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치매 걱정되면 고혈압 먼저 잡아야[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김상훈 기자 2024. 6. 8.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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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은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박지은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특정 영양제나 음식을 먹고 특정 운동을 하는 것만으로는 치매를 예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치매를 최대한 예방하려면 고혈압과 비만을 잡고 식단을 개선하며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는 등 복합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 제공

“항산화제 영양제만 꾸준히 먹는다고 해서 치매를 예방할 수는 없습니다. 정기적으로 특정 운동을 하거나 인지 훈련 프로그램을 받아도 치매를 막을 수는 없죠. 진짜 예방법은 따로 있습니다.”

치매 예방법에 대한 박지은 서울대병원 뇌 건강 클리닉 교수(정신건강의학과)의 대답이다. 박 교수는 “최근 30여 년간 각종 치매 관련 연구가 진행됐다. 그 결과, 한 가지 영양소나 활동만으로는 장기적인 치매 예방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세계적으로 다중요인(multi-domain) 치매 예방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있으며 임상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치매를 유발하는 혈관성 위험, 식단, 운동, 인지 활동, 사회 활동, 우울증 같은 다양한 요인을 전방위로 관리하는 것이다. 박 교수 또한 9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 2월 임상시험이 끝나면 그 결과를 바탕으로 개인적 특성에 맞춘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된다.

그는 “치매는 노화 과정에서 다양한 기전(機轉·발생 원리·mechanism)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따라서 이 모든 요인을 반영한 예방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40대 때부터 치매 예방을 위한 프로그램을 시작하라고 권했다.

● 중년 고혈압, 치매의 가장 큰 위협

어떤 사람이 노년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을까. 40대 이후 중년이라면 고혈압, 비만, 과음이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입증됐다. 최근 국제적 의학 학술지 랜싯(The Lancet)에는 이것 말고도 외상성 뇌 손상 경험과 청력 저하를 치매 발병률을 높일 수 있는 중년의 새로운 위험으로 꼽은 논문이 실려 시선을 끌었다.

이 중에서도 고혈압에 특히 신경 쓸 것을 박 교수는 당부했다. 젊었을 때 고혈압이 생긴 후 수십 년 방치하면 혈관이 딱딱하게 변형될 수 있다. 이 경우 혈관성 질환 위험이 커지면서 치매 발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노년기로 접어든 후 단기간에 생긴 고혈압은 치매와는 큰 관련이 없다. 오히려 노년기에는 저혈압이 치매 위험을 더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교수는 “얼마나 오래 혈관 건강을 방치했느냐가 핵심이다. 마찬가지로 30대도 고혈압을 반드시 잡아야 나중에 치매에 걸리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만이나 음주도 비슷한 원리로 각종 중증질환을 유발하면서 노년 치매 발병률을 높인다.

최근 노년 치매를 높이는 원인으로 밝혀진 청각 저하도 미리 대처해야 한다. 박 교수는 “청각 저하가 뇌 기능을 떨어뜨리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보다는 청각 저하로 인해 사회적 관계가 줄어들면서 치매 위험을 높인다고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40대 이후에는 이어폰 사용 시간을 줄이고 소음을 멀리하는 습관을 들일 것을 당부했다. 외상성 뇌 손상의 경우 애초에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최선이다.

유전적 요인을 무시할 수는 없다. 여러 연구 결과 부모 중에 치매 환자가 있으면 그 자식이 치매에 걸릴 위험성이 2배로 커진다. 치매 가족력이 있다면 다른 사람보다 더 치매에 경각심을 갖고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치매 예방 식단 시도해야

치매 예방 식단을 보통은 마인드(MIND) 식단이라고 한다. 지중해식 식단과 심혈관 질환 예방 식단을 활용해 뇌 건강에 가장 잘 맞도록 고안한 식이요법이다. 박 교수는 이를 한국인의 식생활에 반영해 수정한 뒤 환자들에게 시행하고 있다. 총 12개의 항목으로 지켜야 할 것 9개와 피해야 할 것 3개로 구성돼 있다. 지켜야 할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하루에 한 끼 이상은 현미, 보리, 귀리, 조, 퀴노아, 렌틸콩 등을 섞은 잡곡밥을 먹는다. 둘째, 매일 김치를 제외하고도 채소 반찬을 두 가지 이상 먹는다. 셋째, 매일 1회 이상 쌈이나 샐러드같이 익히지 않은 녹색 채소를 먹는다. 넷째, 좋은 단백질 원천인 콩은 거의 매일 먹는다. 검정콩, 강낭콩, 완두콩, 렌틸콩 혹은 콩으로 만든 두부나 두유는 매주 4회 이상 먹는다.

