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韓 반도체 산업 일으킬 영웅은 어디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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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엔비디아가 지난 5일(현지시각) 뉴욕 증시에서 시가총액 3조달러(약 4100조원)를 돌파, 애플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2022년 말 오픈AI가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를 출시한 후, AI 반도체 시대가 열리면서 최대 수혜주로 부상한 것이다.
지난 2004년 말 황창규 전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은 고 스티브 잡스 애플 공동창업자를 만나 아이팟나노에 플래시메모리를 독점 공급하는 계약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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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엔비디아가 지난 5일(현지시각) 뉴욕 증시에서 시가총액 3조달러(약 4100조원)를 돌파, 애플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2022년 말 오픈AI가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를 출시한 후, AI 반도체 시대가 열리면서 최대 수혜주로 부상한 것이다. 엔비디아를 이끄는 건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인 대만 출신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다.
엔비디아의 대표 제품인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원래 고화질 PC 게임을 구현하는 데 사용됐다. 엔비디아는 2000년대 중반 3차원(D) 그래픽을 다루는 GPU를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련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에도 주력했다. 애플이 앱스토어를 통해 애플리케이션(앱) 생태계를 구축한 것처럼 말이다.
황 CEO는 고속 병렬 계산에 강점을 가진 GPU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더 많은 개발자들이 GPU를 활용할 수 있게 ‘CUDA’라는 무료 소프트웨어를 배포했다. 엔비디아가 CUDA에 투입한 자금만 최소 100억달러(약 13조6750억원) 이상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같은 승부수는 AI 시대 강력한 무기가 됐다.
미국 퀄컴은 2000년대까지 사명(품질 좋은 통신이라는 의미)에 걸맞게 CDMA(미국식 디지털 이동통신) 기술·칩의 강자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통화가 특정 주파수에서만 이뤄지도록 하는 대신 여러 주파수를 오가며 통화 데이터를 전송한다면 주어진 주파수 내에 더 많은 정보를 집어넣을 수 있다는 발상에서 출발했다.
이런 퀄컴을 또 한 번 도약하게 만든 건 2005년부터 CEO를 맡았던 폴 제이콥스다. 그는 퀄컴의 공동창업자이자 아버지인 어윈 제이콥스를 넘어 사업 확장을 추진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제품이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리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칩이다. 통신 칩을 만들던 회사가 모바일 시대의 핵심인 AP를 만들자 세계에서 반도체로 매출을 가장 많이 올리는 다섯손가락에 들게 됐다.
세계 1위 메모리 반도체 회사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 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업계 최초로 양산했지만, 지난 2019년 HBM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경영진이 연구개발 전담팀을 해체시켰다. 삼성전자는 2018년 반도체 사업으로 44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이듬해 14조원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하자 투자를 줄인 것이다.
삼성전자가 그때 멈추지 않고 계속 HBM에 투자했다면 오늘날 SK하이닉스에 시장 주도권을 내주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과거 삼성전자의 HBM에 대한 행보는 아이폰용 칩 공급 계약을 거절해 후회했던 폴 오텔리니 전 인텔 CEO의 실책과 닮았다. 오텔리니 시절 인텔은 트랜지스터(기술)가 아니라 재무제표를 갈고닦는 일에 혈안이 됐던 회사다.
지난 2004년 말 황창규 전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은 고 스티브 잡스 애플 공동창업자를 만나 아이팟나노에 플래시메모리를 독점 공급하는 계약을 따냈다. 그리고 이는 훗날 삼성전자가 아이폰용 메모리와 AP까지 공급하는 대박으로 이어졌다. 그때 만약 황 전 사장이 잡스의 제안을 거절했다면 삼성전자는 결정적인 기회를 놓쳤을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사업의 운은 준비된 사람에게 온다고 했다. 기술을 가지고 길목을 지키고 있다 보면 훗날 남들은 알아채지 못했던 결정적 한방이 될 수 있다. 어쩌면 지금의 HBM처럼 회사의 수익으로 이어지진 않지만 미래 회사의 명운을 좌우할 기술과 제품이 존재할 지도 모른다. 지금 한국 반도체 산업에는 이런 기술과 제품을 내다보는 혜안을 가진 그런 영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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