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대북송금 유죄에…이재명 '제3자 뇌물 혐의' 재점화
이재명, 커지는 사법리스크
본지 취재에 따르면 검찰은 이날 법원 선고에서 800만 달러 대북송금 공소 사실 중 대부분이 인정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일부 무죄가 선고됐지만 “돈의 종착지가 법률상 금융 제재 대상인 조선노동당이 아닌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조선아태위)로 건너갔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을 뿐”이란 이유에서다.
법원은 이날 쌍방울그룹 측이 북한에 건넨 800만 달러 중 북한의 스마트팜 사업 지원 명목 164만 달러와 이 대표의 방북 비용 명목 230만 달러 등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이 가운데 이 대표 방북 비용 명목 달러화의 경우 금융제재 대상인 북한 조선노동당에 지급된 사실과 관련해 경기도 관계자와 송명철 조선아태위 부실장이 작성한 영수증 등의 증거가 있다고 판단했다.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외국환거래법 규정상 기획재정부 고시에 열거된 금융 제재 대상(조선노동당)에 흘러들어갔거나 지급할 고의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는 이유 등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6월 검찰에 ‘북한에서 요구하는 의전 비용을 김 전 회장이 처리할 거라고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취지로 자백했다가 번복했다. 검찰은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이 이 전 부지사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법원이 인정한 데다 경기도지사의 승인이나 묵인 없이 이 전 부지사가 독자적으로 이 같은 일을 벌였을 가능성이 작다는 점에서 이 대표에 대한 제3자 뇌물 혐의 적용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 역시 이날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가 2018년 9월 제3차 남북 정상회담 특별수행단에서 배제된 것을 계기로 이 전 부지사는 도지사 방북에 대해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었다”며 “김 전 회장을 통해 2019년 도지사 방북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서 북한에서 요구한 도지사 방북 비용을 김 전 회장에게 대납케 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언급했다. 쌍방울의 대북사업 추진 배경에 대해서도 “이 대표와 이 전 부지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기대했기 때문”이라며 “이 전 부지사의 요청에 따른 방북 비용 대납 이유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법원은 이날 800만 달러 중 200만 달러의 성격에 대해서도 “경기도지사 방북과 관련해 비공식으로 전달된 것으로, 북한 상부에 전달한 사례금 형태인 게 충분하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를 통해 제3자 뇌물의 구성 요건인 당사자 간 현안에 대한 인식과 부정한 청탁이 어느 정도 입증됐다고 보고 있다.
이에 더해 이 대표와 주변을 둘러싼 다른 수사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이 대표가 2021년 7~8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와 2018년 5월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1억8000만~2억1000만원을 쌍방울과 KH그룹 임직원 등 명의로 ‘쪼개기 후원’을 받았다고 보고 이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또 2020년 5월~2022년 4월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정계 은퇴한 이후 생활 공간 및 사무실 임차 비용 등 명목으로 쌍방울이 이 전 대표 측에 6억원대 불법 정치자금을 공여한 의혹(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 사건에 대해 항소를 제기할 예정이다. 외국환거래법 외에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로부터 수수한 뇌물 금액이 1억원 이상임에도 법정형 하한인 징역 10년보다 낮은 징역 8년이 선고됐다는 이유에서다. 또 “대북송금 실체를 인정해 북한 측 인사에게 전달된 사실까지 긍정하면서도 최종적으로 조선노동당에 전달됐음이 입증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부 무죄를 선고한 데 대해 항소심에서 바로잡을 것”이란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이 전 부지사 측 김광민 변호사는 “김 전 회장은 정직하고 이화영은 거짓말쟁이라는 전제를 깔고 재판한 것”이라며 “쌍방울 계열사 나노스는 2018년 4월 남북 정상회담으로 주가가 폭등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대북사업을 하겠다는 의도로 이 사건이 시작된 것이지, 이 전 부지사가 대북사업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한 건 대단히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위례신도시·성남FC 관련 배임·뇌물 등 혐의 재판에 출석하면서 이 전 부지사 선고와 관련한 취재진 질문엔 답변하지 않았다. 재판 도중 휴정 시간에 휴대전화를 유심히 들여다보며 뭔가 읽는 듯한 모습도 목격됐지만 특별한 표정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허정원·손성배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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