다섯째, 땅콩, 호두, 아몬드, 잣, 브라질너트, 마카다미아, 해바라기씨 같은 견과류를 간식으로 먹는다. 뇌세포를 이루고 있는 지질 성분을 좋은 지방으로 채울 수 있다. 여섯째, 매주 1회 이상은 생선을 먹는다. 등 푸른 생선은 일주일에 한두 번만 먹어도 오메가3를 따로 챙길 필요가 없다. 일곱째, 소고기 돼지고기 같은 붉은 고기보다는 닭고기 오리고기같이 흰 살코기를 먹는다.

여덟째, 당뇨가 없다면 과일을 일주일에 두 번 이상 먹는다. 너무 달지 않은 사과, 배, 감귤류, 딸기, 블루베리 등이 좋다. 아홉째, 나트륨 함량이 높은 국, 찌개, 젓갈류와 과자, 분식 같은 음식은 피하고 싱겁게 먹으려고 노력한다.

피해야 할 3가지도 알아두자. 첫째, 달콤한 빵, 케이크, 과자, 파이 같은 디저트류는 주 3회 이하로 줄인다. 당이 첨가된 주스, 탄산음료는 가급적 마시지 않는다. 둘째, 포화지방이 많은 튀김류는 주 1회 이하로 줄인다. 셋째, 소고기 돼지고기 같은 붉은 고기는 먹더라도 주 2회 이내로 줄인다.

박 교수는 “우선은 자신의 식단에 나오는 음식 목록을 일주일 정도 작성해 본 뒤, 마인드 식이 지침에 따라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 “당장 싹 바꾸겠다는 생각보다는 하나씩 시도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 치매 막는 운동법 알아두자

박 교수는 “치매를 예방하는 활동 중에서 효과가 가장 잘 입증된 것이 운동”이라고 말했다. 다만 모든 운동이 포함되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는 달리기, 수영, 자전거 타기 같은 유산소 운동이 많이 추천된다. 노년기로 접어들면 근(筋) 손실이 커지기 때문에 중년부터 미리미리 근력 운동과 유연성 운동을 해 두는 게 좋다.

한국인이 많이 하는 걷기 운동은 어떨까. 박 교수는 “중등도(中等度) 이상 강도라야 한다”고 했다. 천천히 걷는 산책 정도라면 치매 예방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것. 호흡이 약간 가쁘고 심장 박동이 최대심박수의 50∼70%여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이른바 ‘파워 워킹’ 수준으로 빨리 걸어야 한다.

운동은 매일 30분씩 혹은 일주일에 150분 이상 해야 한다. 나눠서 하든 몰아서 하든 운동 효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박 교수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 등을 활용해 하루 8000보 이상 걸을 것을 추천했다. 빨리 연속으로 걷는다면 50∼60분에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이다.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면 그만큼 치매에 걸릴 위험도 커진다. 운동할 여력이 없다면 일상생활에서라도 운동할 기회를 찾으려 해야 한다. 가령 출퇴근할 때 한두 정거장 전에서 내려 빨리 걸으면 큰 도움이 된다. 또 평소 걸음 수를 측정한 뒤 8000보에 맞춰 서서히 목표치를 높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뇌 ‘인지 보유고’를 늘려야

박 교수는 치매 예방을 위해 ‘인지(認知) 보유고’를 늘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창고가 크면 보관하는 물건도 많아지고, 설령 한두 개 물건이 빠져나가더라도 크게 티가 나지 않는다”며 “이와 마찬가지로 뇌의 인지 창고를 키워 놓으면 치매에 걸릴 위험이 그만큼 줄어든다”고 말했다.

인지 보유고를 어떻게 늘릴 수 있을까. 박 교수는 다양한 활동을 제안했다. 대표적인 것이 다른 사람과의 교류를 늘리는 일이다. 자연스럽게 인지 기능을 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소통은 나중에 치매 위험을 높이는 중년 우울증도 예방할 수 있다.

소모임을 자주 갖는 게 이상적이지만 40대 이후 중년기는 가장 바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시기다. 새로운 모임을 만들려 하기보다는 기존 활동에 더 시간을 쏟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가령 동창 모임에 나간다면, 추가로 동창 모임을 기획하는 역할을 맡는 식이다. 아울러 은퇴 이후 인간관계를 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인 중에서 누구를 지속적으로 만날 것인지, 무엇을 공유할 것인지 등의 고민과 함께 사회적 관계망 구축에 신경을 써야 한다.

뇌를 충분히 쉬게 해 줘야 한다. 수면 건강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깊은 단계 수면은 알츠하이머병의 직접적 원인 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제거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잠을 못 자는 원인을 하나씩 교정하는 게 좋다. 이를테면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을 실제 자는 시간과 최대한 일치시키고 △낮 동안 햇빛을 보며 충분한 신체 활동을 하되 낮잠은 20분 이상 연속해서 자지 않으며 △커피, 녹차, 초콜릿 같은 카페인 함유 음식은 줄이거나 오전에만 먹고 △자기 전에 휴대전화나 TV를 시청하지 않는 식의 ‘수면 위생’을 지키라는 얘기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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