 대표팀의 성적이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연경은 "국가대표 스케줄에 맞춰 V리그가 진행되면 부상 관리도 수월하고 연습 기간을 길게 가져가 기량도 발전할 수 있다"며 "지원을 비롯해 짧은 시간에 바꾸려기보다는 더 길게, 오래 생각을 해야한다. 각자 배구인들이 잘 생각해야 한다. 토론하며 한국 배구가 나아가야 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한송이도 "국가대표 경기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대표팀 경기를 '대회 전 잠깐 모여 연습하고 치르면 되는 것'으로 여기는 한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송이는 "이 상태로는 내년도 내후년도 달라질 것이 없다. 배구인들이 문제를 인지하고 심도있게 논의해 개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선수들 뿐 아니라 협회, 연맹, 구단 관계자들 모두가 나서 문제를 더 심각하게 생각하고 답을 찾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황연주는 "배구는 섬세한 운동이다. 터치가 많아야 한다. 오랜 시간을 들여야 잘할 수 있는 운동이다"며 "그런 터치가 없어지며 배구를 시작하는 선수들도 줄어들고 있다.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야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수 층은 곧 리그와 국가대표팀의 수준으로 이어진다. 풍부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어린 선수들이 배구에 많이, 꾸준히 입문하고 유소년 선수들이 건전한 경쟁을 펼쳐 그 중 특별한 재능을 인정받은 이들이 프로가 되는 것이 스포츠가 강해지고 경쟁력이 생기는 기본적인 흐름이다. 그 기본부터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수지는 "여자배구가 관심을 많이 받고 있지만 그 관심만큼 효율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본다. 우리도 많은 고민이 필요하고 지금 뛰고 있는 선수들은 물론 뛰지 않는 선수들의 참여도 높아야 한다. 올림픽을 경험하면 자부심이 된다. 그건 굉장히 큰 것이다. 그런 자부심을 위해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하고 구단들도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자성이 필요하다는 것. 선수들의 마음가짐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연경과 함께 세 차례 올림픽에 출전한 양효진은 "국제대회 경험이 없는 선수들이 갑자기 국제대회에 참가하며 힘든 시간을 겪고 있다. 예전부터 차근차근히 진행됐으면 더 나았을 것이다"고 돌아봤다. 도쿄 올림픽을 끝으로 국가대표팀 세대교체가 급격히 이뤄졌다는 것. 파리올림픽 예선에 참가한 선수들 중 도쿄 올림픽 대표팀을 경험한 선수는 박정아, 표승주 등 극히 일부 뿐이었다.
양효진은 "김연경이라는 100년에 한 번 나올 선수가 지금까지 여자배구의 '멱살'을 잡고 끌고왔다. 그렇게 런던에서 꽃이 피우며 (전성기가)시작됐는데 사실 그 이전에도 여자배구는 힘들었다. 비난도 많이 받았다. 그런 시기를 거쳐 (성공의)그 순간이 펼쳐진 것이지 쉽게 오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너무 쉽게 와달라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을 투자했으며 실패를 딛고 얻은 성과를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투자 없이 황금기가 계속되기만을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김연경이 마련한 초유의 국가대표 은퇴경기가 여자배구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사진=김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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