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은 집단 휴진 가능할까"…교수들도 '설왕설래'

김규빈 기자 천선휴 기자 강승지 기자 2024. 6. 8.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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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40% 가량만 '전면 휴진' 찬성
김영태 서울대병원장, 입장문 통해 "집단 휴진 불허" 밝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7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과 환자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6.7/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천선휴 강승지 기자 = 서울대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오는 17일부터 필수의료 부서를 제외한 전체 휴진을 강행하기로 한 가운데, 교수들 사이에서는 실제 파업 참여율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오는 17일부터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 부서를 제외하고 전체 휴진(총파업)을 하기로 했다. 전공의를 향한 행정처분이 완전히 취소되지 않았고, 이번 의료 사태의 정상화를 위한 합리적인 조치가 시행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비대위가 3~6일 진행한 파업 여부 설문조사에는 전체 의대 교수 1475명 가운데 939명이 답했고, 응답자 가운데 63.4%가 '휴진을 포함한 강경 투쟁'을 선택했다. 또 휴진 방식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 750명 중 68.4%가 '필수 부서를 제외한 전체 휴진'을 택했다.

다만 이를 전체 의대 교수 중 비율로 환산해보면, 전체 의대교수 1475명 중 절반이 안되는 40%가량이 찬성한 셈이다. 실제로 서울대병원 교수들 사이에서도 총파업을 두고 찬반이 갈리고 있다고 한다.

서울대병원 소속 A교수는 "지난 4일 열린 비대위 총회에서도 참석한 사람 (400명)만 울분을 쏟아내는 그런 상황"이라며 "(일부 교수들 사이에서는) 날짜를 6월17일이라고 시일을 정해뒀으니, 정부가 그 기간 안에 해결책을 내놓길 바라고 만일 해결책을 내놓으면 (교수들도 총파업을)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 소속 B 교수도 "지난 2월, 3월 초에 서울대 교수들을 포함해서 전국 대학병원 교수들이 나서서 사직서를 쓰고, 나간다고 했는데 의대 증원이 확정되면서 이후 병원을 관둔 교수들은 소수에 불과했다"며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 국립대병원은 휴진을 할 여력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교수들은 매출 압박, 적자로 인한 인원 감축으로 인해 휴진에 동참하기가 사실상 부담된다"고 했다.

의료계는 정부와 서울대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비대위)와의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간 비대위는 정부에 의대 증원 1년 유예, 과학적인 의사수 추계 등을 요구해왔다.

A 교수는 "적정 의사 수를 계산을 한다고 하더라도, 서로 믿을지 모르겠다"며 "양쪽이 완전히 내려놓고 차라리 교황청에 부탁을 해서 교황이 응답을 해주시면 믿어주려나 모르겠다. 지금 서로가 서로를 안 믿는 상황이기 때문에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서울대 비대위 결의문을 보면 '정부가 전공의에게 취한 모든 행정행위를 철회하고 사과하라는 의미'인데 이 요구사항은 정부가 수용하기 쉽지 않다"며 "추가적으로 요구한 의료사태의 정상화를 위한 합리적 조치는 요구사항이 구체적으로 명확하지 않아서 (협의가) 힘들어 보인다"고 조언했다.

이번 파업엔 종로구 본원·분당서울대병원·서울시보라매병원·강남센터 4곳 모두 참여한다. 비대위 측은 전체 예약 환자들을 대상으로 예약 일정 변경을 유도하는 안내 문자를 발송하고, 과별로 수술 일정을 조정토록 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총파업을 두고 내부 의견차가 커질 양상을 보이면서, 실행까지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집단 휴진을 허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중증 환자와 암환자 등 심각한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대다수인 우리병원의 진료 중단은 환자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며 "이러한 형태의 투쟁은 국민과 의료계와의 반목을 심화시키고 우리가 원하는 의료에서 멀어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서울대병원의 휴진 선언이 일선 대학병원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구로병원, 안산병원 등이 속한 고려대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열고 휴진 찬반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성균관대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오후 6시 긴급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가톨릭대의대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다음주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는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전체 휴진을 결의한 것과 관련해서 "깊은 유감과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의대, 서울대병원 교수님들은 환자의 곁을 지켜주실 것이라 생각하며, 복귀를 희망하는 전공의가 의료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힘을 함께 모아주시길 바란다"며 "정부는 기 발표한 전공의 복귀 방안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진행 상황을 면밀히 살피면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모든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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