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현재로선 핵무기 사용할 필요 없어"(종합2보)
"서방이 러시아 본토 노린다면 우리도 그대로 할 권리"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현 상황에서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현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이 핵전쟁으로 확대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지만 러시아의 핵 사용에 대한 교리(독트린)를 수정하거나 핵무기 실험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며 긴장의 여지를 뒀다.
타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 본회의에서 "핵무기 사용은 예외적인 상황에만 가능하다. 그런 경우가 왔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 서방에 '핵 권총'을 겨눠야 하느냐는 정치분석가 세르게이 카라가노프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카라가노프는 지난해 세계적인 핵전쟁을 막으려면 유럽을 핵 공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인물이다.
세계 최대 핵무기 보유국인 러시아는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에 위협이 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조건을 핵 교리에 담았다고 푸틴 대통령은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교리는 살아있는 것이며,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교리 수정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가 필요하면 핵실험을 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특히 우크라이나에 승리를 위해 어떤 핵무기 사용도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하면서 불필요하게 핵 주제를 논하지 말라고 요청하고, 핵 공격 교환이 발생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모든 무력 충돌은 일종의 평화적 합의로 끝난다"며 "우리는 확실히 승리를 추구하고 있고 이를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이 공개적인 행사에서 이처럼 발언한 것에 대해 로이터 통신은 우크라이나 상황이 전례 없이 위험한 단계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핵 공포를 줄이려는 크렘린궁의 시도로 풀이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한 데 대해 서방을 공격할 장거리 무기를 다른 나라에 공급할 권리가 똑같이 있다면서도 당장 실행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또 어느 나라에 이들 무기를 배치할지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SPIEF 본회의는 푸틴 대통령과 루이스 아르세 볼리비아 대통령, 에머슨 음낭가과 짐바브웨 대통령의 연설과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푸틴 대통령은 연설에서 러시아 경제가 서방의 '불법 제재'에도 성장하고 있으며, 여전히 세계 무역에서 핵심 참여자 중 하나로 활동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특히 지난해 교역의 4분의 3이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등 우호국들과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또 무역 결제에서 달러·유로 등 서방의 '독성 통화'의 비중이 감소한 반면 루블 비중은 거의 40%로 증가했다면서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등 신흥 경제국) 국가 통화의 결제 비중을 늘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브릭스가 정치적 압력과 제재에 취약하지 않은 독립적인 결제 인프라를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성장의 중심이 동쪽과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면서 시베리아와 극동, 북극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세계 경제의 중심이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는 만큼 아시아와 더 가까워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러시아 주요 기업의 본사를 모스크바가 아닌 다른 지방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주 세계은행 추산 구매력평가(PPP)에서 러시아가 일본과 독일을 제치고 세계 4위에 올랐다면서 성장 속도와 질을 높이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비석유·가스 수출을 늘리고 국내 산업 발전을 토대로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을 2030년까지 17%로 줄이며, 러시아 주식시장의 가치를 10년 안에 2배로 높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군사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기술 개선이 필요하며 러시아 방위 산업이 비방위 분야 민간 제품도 생산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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