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단계 중에서도 초기…안덕근 “과도한 기대감 조심스러워”
영일만 유전 개발, 지금 단계는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전 개발은 크게 3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로 물리탐사, 2단계로 탐사시추, 3단계로 상업개발 순이다. 물리탐사는 대지를 구성하는 물리적 성질의 차이를 이용해 지질이나 암반의 종류 등을 조사하는 것이다. 탐사시추는 심해의 땅속 깊이 구멍을 뚫어 자원 부존 여부를 확인하는 일이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상업개발은 물리탐사 자료를 먼저 수집하고, 전산 처리와 자료 해석 과정을 거쳐 석유·가스의 매장 여부를 추론한 후, 탐사시추를 통해 이를 확인한 다음 진행된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현재 진행 상황은 어디까지나 1단계에 해당하며, 그조차 불확실성이 많이 남은 상황으로 해석된다. 앞서 탐사시추 성공률을 20%로 특정한 비토르 아브레우 액트지오 고문의 7일 기자회견에 따르면, 정부와 액트지오는 물리탐사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유전이 존재할 때 나타나는 물질인 ‘탄화수소’의 누적 가능성이 있는 암석 상태라는 것 정도를 확인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근상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경제성이 예상될 만큼 탄화수소가 누적돼 있음은 아직 실제로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물리탐사가 더 진척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데이터를 전문가 여럿이 분석하는 크로스체크 과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종세 한국해양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확률이 20%냐 10%냐는 물리탐사 단계인 현 시점에서 의미가 없다”며 “시추에 들어가야 구체적 수치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해 탐사시추는 비용뿐 아니라 시간도 오래 걸린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시추공에 드는 비용뿐 아니라 용역 확보와 자재 구입에도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며 “탐사시추와 관련해 필요한 계약만 수백 건에 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렵게 탐사시추에 성공해서 유전을 발견한다고 해도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 매장량 등을 따져가면서 상업개발이 유의미한 유전인지 경제성 분석을 위한 ‘평가시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통상적으로는 이 단계를 2.5단계라고 한다. 경제성 분석을 하려면 적어도 2단계까지는 통과해야 한다는 얘기다. 2.5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상업개발에 나서고, 최종 상업생산 단계까지 가려면 아무리 빨라도 2035년 무렵은 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최종근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탐사시추와 평가시추, 최종 검증까지 2~3년이 소요된다”며 “탐사시추를 한 번에 성공 못하고, 느린 것도 빠른 것도 아닌 평균 수준의 기간이 걸렸다는 가정 하의 얘기”라고 말했다. 통상 시추 한 번엔 1~2개월이 걸리는데, 몇 번의 시추를 거쳐 성공하느냐에 따라 사업의 소요 기간도 달라진다는 얘기다.
한 번에 성공하면 기간이 확 단축될 수 있지만 그럴 확률은 높지 않다. 그리고 시추 성공 이후 상업개발과 상업생산까지 통상 8~10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총 10~13년은 필요하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다 보니 정부도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경제 규모는 매장량을 확인해봐야 알겠지만 과도한 기대감을 형성할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각계가 장기적 안목으로 유전 개발을 추진하면서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임종세 교수는 “2035년을 바라보는 일이더라도 정부가 유전 개발 사업에 대한 주요 계획을 미리 세우는 건 바람직하다”며 “탐사시추 상황을 봐가면서 계획을 (그에 맞게) 계속 수정하게 될 것”으로 말했다. 최종근 교수는 “첫 시추에 실패하면 또 비판이 제기될 텐데, 정부가 이를 일일이 해소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기보다 빠르게 시추를 반복 시도해 사업 기간을 단축시켜야 한다”며 “다만 실패했을 때를 대비한 계획은 탄탄히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창균·오유진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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