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혐의’ 이화영 1심서 징역 9년6월
與 “이재명 신속 수사” 野 “납득 못해”
쌍방울그룹의 불법 대북송금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사진)가 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을 쌍방울이 북한에 대납한 게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르면 다음 주 이 대표를 제3자 뇌물 혐의로 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는 7일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 정치자금법·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9년 6개월에 벌금 2억5000만 원을 선고하고 3억2595만 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가 2019년 1월∼2020년 1월 쌍방울에 대납하게 한 이 대표의 방북 비용과 북한 스마트팜 사업비 800만 달러 가운데 394만 달러가 불법 반출이었다고 인정했다. 특히 이 대표의 방북 비용 중 200만 달러는 금융 제재 대상인 조선노동당에 불법 지급됐다고 봤다.
쌍방울로부터 법인카드를 받아 쓰는 등 불법 정치자금 3억3400만 원(2억5900만 원은 뇌물에도 해당)을 받은 혐의 가운데 2억1800만 원(뇌물 1억760만 원)이 불법 정치자금으로 인정됐다. 쌍방울 관계자에게 관련 자료 삭제를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도 유죄로 판단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에 대한 더욱 신속한 수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쌍방울 대북송금, 경기지사 방북 사례금”… 檢, 李 내주 기소 방침
법원, 이화영에 징역 9년6월 선고
“쌍방울 대납 800만달러중 394만달러
스마트팜-李 방북비로 北에 밀반출”
李 개입 여부엔 “사건과 무관” 유보
법원은 7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검찰이 공소 사실에 적은 방북 비용 300만 달러보다는 적은 액수이지만, 이 대표 방북을 위해 쌍방울이 조선노동당에 외화를 건넸다는 의혹의 핵심 구조는 유죄로 인정한 것이다. 이 전 부지사가 재판에 넘겨진 지 약 20개월 만에 중형을 선고받으면서 당시 경기도 대북사업의 최종 결재권자였던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재점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 法 “공적 지위 이용해 北에 자금 지급”
재판부는 “북한과의 교류협력사업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신중하게 추진해야 함에도 자신의 공적인 지위를 이용해 사기업을 무리하게 동원했고, 음성적인 방법으로 북한에 거액의 자금을 무모하게 지급하면서 외교·안보상 문제를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다만 나머지 금액은 ‘환치기’ 등 방식으로 전달돼 외국환관리법상 무죄로 판단했지만, 법조계에서는 돈이 모두 북한으로 건네졌다는 사실관계는 인정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간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측의 ‘나노스 IR리포트’에 적힌 “사업이행금 1억 달러 지급” 등을 근거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주가 조작과 사업 확장을 위해 자체 대북사업을 추진하며 (800만 달러를) 송금한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로지 주가 조작을 위해 거액을 유치하는 무모한 시도를 했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이 대표의 개입 여부에 대해선 “이 전 부지사가 도지사(이 대표)에게 보고했는지는 이 사건과 무관하다”면서도 “김 전 회장 행동의 동기로 평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했다. 당시 쌍방울이 대북사업을 추진한 배경에 이 대표가 있다는 점을 암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 회장은 법정에서 “스마트팜뿐 아니라 방북 비용 대납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이 전 부지사의 설명을 여러 차례 들었다”는 취지로 증언한 바 있다.
● 檢 “결재권자는 李 대표” 추가 기소 방침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로부터 법인카드와 차량을 제공받고, 쌍방울이 측근에게 허위 급여를 지급하게 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및 뇌물)도 일부 유죄가 인정됐다. 이 전 부지사가 법인카드 사용 명세가 담긴 PC 등을 쌍방울이 인멸하도록 지시한 혐의(증거인멸 교사)도 유죄로 인정됐다. 다만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가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취임하기 전 받은 자금과 킨텍스 대표로 재직하던 시기의 뇌물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 대표는 추가로 재판에 넘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지난해 9월 이 대표를 이미 이 사건과 관련해 제3자 뇌물 혐의로 조사했던 만큼, 별도의 추가 조사 없이 이르면 다음 주 이 대표를 기소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대북사업의 최종 결재권자인 이 대표가 기소될 경우 유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수원지검은 선고 이후 입장문을 통해 “이번 판결로 김 전 회장의 대납 동기는 이 대표와 이 전 부지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기대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 남은 수사와 재판을 통해 실체적 진실을 명확히 밝히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대북송금과 관련해 일부 무죄가 선고된 부분 등에 대해 항소를 제기할 예정이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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